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초 이야기 - 할머니 탐정의 사건일지
요시나가 나오 지음, 송수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절판


"약하다고 인정해버리는 게 편해. 힘을 빼고 조금은 다른 사람에게 기대거나, 도움을 주거나 하면서. 그러면 막히는 일이 없어. 자연스럽게 여러 갈래의 길이 보이지."-163쪽

"근육은 운동으로 파괴된 조직을 재생시켜 강하게 만들지. 생각해보면 우리 정신도 마찬가지야. 때로는 번거롭게 느껴지는 사람들과의 교제나 타인과의 충돌을 반복하면서 기반이 생기고 무거운 것도 들 수 있는 힘도 키워지지. 운동을 하면 근육통이 생기지만, 그것을 무서워하기만 하면 자꾸 약해지기만 해....잊어버리고 있었어. 나도 그런 걸."-16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방의 기사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10년 3월
품절


음악이 몸에 부딪친 순간, 내 몸 속에 전혀 쓰이지 않아 먼지를 뒤집어썼던 감각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 부분이 순식간에 입구를 열어 격렬하고도 아름다운 소리를 받아들였다. 몸이 뜨거워져 지금까지 잊고 있던 충동에 가득 차 어찌 할 바를 몰랐다. 피아노가 감동적인 악구를 칠 때마다 머리가 멍했고 몇 번이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기억하고 있다! 이런 느낌을 내 몸이 기억하는 것이다. -83쪽

부장은 무척 놀란 것 같았다. 그런 말을 들으면 뛸 듯이 기뻐하며 아양을 떨며 들러붙을 거라 생각했겠지만, 부장에게 그럴 마음 따위 없다. 솔깃한 먹이를 던져 반응을 보려고 할 뿐이다. 요컨대 그는 나를 파악하고 싶어 한다. 파악하고 분류해 딱지를 붙이고 안심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들은 술이나 여자나 돈, 출세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 인간이 주위에 있으면 자신의 가치관이 뒤흔들리는 느낌이 들어 불안에 사로잡힌다. -60쪽

"바다요! 바다 말입니다. 회색으로 파도치는 바다, 회색 지붕이 뒤집어진 책들처럼 끝없이 파도치고 있지요? 인간은 그 바닥에 달라붙듯이 헤엄치는 심해어입니다. 대부분은 저능합니다. 이 창문 높이까지도 헤엄쳐 올라올 수 없습니다…. 저들 심해어가 잔돈푼을 벌어 뭘 한다고 생각합니까? 미역이나 따개비 뒤에 다른 이보다 좀 더 나은 집을 지을 뿐입니다. 가소로운 일입니다! 고래만 지나가면 다 무너져 버리는데, 우하하하!... 우습지 않습니까? 따개비가 이런 작은 집을 필사적으로 지키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자신의 평생을 엄청난 염가로 판매합니다." -115쪽

다른 직원들과 나의 감수성은 정말로 몇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었다… 나는 혼자 이방의 땅에 섞여들어 있었다. 나는 그들과 생활의 일부분을 공유하는 것은 틀림없었지만 전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미라타이를 이해했다. 그 남자도 나 같은 사람이 생각하지도 못하는 곳을 제대로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라타이라는 남자는 꾀죄죄한 5층짜리 빌딩이라는 인공 바위산의 정상에 살면서 초연하게 하계를 내려다보는, 남모르는 신선 같다.-139쪽

갑자기 폭발하는 것처럼 슬픔이 솟구쳐 나를 때려눕혔다. 눈물이 계속해서 솟아올랐다. 마치 거대한 수압에 눌린 듯이 내 얼굴은 흉하게 일그러졌다. 양손으로 때리는 듯 나는 얼굴을 감쌌다. 허탈감으로 인한 평정이 갑자기 아무런 전조도 없이 격렬한 슬픔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의자에서 굴러 떨어져 바닥 위에 납작 엎드렸다. 이를 꽉 물고, 비참한 작은 동물처럼 나는 신음했다. 고뇌를 견디는 심정과 똑같았다.
"제길!"
이를 악물고 나는 소리쳤다. 누구에게, 왜,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누구를 향한 것인지 모를 분노, 노여움, 그러나 생각해보면 무엇보다도 그것은,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나는 내 젊음과 미숙함에 무한한 분노를 느꼈다. 자신에 대한 살의. 이래서 사람이 자살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울었을까. 시간이 제법 지난 뒤 얼굴을 들고 바닥을 내려다보니, 내 눈물로 작은 웅덩이가 생겼다. 그것을 보니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한숨을 쉬어보았다. 두 번, 세 번, 그러자 그때마다 울고 싶은 기분이 서서히 멀어져가는 것을 느꼈다. 금세 마음이 편안해졌다. -42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장바구니담기


아쉬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호의를 받을 마음이 없었을 뿐이다. 경험이 가르친바, 호의는 믿을 만한 게 아니었다. 유효기간은 베푸는 쪽이 그걸 거두기 전까지고, 하루짜리 호의도 부지기수였다. 고마워하며 사양하는 게 서로 낯이 서는 길이었다. -43쪽

