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밑 남자
하라 코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0년 11월
절판


"우리를 부양하기 위해 우리와 함께 있지 못한다. 얼핏 듣기엔 일리 있는 것 같지만,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우린 결혼한 거야? 무엇 때문에 가족이 된 거야? 함께 있고 싶어서 가족이 되었는데 그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함께 있지 못하다니,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런 모순된 말이 어째서 통용되는 거야?"-51쪽

신기하게도 인간은 마음을 고쳐먹고 의상을 바꾸는 것만으로 생각까지 달라진다. 나오는 목소리와 단어 사용도 극적으로 변화하고, 그토록 싫어했던 접객 용어가 부드럽게 입을 뚫고 나왔다. -190쪽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파견사원이라고 하면 허울 좋은 일회용 인재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불경기로 인한 인재의 유동화가 진행되고, 경력과 실력이 있는 인재가 속속 파견사원으로 등록하게 된 뒤부터 점차 사회적으로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어엿한 한 사람의 인재가 한 사람의 인재로서 대우받고, 스트레스 없이 일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서 정착하게 된 것이다. -201쪽

십 년 뒤에는 정사원을 데리고 있는 회사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 기업 사회는 한 줌의 세계적 인재파견회사가 전 세계의 파견만 있는 회사를 조종할 수 있는 시대가 된다. ...
"그럼 최종적으로 단 한 곳의 인재파견 회사가 전 세계 회사를 장악하는 시대가 될 가능성도 있는 건가."
"응, 그렇게 되면 세계를 제패한 인재파견회사의 사장만이 유일하게 진짜 사장이 되는 거지. 그렇게 되면 무서울 꺼야."-204쪽

"그렇지만 파견사원 처지로 한 방에 승부를 거는 일은 못 하지. 사람과 돈과 퀄리티,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저돌적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못하고, 그러니까…" ...
모두가 마음 편하게 살아가고 있는 동안에, 누군가가 멋대로 세계를 바꾼다. 그건 그것대로 괜찮다고 하면 괜찮다. 시대란 건 그렇게 변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도 시시하단 생각이 들어."-206쪽

그 아이의 마지막 꿈. 그것은 가족으로 사는 집이었다. 그냥 사는 집이 아니라 당연한 가족 생활이 존재하는 집. 그것은 물론 돈만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이지만, 어쨌든 그것이 목표란 걸 굳이 강조하는 그 아이가 새삼 안쓰러웠다. -236쪽

"꿈이 또 커졌네."
"꿈이란 건 현실에 백을 곱한 정도는 돼야죠."-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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