교양 노트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80가지 생각 코드 지식여행자 11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석중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11월
품절


요즘 세상은 인기인이 되는 대가로 본업과는 상관도 없는 사생활을 노출해야 하는 모양이다. 아니, 오히려 특출한 재능도 없으면서 사생활을 야금야금 팔아먹는 것으로 겨우 연예계에 붙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은 결국 팔아먹을 사생활도 바닥이 드러나면 외면당하고 잊힌다. -68쪽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학문과 예술의 여신들이 기억의 여신의 피를 잇는다는 고대 그리스인의 통찰력에 감복했다. 인간의 창조적 정신 활동은 축적된 기억이라는 이름의 토양에서 꽃핀다는 진실을 발견한 지혜에 대해서 말이다.
정보의 범람 속에서 현대인은 기억의 부담을 줄일 작정으로 부지런히 컴퓨터에 그 부담을 지우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롭고 창조적인 정신 활동을 빈곤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는 요즘이다.-75쪽

인류가 지금까지 더듬어온 과학 기술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그 시간과 장소만의 퍼포먼스를 될 수 있는 한 충실히, 될 수 있는 한 대량으로, 될 수 있는 한 적은 비용으로 재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음을 알 수 있다.
그 대가로 우리 스스로 독창성을 발휘할 기회와 분야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세상에 상품가치를 인정받은 개성은 초상권이나 저작권 등으로 복제에 대한 권리를 보호받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소비자로서 수동적으로 즐기는 것밖에 누릴 수 없게 되었다.-77쪽

사람들은 마치 자신의 자유로운 의지를 바탕으로 한 듯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상품을 끊임없이 사고, 방송 인터뷰를 하면 열에 아홉이 마치 자신의 의견인 양 방송 진행자나 신문의 논조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자신이나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의 이해에 반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정당에 자진해서 투표하기도 한다. 그런 행동이 정보 조작의 결과라는 것은 눈곱만큼도 의심하지 않는다. 북풍형은 사람들의 반발과 저항을 불러 오래가지 못하지만, 태양형은 그 존재마저도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오래갈 수 있다.
정신의 자유를 위해서는 허울뿐인 자유보다는 자각하고 있는 속박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90쪽

대다수의 국민이 농노라는 신분에 놓였던 러시아에서, 시를 쓸 수 있는 지식인은 한 줌도 안 되는 소수 귀족이나 부유한 계층에 속했다. 지식인층과 일반 국민은 생활 수준이나 문화 수준의 격차가 너무나 커, 서로를 이방인처럼 여겼다. 그런 러시아에서 전자가 후자와 친밀하게 접하고 대화를 나누며, 생활 실태와 감정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란 여행 중의 마차나 말 썰매 안이었던 건 아닐까.
여행자(지식인) 쪽에서 보면 마부는 민중의 대표자이며, 여행 중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말을 걸기에도 좋은 상대다. 문학 속에서는 민중의 생활에 대한 안내인 역할을 떠맡기도 한다. 거기에다 마부는 견문이 넓다. 마부와의 만남으로 러시아 서정시에 통풍구가 생겨 신선한 바람이 들어오게 된 것은 아닐까. 마부가 등장하는 문학에서 수많은 걸작이 탄생했다. -156쪽

끊임없이 먹이를 먹는 몸은 양분 흡수 능력 자체가 극단적으로 쇠퇴하고 만다. 게다가 잠시도 쉬지 못하는 소화기관의 피로는 몸 전체의 노화를 앞당긴다. 그랬던 몸이 단식으로 회복의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187쪽

소비 문명이라는 괴물은 만족하지 않았다. 돈벌이의 여지가 남아있지 않은지, 어딘가를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호시탐탐 다음 사냥감을 노린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인간의 능동적인 힘이었다. 신상품 개발은 인간의 능동적인 힘을 끝없이 깎아 내리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인간에게 요구되는 유일한 능동적인 행위는 돈을 내는 일. 그 다음은 끝없이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보고, 듣고, 먹는다는 형태로 말이다. 돈을 버는 행위는 또 어떤가. 노동력 감축과 자동화에 따라 인간의 능력은 기계와 시스템의 부품으로 변해가고 있다.-192쪽

동작 하나하나에 세세하고 엄격한 형식이 있고, 그것을 몸에 익히는 데 몇 년이 걸리는 등 부자유를 느끼며 익힌 춤일수록 오히려 자기 표현도 마음껏 할 수 있고, 춤추면서 느끼는 해방감도 크며 만족도도 높다. 형식을 몸에 익히는 과정을 거치면서 몰랐던 동작을 알게 되고, 쓰지 않았던 근육을 능숙하게 움직이게 되고, 자유로워지는 범위가 어느새 더욱 확대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부자유한 편이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자유로워야 하는데 결국 구별되지 않는 옷을 입고, 같은 말투를 쓰고, 비슷한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비슷한 것을 먹는 젊은이들을 보고 있자면 특히 그런 생각이 든다. -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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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밑 남자
하라 코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0년 11월
절판


"우리를 부양하기 위해 우리와 함께 있지 못한다. 얼핏 듣기엔 일리 있는 것 같지만,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우린 결혼한 거야? 무엇 때문에 가족이 된 거야? 함께 있고 싶어서 가족이 되었는데 그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함께 있지 못하다니,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런 모순된 말이 어째서 통용되는 거야?"-51쪽