...자신의 개 같은 인생과 맞붙어 싸웠다는 삶의 증거물...-133쪽

그녀가 생각하기에, 스트레스는 겁쟁이의 변명이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압박의 운명을 짊어진 존재였다.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피 터지게 싸워 거꾸러뜨려야 마땅했다. 하다못해 침이라도 뱉어줘야 했다. 그것이 그녀가 '사는 법'이었다. -24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점성술 살인사건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12월
구판절판


"먹는 걸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어. 인간은 정말 불편해. 먹고 자고 하는 쓸데없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면, 인간은 훨씬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393쪽

"이렇게 매일 별의 움직임을 뒤쫓으면서 살면, 지구 위에서 우리의 사소한 행위는 허무한 것이 정말 많아.
그 중 가장 허무한 것이 다른 이보다 조금이라도 더 가지려는 경쟁이야. 그런 경쟁만큼은 아무리 해도 몰두할 수가 없어. 우주는 천천히 움직이고 있어. 거대한 시계의 내부처럼. 우리의 별도 구석에 있어서 눈에 띄지 않는 작은 톱니바퀴의 얼마 안 되는 톱니 중 하나야. 우리 인간 따위는 그 쇳조각에 들러붙은 박테리아 같은 역할이지.
그런데 이 패거리들은 하찮은 것 때문에 기뻐하고 슬퍼하면서, 눈 한 번 깜빡이는 시간 정도의 일생을 크게 소란을 피우며 보내지. 그것도 자신이 너무 작아서 시계 전체를 보지 못하니까, 그 메커니즘의 영향을 받지 않고 존재한다며 자만하고. 정말 우스워. 이런 생각을 하면 언제나 웃음이 나와."-297쪽

"...그리고 이 방은 두뇌 대신에 야경꾼 근성밖에 없는 정체 모를 저능아로 우글거리게 되는 거지. 나는 방에 돌아올 때마다, 네가 어디로 섞여 들어왔는지 큰 소리를 내서 찾아야 할 거야. 너는 모를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지금 생활이 마음에 들어. 머리를 어딘가에 두고 온 것 같은 무리 때문에 이 페이스를 망가뜨리고 싶지 않아.
다음 날 일만 없으면 원하는 시간까지 잘 수 있어. 파자마 차림으로 신문도 읽을 수 있지. 좋아하는 연구를 하고, 마음에 드는 일만을 위해 문밖을 나가지. 싫어하는 녀석에게는 네가 싫다고 말할 수 있고, 백은 백, 흑은 흑이라고 누구에게 스스럼없이 말할 수도 있어. 이것들은 모두, 언젠가 형사도 말했듯이 세상이 상대해 주지 않은 룸펜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한 대가로 내가 손에 얻은 재산이야. 아직은 잃고 싶지 않아. 쓸쓸해지면 너도 있고, 나는 외톨이가 아니야. 이 생활이 아주 마음에 들어." -511쪽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잘 알아. 하지만 모두가 말하는 만큼 내가 사람들과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사람들이야말로 날 전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이상한 거지. 이런 식으로 매일 평범하게 생활하는데도, 왠지 화성에서 사는 듯한 기분이 들어. 현기증이 날 정도로 모두 나와는 달라.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모두가 너무나 시시한 일에 필사적이야. 관 속에 들어갈 때, 어라, 그건 착각이었군, 하고 말할 것이 뻔한 데도 말이야! …
사소한 기쁨이나 슬픔이나 분노, 그런 것은 태풍이나 소나기, 봄이 되면 매년 어김없이 피는 벚꽃 같은 거야. 인간은 그런 것에 매일 좌지우지되면서도 결국 모두 비슷한 곳으로 흘러가. 아무도, 아무것도 되지 못해." -17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요시키 형사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엮음 / 시공사 / 2011년 2월
품절


"...이런 말은 오해받을지도 모르지만 당신의 삶은 대단해. 나도 따라할 수 있으면 좋겠어. 가만히 입을 꾹 다물고 연달아 닥쳐오는 온갖 시련을 말없이 견디며, 하지만 목적만은 결코 잊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무슨 말을 들어도, 어떻게 생각되어도, 치매 노인이라 욕을 얻어먹어도 전혀 동요하지 않지. 나는 당신처럼은 도저히 살 수 없어."-504쪽

"나는 바보겠지. 언제나 돈 한 푼 되지 않는 일에 힘이나 쓰고 뻐겨도 되는 녀석 앞에서 자신을 낮추고, 가장 그렇게 햇는 안된다는 인간에게 호통을 치지. 그러나 이 성격은 고칠 수 없어. 틀렸다고 생각하면 경시총감에게라도 확실하게 말해준다. 아무리 나쁜 패를 뽑아도 내 신념대로 갈 수밖에 없어. 당신에게 알아달라고는 안 해. 그러니 그냥 놔둬. 내 바람은 단 하나, 내 보잘 것 없는 인생에서 만나는 일에 대해 백은 백이고 흑은 흑이라고 말하며 죽어가고 싶어. 다만 그뿐이다. 방해하지 미."-510쪽

...아마 쇼와라는 시대, 그리고 일본인이 과거에 저지른 죄 혹은 지금도 계속 범하고 있는 죄 또한 이 인종의 본질 같은 것이 아닐까. 경찰관인 자신에게 이것을 깨닫고 그리고 파악하라, 하늘이 그렇게 재촉하는 느낌이 들었다. -50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