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우리 이사가 그런 말을 하더라. 인생은 두루마리 화장지 같아서, 처음에는 아무리 써도 남을 것 같지만 반이 넘어가면 언제 이렇게 빨리 줄었나 싶게 빨리 지나간다고. 그 얘길 들으니까 나도 뭘 위해서 이러고 사나 싶은 생각이 들어. -134쪽
언제나 무리를 그리워하며 떠돌았지만 한번도 온전히 무리에 속하지 못했던 내 유랑과 방외의 운명이 그때부터 시작되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그래서 부족의 구성원에게 의당 필요한 기율과 위계, 명예심과 연대의식을 배울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언제나 어정쩡한 포즈로 사파와 이교의 문 앞을 기웃대며 보낸 시간들이 결국 내 인생의 이력이 되었다면 그 또한 지나친 자의식일까? -382쪽
무언가 고통을 참아내는 듯한 신중한 표정과 기계처럼 안정되고 정교한 스윙동작은 그가 단 한순간의 임팩트를 위해, 언제나 제멋대로이고 싶은 자신의 육체를 얼마나 오랜 시간 달래고 길들여왔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3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