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하녀 마리사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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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우리 이사가 그런 말을 하더라. 인생은 두루마리 화장지 같아서, 처음에는 아무리 써도 남을 것 같지만 반이 넘어가면 언제 이렇게 빨리 줄었나 싶게 빨리 지나간다고. 그 얘길 들으니까 나도 뭘 위해서 이러고 사나 싶은 생각이 들어. -134쪽

언제나 무리를 그리워하며 떠돌았지만 한번도 온전히 무리에 속하지 못했던 내 유랑과 방외의 운명이 그때부터 시작되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그래서 부족의 구성원에게 의당 필요한 기율과 위계, 명예심과 연대의식을 배울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언제나 어정쩡한 포즈로 사파와 이교의 문 앞을 기웃대며 보낸 시간들이 결국 내 인생의 이력이 되었다면 그 또한 지나친 자의식일까? -382쪽

무언가 고통을 참아내는 듯한 신중한 표정과 기계처럼 안정되고 정교한 스윙동작은 그가 단 한순간의 임팩트를 위해, 언제나 제멋대로이고 싶은 자신의 육체를 얼마나 오랜 시간 달래고 길들여왔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3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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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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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의 특성은 그 주체를 향한 지독한 자기 파괴의 열정에 있다. 그것은 쾌락을 매개로 그 주체의 완전한 죽음을 목표로 한다. 그의 육체를 모두 갉아먹고 영혼을 완전히 연소시킬 때까지 중독은 멈추지 않는다. -143쪽

그녀는 한마디로 기내식 같은 여자였다. 별로 당기지는 않는데 안 먹으면 왠지 손해일 것 같고, 그래서 억지로 먹기는 먹되 막상 먹으려고 보니 뭔가 복잡하고 옹색하기만 하고, 까다로운 종이접기를 하듯 조심스럽고 겨우 먹고 나면 뭘 먹었는지 기억도 잘 안나고, 식후에 구정물 같은 커피를 마시다보면 뭔가 속은 것 같은 기분도 들고, 갖출 건 다 갖춘 것 같은데 왠지 허전하고, 결국 포장지만 한 보따리 나오는 그런 여자였다. 그녀의 얼굴엔 언제나 ‘안전벨트를 매주시겠습니까, 손님?’이라고 쓰여 있었다. -185쪽

자존심이 없는 사람은 위험하다. 자존심이 없으면 자신의 이익에 따라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다. 그것은 그가 마음속에 비수같은 분노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존심을 건드리면 안되는 법이다. -222쪽

하지만 인생은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법이다. 지루한 일상과 수많은 시행착오, 어리석은 욕망과 부주의한 선택… 인생은 단지 90분의 플롯을 멋지게 꾸미는 일이 아니라 곳곳에 널려있는 함정을 피해 평생동안 도망다녀야 하는 일이리라.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해피엔딩을 꿈꾸면서 말이다. -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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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에 바라다 - 제142회 나오키상 수상작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1월
품절


그는 순간 자기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무게를 인식했다. 거인이 자신의 어깨에 양손을 얹기라도 한 양. 어때, 내 무게를 견딜 수 있겠어? 마치 그렇게 묻기라도 하듯. -176쪽

- 그나저나 회복하는 데 제일 필요했던 게 뭐야?
- 아무래도 시간이었겠죠. 기억을 휘발시켜야만 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죠. 휴직을 않고 계속 일을 했더라면 기억은 머릿속에 늘어붙은 채로 제 의식 속에 요동을 쳤을 거예요.-3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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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2
정유정 지음 / 비룡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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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수 없을 땐 돌아보지 마. 그게 미친 짓을 완수하는 미친 자의 자세야."-323쪽

"하느님은 참 괴상한 방식으로 공평해. 사랑이 있는 쪽에선 사람을 빼앗고 사람이 있는 쪽에서는 사랑을 빼앗아 가고."-358쪽

소설가로서의 내 꿈은 진짜 꿈이 되는 것이다. 그 옛날, 이야기 하나로 저잣거리에 모인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고 분노케 하던 만담가는 내 인생의 롤 모델이다. 물론, 원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래도 해보지 않고는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것이다. 돌아갈 수도 있고 늦을 수도 있겠지만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 작가의 말-3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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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 디 아더스 The Others 7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푸른숲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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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네가 만들어서 네가 먹지 않냐. 오니기리는 남이 만들어준 게 제일 맛있는 법이다."-18쪽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걸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라니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딘가 뻥 뚫려 있을 것 같다고 할까. 분쟁 같은 것도 전혀 없을 것 같고. 인생이 정말 즐거워 보였어요."-138쪽

자신이 좋아하는, 자신만의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친구로 비유하자면 특정 장소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굉장히 가까운 친구 같은 게 아닐까. 그 안에서는 정말 즐겁게 대화하지만 밖에서는 만나지 않는 적당한 거리감을 가진 친구, 자신만의 식당이란 그런 의미인 것 같다. -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인터뷰-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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