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이 아줌마처럼 좋은 사람은 보지 못했다. … 아줌마는 오직 사랑뿐인 커다란 통 같았다. (26)
아줌마는 우리가 함께 살 수 있는 곳이 이 세상만이 아니라고 일러 주곤 했다. 이 세상의 삶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을 모두 얻지 못한다고 실망하지 말라고. 또다른 생이 우리를 기다린다고. 하지만 바로 그 점에서 메이 아줌마와 나는 생각이 달랐다. 나는 나에게 행복이 다시 찾아오리라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오랜 세월을 외톨리도 지냈던 나는, 오브 아저씨와 메이 아줌마를 만나 지낸 세월 자체가 바로 죽어서 간 천국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멋진 일이 어떻게 나한테 또다시 일어난단 말인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37)
어떻게 보면 그 상황은 메이 아줌마의 장례식보다 더 장례식답고 푸근했다. 일단 장례식을 직업으로 삼은 장의사나 목사 같은 외부인들이 오면 사람들의 슬픔마저 어떤 틀에 맞춰야 한다…. 메이 아줌마가 돌아가셨을 때 아저씨와 나는 그저 트레일러 안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몇날 며칠이고 엉엉 울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그럴 짬도 없었다. 사람들은 결혼을 하거나 교회에 다니거나 아이를 키울 때와 마찬가지로 친척이 죽어서 슬픔에 잠기는 시간도 정해진 틀에 따르기를 바란다. 메이 아줌마가 돌아가셨을 때 아저씨와 나는 장례식장을 찾아가 사무적인 일들을 처리하고, 목사를 찾아가 종교 절차를 얘기했으며, 그 전에는 얼굴도 보기 힘들었던 수십 명의 친척과 의미없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우리는 그들이 준비한 음식을 먹어야 했고, 그들의 포옹을 받아들여야 했다. 우리가 혹시 신경쇠약에 걸리지 않았나 하고 안색을 살피는 눈길도 그대로 받아 낼 도리밖에 없었다.(53)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오브 아저씨와 나는 난데없이 사교계의 명사라도 된 듯했고, 그렇게 우리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목놓아 통곡할 기회조차 빼앗기고 말았다. 사람들은 우리가 어떤 틀에 맞춰 슬퍼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이 황량한 밭에 서서 메이 아줌마를 되살리려는 오브 아저씨의 말소리를 듣고 있자니, 이미 장례식을 통해 정리되었어야 할 뭔가가 비로소 내 안에서 정리되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클리터스는 장의사도, 목사도, 친척들도 하지 못한 일을 우리에게 해주고 있었다. 그 애는 두툼한 입술을 꾹 다물고 오브 아저씨의 넋두리 한마디 한마디를 귀담아들으면서 더없는 위안을 안겨 주었다. 클리터스에게는 내가 미처 몰랐던 능력들이 있음을, 나는 차츰 깨달아갔다. 말을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정확히 가려내는 능력도 그 중 하나였다. (54)
그 순간 아줌마가 떠올랐다. 메이 아줌마가 생각났다.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메이 아줌마가 돌아가신 뒤, 나는 한번도 제대로 울어보지 못했다. 그저 아줌마의 빈 자리를 견디는 데 급급해서 지난 두 계절 동안 내 속에 차오르던 눈물을 안으로 삼켜왔다. 하지만 그 올빼미가 눈 앞에서 사라지고 이제 이 세상에서는 메이 아줌마를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뼛속 깊이 와닿자,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침대에 공처럼 웅크린 채 온몸의 기운이 다 빠지도록 울었다. 아저씨는 나를 꼭 끌어안고는, 내가 울음으로 쏟아 내는 생명보다 더 많은 생명을 나한테 불어넣어 주었다. 아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 몸 속의 눈물이 다 빠져나가서 가뿐해질 때까지 나를 안고, 크고 튼튼한 손으로 눈물을 닦아 주었다.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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