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재미없어도 걱정 마라. 네가 아둔해서 그런 것이 아니니. 어려운 글도 반복해 읽고, 살면서 그 뜻을 헤아려 보면 ‘아, 그게 이 뜻이었구나!’하며 무릎을 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어려운 책의 깊고 담백한 맛을 알게 되지." -53쪽
장이는 어제로 허궁제비와의 일은 전부 마무리된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의 끝이란 것이 항상 마음먹은 지점에서 딱 끝나지 않았다. 그 끝을 다시 옹글게 마무리하는 일이 더 번거롭고 마음 쓰였다.
최 서쾌는 평소 장이에게 마무리를 옹글게 하라는 잔소리를 많이 했다. 책을 전해 주는 것보다 심부름을 끝내고 나오면서 예의 갖추어 인사하고, 책방에 와서도 손님이 당부한 말을 똑똑하게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필사를 할 때도 처음 몇 장만 정성들여 잘 쓸 것이 아니라 끝까지 반듯하고 정결하게 쓰라고 했다. 그래서 장이의 필사를 검사할 때도 처음 장부터 검사하지 않고 마지막 장과 가운데 장부터 살폈다. -1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