신기하게도 인간은 마음을 고쳐먹고 의상을 바꾸는 것만으로 생각까지 달라진다. 나오는 목소리와 단어 사용도 극적으로 변화하고, 그토록 싫어했던 접객 용어가 부드럽게 입을 뚫고 나왔다. -190쪽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파견사원이라고 하면 허울 좋은 일회용 인재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불경기로 인한 인재의 유동화가 진행되고, 경력과 실력이 있는 인재가 속속 파견사원으로 등록하게 된 뒤부터 점차 사회적으로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어엿한 한 사람의 인재가 한 사람의 인재로서 대우받고, 스트레스 없이 일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서 정착하게 된 것이다. -201쪽

십 년 뒤에는 정사원을 데리고 있는 회사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 기업 사회는 한 줌의 세계적 인재파견회사가 전 세계의 파견만 있는 회사를 조종할 수 있는 시대가 된다. ...
"그럼 최종적으로 단 한 곳의 인재파견 회사가 전 세계 회사를 장악하는 시대가 될 가능성도 있는 건가."
"응, 그렇게 되면 세계를 제패한 인재파견회사의 사장만이 유일하게 진짜 사장이 되는 거지. 그렇게 되면 무서울 꺼야."-204쪽

"그렇지만 파견사원 처지로 한 방에 승부를 거는 일은 못 하지. 사람과 돈과 퀄리티,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저돌적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못하고, 그러니까…" ...
모두가 마음 편하게 살아가고 있는 동안에, 누군가가 멋대로 세계를 바꾼다. 그건 그것대로 괜찮다고 하면 괜찮다. 시대란 건 그렇게 변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도 시시하단 생각이 들어."-206쪽

그 아이의 마지막 꿈. 그것은 가족으로 사는 집이었다. 그냥 사는 집이 아니라 당연한 가족 생활이 존재하는 집. 그것은 물론 돈만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이지만, 어쨌든 그것이 목표란 걸 굳이 강조하는 그 아이가 새삼 안쓰러웠다. -236쪽

"꿈이 또 커졌네."
"꿈이란 건 현실에 백을 곱한 정도는 돼야죠."-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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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구판절판


"뭐든 힘든 일이 있으면 엄마가 언제나 들어줄 테지만, 의논할 마음이 들지 않을 때는 가장 믿음이 가는 사람한테 털어놓는다 생각하고 여기에 글을 쓰렴. 인간의 뇌는 원래 뭐든지 열심히 기억하려고 노력한단다. 하지만 어디든 기록을 남기면 더 이상 기억할 필요가 없다고 안심하고 잊을 수 있거든. 즐거운 기억은 머릿속에 남겨두고, 힘든 기억은 글로 적고 잊어버리렴." -113쪽

- ‘마음이 약한 사람이 자기보다 더 약한 사람을 상처입힌다. 상처를 입은 사람은 견뎌내든지,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너희들이 사는 세상은 그렇게 좁지 않다. 지금 있는 곳에서 살기가 고통스럽다면 다른 곳으로 피난해도 되지 않을까. 안전한 장소로 도망치는 일은 부끄러운 행동이 아니다. 드넓은 세상에는 반드시 자신을 받아들여줄 장소가 있다고 믿기 바란다.’ -185쪽

아무리 잔인한 범죄자라도 제재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것은 결코 범죄자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제재는 평범한 세상 사람들의 착각과 폭주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남에게 칭찬받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착하고 훌륭한 행동을 하기란 힘듭니다. 그렇다면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무엇일까. 나쁜 짓을 한 사람을 질책하면 됩니다. 그래도 가장 먼저 규탄하는 사람, 규탄의 선두에 서는 사람에겐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규탄하는 누군가를 따르기란 무척 쉽습니다. 자기 이념은 필요 없고,‘나도, 나도’하고 말만 하면 그만이니까요. 게다가 착한 일을 하면서 일상의 스트레스도 풀 수 있으니 최고의 쾌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한 번 그 쾌감을 맛보면 하나의 제재가 끝나도 새로운 쾌감을 얻고 싶어 다음번에 규탄할 상대를 찾지 않을까요? 처음에는 잔학한 악인을 규탄했지만, 점차 규탄받아야 할 사람을 억지로 만들어내려 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이미 중세 유럽의 마녀 재판이나 다름없습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벌할 권리가 없다는 사실을…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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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가 없는 월요일 작가의 발견 5
아카가와 지로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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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도 사장의 지나칠 정도의 다정한 표정은 그리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다정하게 대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은 사람이 다정해졌을 때는 분명 무엇인가 다른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76쪽

나는 남은 휴일이 며칠인지 자랑하는 녀석들에게는 관심이 없네. 늘어날 줄만 아는 고무줄은 결국 약해져서 끊어져 버리고 마는 법이니까. 필요할 때는 늘어나고, 지쳤다 싶으면 좀 줄어들 줄 아는 고무줄 같아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오래 버틸 수가 없어. -80쪽

항상 다른 이들에게 머리를 숙이며 사는 사람들인 만큼 손님의 입장이 되어서는 한층 더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듯했다. -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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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의 맛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바스티앙 비베스 지음, 그레고리 림펜스.이혜정 옮김 / 미메시스 / 2010년 3월
구판절판


수영은 왜 그만뒀어?
그냥 내 길이 아닌 것 같아서.
그러면 니 길은 뭔 거 같은데?
그건 몰라. 넌?
글쎄...사실 난 각자 자기 길이 있기는 한 건지 잘 모르겠어.
-82쪽

대단한 거지! 어쨌든 니가 뭔가를 이겼다는 거잖아... 난 시합에 완전 쥐약이거든. 나는 있는 힘껏 노력해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최선을 다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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