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수요예술무대 500회 특집이었다. 매번 빠지지 않고 보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는 수요예술 무대를 꾀나 좋아하는 편이다. 요즘은 국내 아티스트들이 많이 나오는 편이지만 예전에는 좀처럼 국내 음악 프로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해외 아티스트들도 많이 나왔고 무엇보다 재즈를 많이 들려주었다. 나는 재즈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지만 대학교 2학년때 친하게 지낸 친구가 워낙 재즈를 좋아해서 나도 덩달아 조금씩 듣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재즈를 한번 알아보겠노라고 책도 사보고 뭉크몽크(지금 MM Jazz의 전신)라는 잡지도 꼬박 꼬박 사 보았더랬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서울로 주거지를 옮기면서 음악을 좋아한다던 그 친구와 같이 수요예술무대 공개녹화를 보러가곤 했었다. 당시 친구가 일명 마장스튜디오(마장동에 있음) 에서 엔지니어로 있었기 때문에 나는 친구의 빽으로 리허설부터 수요예술무대를 볼 수 있었고 진행자인 김광민씨(당시에는 이현우씨가 없었다. 그리고 이름도 일요예술무대였다. 수요예술무대는 개편때마다 요일을 옮겨다녀서 이름이 많이 바뀌었다.)와 사석에서 만나 식사를 하는 기회도 얻었었다. 그리고 한봉근 프로듀서가 수요예술무대에 가진 애착 같은것을 직접 들을수도 있었다. 그때 공개녹화를 주로 세종대 강당에서 했었는데 친구와 나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늘 수요예술무대 녹화가 있는 세종대로 가서 중개차를 타거나 리허설을 보곤 했었다.
한봉근 프로듀서는 수요예술무대에 아주 애착이 많았다. 그분께서는 김광민씨뿐 아니라 정원영씨 한상원씨 등과도 친분이 있는것 같았는데 (당시 정원영씨와 한상원씨를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공연도 자주 갔고. 또 친구가 일하는 스튜디오에서 녹음도 하셨다. ) 김광민씨와 특히 아주 친해 보였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그때 회당 제작비가 2천만원 정도 한다면서 시청률도 크게 높지 않은 프로가 그만큼 제작비를 들이려면 얼마나 힘들겠냐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그래서 그런지 아까도 언급 했었지만 수요예술무대는 이름이 많이 바뀌었다. 방송국에서 개편이 있을 때 마다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비는 시간대를 찾아 몇번이고 보따리를 싸야했다. 그래서 이름도 일요예술무대, 금요예술무대 등등 몇가지나 된다. 하지만 이런 정통 프로그램에 대한 방송국 윗분들의 이해와 한봉근 프로듀서 그리고 김광민씨의 열정이, 소위 장사 안되는 프로그램을 오늘까지 이끌어 온게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김광민씨 혼자서 진행을 하다가 이현우씨가 투입되어 더블로 진행을 하면서 재즈 일색이던 프로그램 성격도 조금 바뀌었다. 그렇다고 해서 가요프로그램들 처럼 나와서 춤추느라 립싱크를 해야만 하는 가수들이 나오지는 않았다. (음악적 장르를 가리지 않지만 그래도 어느정도의 실력이 있어야만 수요예술무대에 설 수 있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수요예술무대가 더 좋았던것 같지만 지금도 나쁘지는 않다.
김광민씨와 이현우씨는 썰렁브라더스, 덤앤더머로 불리운다. 왜냐하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지독하게 진행을 못한다. 둘다 서로를 받쳐주기는 커녕 한쪽에서 썰렁하게 만들면 다른 쪽에서도 당황하다 못해 더 썰렁한 소리를 해댄다. 그러다가 자기네들 끼리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그냥 음악이나 듣죠 한다. 몇년을 진행하면 노련해질법도 한데 그들은 전혀 바뀌지 않는다. 비밀 하나를 털어놓자면 이현우씨는 뵌적이 없어 잘 모르겠고 적어도 김광민씨는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말도 방송처럼 느리거나 어눌하게 하지 않으신다. 내 생각에는 김광민씨가 그러는 것은 한봉근 프료듀서와의 협의하에 이뤄진 일종의 컨셉인것 같다. 결과적으로 프로그램이 오래 장수했으니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나는 방송에 나와서 어눌하게 말하는 김광민씨를 볼때마다 속으로는 '에이 실제로는 안그러면서' 하곤 한다.
내가 수요예술무대 공개녹화에 가서 들었던 노래 중에서 가장 잊혀지지 않는 것은 패닉의 '내 낡은 서랍속의 바다'이다. 다른 좋은 노래들도 너무너무 많이 들었지만 나는 저 노래를 듣고 정말이지 감동 받아서 울었었다. 그때 조명과 분위기 하나하나까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어제 500회 특집에는 저 유명한 바비 멕페린 (나는 요요마와 콘서트 하는 것을 친구가 소장하고 있는 LD로 봤었는데 정말 감동적이었다.)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 배철수, 자우림의 김윤아, 박정현(리허설을 보면 그녀가 제일 열심히 한다. 정말이지 리허설때 너무 열심히 해서 오히려 녹화 들어가면 리허설만 못하다.) 섹스포니스트 마사토 혼다 등등 여러 아티스트들이 나왔다. 그 중에서도 무엇보다 바비 멕페린이 한국의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것이 참 감격적이었다. 한때 팽만식 (팻 메쓰니) 오빠와 함께 내 친구랑 나랑 얼마나 바비 멕페린에 열광을 했었던지... 내가 지금 서울에 있지 않은것이 한스러웠다. 내 평생 언제 바비 멕페린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아무튼 앞으로도 수요예술무대가 꾸준하게 살아남길 바란다. 또 언제 개편으로 밀려서 보따리를 싸고 이름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시청률이 오르지 않아서 대외적으로 압력을 많이 받더라도 꿋꿋하게 남았으면 좋겠다. 썰렁 브라더스의 농담도 이제는 썰렁하게 들리지 않을 만큼 익숙해졌고 무엇보다 한국에 이런 음악프로그램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