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송곳니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노나미 아사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1월
절판


수사에는 늘 허무함이 따라다닌다. 엉켜버린 커다란 실타래에서 겨우 하나의 실마리를 찾아내어 힘들여 풀어낸들, 그것이 어떤 구체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일은 별로 없다. 단 한 가닥의 실을 끌어당기기 위해 수사원들은 쓸데없는 무수한 실들을 끈기 있게 풀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96쪽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그런 거들먹거리는 말을 할 생각은 없다. 그저 완전한 타인에 대한 증오 따위 그렇게 오래 지속시킬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미워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지는 사건, 쉴 새 없이 나타나는 범죄자에 대해 그런 풋내 나는 감상을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럴 만큼 한가하지 않다. -108쪽

다카코는 자기 안에 끓어오른 이 감각을 좀 더 맛보고 싶었다. 반가웠다. 이상할 정도로 기뻤다.
공격적이고, 난폭하고, 앞뒤 가리지도 않고, 대신 정직하고, 생기가 넘치고, 터질 것 같은 에너지가 내포된 감각. 몸속 깊은 곳에서 힘차게 뿜어 나오는 그것은 때로 성가신 결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불화를 일으키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고, 폭풍처럼 휘몰아치기도 했다.-122쪽

그래서 키가 비슷한 남자와 나란히 걷기 싫은 것이다. 얼굴이 가까운 위치에 있으니 매번 표정 변화가 느껴져 성가셔 죽겠다. 특히 다키자와처럼 지저분한 얼굴이 항상 시야에 들어와 있으면 몹시 불쾌하다. -192쪽

무슨 일을 해도, 무슨 음악을 들어도 기억과 결부되어 간다. 그것이 나이를 먹는다는 걸까. 기억하고 싶지 않은 풍경만 쌓여가는 것이 인생인가…-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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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하녀 마리사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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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우리 이사가 그런 말을 하더라. 인생은 두루마리 화장지 같아서, 처음에는 아무리 써도 남을 것 같지만 반이 넘어가면 언제 이렇게 빨리 줄었나 싶게 빨리 지나간다고. 그 얘길 들으니까 나도 뭘 위해서 이러고 사나 싶은 생각이 들어. -134쪽

언제나 무리를 그리워하며 떠돌았지만 한번도 온전히 무리에 속하지 못했던 내 유랑과 방외의 운명이 그때부터 시작되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그래서 부족의 구성원에게 의당 필요한 기율과 위계, 명예심과 연대의식을 배울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언제나 어정쩡한 포즈로 사파와 이교의 문 앞을 기웃대며 보낸 시간들이 결국 내 인생의 이력이 되었다면 그 또한 지나친 자의식일까? -382쪽

무언가 고통을 참아내는 듯한 신중한 표정과 기계처럼 안정되고 정교한 스윙동작은 그가 단 한순간의 임팩트를 위해, 언제나 제멋대로이고 싶은 자신의 육체를 얼마나 오랜 시간 달래고 길들여왔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3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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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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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의 특성은 그 주체를 향한 지독한 자기 파괴의 열정에 있다. 그것은 쾌락을 매개로 그 주체의 완전한 죽음을 목표로 한다. 그의 육체를 모두 갉아먹고 영혼을 완전히 연소시킬 때까지 중독은 멈추지 않는다. -143쪽

그녀는 한마디로 기내식 같은 여자였다. 별로 당기지는 않는데 안 먹으면 왠지 손해일 것 같고, 그래서 억지로 먹기는 먹되 막상 먹으려고 보니 뭔가 복잡하고 옹색하기만 하고, 까다로운 종이접기를 하듯 조심스럽고 겨우 먹고 나면 뭘 먹었는지 기억도 잘 안나고, 식후에 구정물 같은 커피를 마시다보면 뭔가 속은 것 같은 기분도 들고, 갖출 건 다 갖춘 것 같은데 왠지 허전하고, 결국 포장지만 한 보따리 나오는 그런 여자였다. 그녀의 얼굴엔 언제나 ‘안전벨트를 매주시겠습니까, 손님?’이라고 쓰여 있었다. -185쪽

자존심이 없는 사람은 위험하다. 자존심이 없으면 자신의 이익에 따라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다. 그것은 그가 마음속에 비수같은 분노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존심을 건드리면 안되는 법이다. -222쪽

하지만 인생은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법이다. 지루한 일상과 수많은 시행착오, 어리석은 욕망과 부주의한 선택… 인생은 단지 90분의 플롯을 멋지게 꾸미는 일이 아니라 곳곳에 널려있는 함정을 피해 평생동안 도망다녀야 하는 일이리라.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해피엔딩을 꿈꾸면서 말이다. -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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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에 바라다 - 제142회 나오키상 수상작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1월
품절


그는 순간 자기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무게를 인식했다. 거인이 자신의 어깨에 양손을 얹기라도 한 양. 어때, 내 무게를 견딜 수 있겠어? 마치 그렇게 묻기라도 하듯. -176쪽

- 그나저나 회복하는 데 제일 필요했던 게 뭐야?
- 아무래도 시간이었겠죠. 기억을 휘발시켜야만 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죠. 휴직을 않고 계속 일을 했더라면 기억은 머릿속에 늘어붙은 채로 제 의식 속에 요동을 쳤을 거예요.-3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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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2
정유정 지음 / 비룡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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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수 없을 땐 돌아보지 마. 그게 미친 짓을 완수하는 미친 자의 자세야."-323쪽

"하느님은 참 괴상한 방식으로 공평해. 사랑이 있는 쪽에선 사람을 빼앗고 사람이 있는 쪽에서는 사랑을 빼앗아 가고."-358쪽

소설가로서의 내 꿈은 진짜 꿈이 되는 것이다. 그 옛날, 이야기 하나로 저잣거리에 모인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고 분노케 하던 만담가는 내 인생의 롤 모델이다. 물론, 원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래도 해보지 않고는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것이다. 돌아갈 수도 있고 늦을 수도 있겠지만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 작가의 말-3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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