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책 독서 모임 - 오늘의 철학 탐구 민음사 탐구 시리즈 1
박동수 지음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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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가벼운 판형에 책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넘어가서 출퇴근 시간에 읽기 좋았다. 타자와 구체적인 관계를 맺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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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시대에 자연 내지 자연에 실재하는 것들을 부르는 이름은 ‘퓌시스(physis)‘였다...그것은 세상에 실재하는 사물들이 스스로를 우리에게 드러내는 방식을 가리키는 이름이었다.
호메로스적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가장 실재적인 것은 갑자기 분출하여 잠시 우리를 사로잡다가 마침내 우리를 놔주는 어떤 것이다. 호메로스의 단어 ‘퓌시스‘를 번역한다면 ‘반짝임‘이라는 단어가 가장 가까울 것이다. 호메로스에게 실재로 존재하는 것은 반짝이는 것이다...무엇인가 휙 하고 빛을 터뜨릴 때 그 빛은 모든 것을 자기 주위로 모으고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게 한다...그러면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이 누구인지를 이해하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위대한 사건에 대해 자신이 즉각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이해한다. 호메로스의 세계에서 반짝임은 실제로 빛을 가지는 것이며 가장 중요한 것이다.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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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타니 고진은 <탐구>에서 "데카르트에게 ‘의심하는’ 것이란 바로 ‘생각하는’ 것이 공동체에 속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의심하는 주체는 공동체 ‘외부’로 나가려고 하는 의지로서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 P13

편집자란 그저 저자의 메시지를 순수하고 투명하게 재현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저자의 메시지와 편집자 자신의 생각을 조합해 하나의 입장에 서서 세상에 영향을 끼치려는 사람, 요컨대 사상으로서의 편집을 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부제를 그대로 써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히 투명한 정보 전달이 최선이라는 생각에 빠져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원문 그대로의 수용과 전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자리에서 어떻게 그것을 번역할지를 사유하는 것이다. 편집자든 독자든 우리는 단순한 정보 전달의 중간 매체가 아니라 고유한 생각을 가진 매개자이기 때문이다. - P51

순결한 역사도 없고, 순결한 학문도 없다. 심지어 온전히 순결한 윤리도 있을 수 없다. 해러웨이는 순결한 학자나 고정된 정체성을 가진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몸이 지저분해지는 것을 감수하며 배워가는 사람들"의 관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아마도 그러할 때 개인 단지 우리의 관용에 기대지 않는 진실한 반려종이자 소중한 타자일 수 있지 않을까.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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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타인의 고통을 끄집어냈다 내팽개치고 잊어버리는 나 자신을 견딜 수가 없었다. 누군가의 고통을 파헤쳐 세상에 드러낼 때는 그 고통의 아주 작은 조각이라도 함께 나눠 질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 P66

예능은 기세입니다. 자신감이 붙은 사람은 별거 아닌 말 한마디를 해도 빵빵 터뜨립니다. - P111

헬먼은 1965년 수전 손택이 쓴 일기에도 일종의 ‘워너비‘로 등장하는데, "파리리뷰의 릴리언 헬먼만큼 명료하고+권위적이고+직접적인 말투를 갖출 수 있을 때까지 인터뷰는 일절 하지 않을 것"이라 할 만큼 재능이 뛰어난 작가였다. - P123

여성은 결혼 후, 때로는 결혼 전부터 남자쪽 집안의 재생산을 담당하는 공공재이자 윤활유이며 활력소로 기능하기를 요구받는다. 그동안 살아온 삶, 무슨 능력을 갖췄고 어떤 경력을 쌓았으며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인지 깡그리 지워진 채 며느리로만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 P137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여성은 사람들의 눈에 띄면 공격당합니다. 틀린 말을 하지 않아도 그렇다는 것을 경험으로 아실 거예요...악플을 다는 일은 너무 쉽고 돈도 들지 않거든요. 저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혐오가 일종의 레포츠가 됐다고 보는 편입니다. 악플은 여성혐오자들이 가장 즐기는 놀이인 거죠. 이 건방진 여자를 욕함으로써 내가 우위에 섰다고 정신승리 할 수 있으니까요.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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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펜은 필요할 때 바로 손에 쥘 수 있는 휴대용 남근이다. 지난 30년 동안 학생들뿐만 아니라 동료 학자들 앞에서 강의할 때에도 나는 내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펜을 꼭 쥐곤 했다. 특히 경력 초기, 아무런 자격이 없던 시절에는 종종 관절이 하얗게 보일 정도로 펜을 꽉 쥐었다. 다행히 경력이 쌓인 지금은 훨씬 여유로워졌다. 어쩌다 펜을 떨어뜨려도 강의할 자격 따위를 불안해하지 않고 "어머 내 팔루스를 떨어뜨렸네"라고 농담을 던질 수 있게 되었다. - P26

성과와 생산성, 자기계발, 억지 쾌활함을 규정하는 이 시스템은 놀라울 정도로 능숙하게 이성애가부장제가 생산하는 여러 나쁜 감정들을 억압한다...신자유주의는 자기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각박한 삶의 리듬, 그로 인한 만성적인 불안감과 동요 같은 나쁜 감정들을 열외 취급하는 데 기똥찰 정도로 유능하다. 내가 왜 이런 감정을 품게 되었는지를 질문할 시간은 없고, 그저 현실의 목표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어 버린다. - P33

페미니즘 이론에는 이론의 특성상 개인적인 것을 정치적인 것으로, 정치적인 것을 개인적인 것으로 바꾸는 긴 역사가 있다...최근의 비평서들은 발터 벤야민이나 롤랑 바르트, 크리스 크라우스의 전통을 따라 이론적인 것을 자전적인 것과 결합한 책들이다. (자전이론autotheory, 와일드 이론) - P38

해체주의를 비롯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발생한 이론들은 대부분 1970-80년대에 페미니즘 이론가들을 통해 미국에 정착했기 때문에 현대이론의 많은 부분은 본질적으로 페미니즘적이다. - P51

내가 ‘어떤 사람인가‘는 내가 ‘누구에게 어떤 상처를 받았는가‘와 깊은 관련이 있다. - P88

우울증이나 불안감, 게으름과 피로감, 무관심과 의미 상실과 같은 나쁜 감정들은 개인적인 병리 증상이라기보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에 들러붙어 있는, 전 계층의 사람들을 포위하는 감정이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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