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를 통과하는 바람이 내게 물었다. 아직도... 그립니? - 박광수감성사진일기
박광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알라딘에서 처음 그 책을 봤을때 나는 망설임 없이 장 바구니에 담았었다. 그러나 내 참을성에 3일은 너무 길었나보다... 오늘 교보문고에 가서 박광수의 책을 냉큼 사 버렸다. (알라딘에서는 9천원인데 기냥 사면 1만원이니 여러분께서는 한 3일 참았다가 1천원을 아끼심이 어떨른지... ^_^ )

투명한 비닐. 그 안에 들어 있는 물...이미 박광수의 책을 또 만화를 본지라 망설임이 없었다. 아니 어쩌면 박광수가 아니었어도 나는 투명한 비닐과 물에 홀딱 반해서 이 책을 샀을지도 모른다. 마치 빗소리를 완벽하게 그어주는 박쥐우산이 아니라 지하철 역 앞에서 파는 푸른 비닐우산과 그 위로 떨어지는 비 처럼 내 감성을 자극했다.

책을 사면서 설레인다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일전에 어떤 책은 책에다 구멍을 내서 그 안에 작은 향수병을 넣어 주는것이 있었는데 그 책은 몹시 못 마땅했다. 비주얼이 책을 뚫은것 같아, 마치 내 심장에 드릴로 구멍을 내고 향수병을 박은듯 맘이 아팠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광수의 책은 마치 엄마의 자궁처럼 몽실몽실 공기가 들어가 있고 순수함의 대명사인 물까지 들어가 있으니... 더구나 그것들이 책을 조금도 회손시키거나 책이 책이기를 방해하지 않으니 나는 너무 좋았다. 정말 너무 좋았다.

포장에 대한 칭찬은 이쯤 하자. 그리고 책에 대해 말 해보자.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박광수는 별것 아닌, 우리가 시시껄렁한 것들이라 정의내린 것에 대해 참 각별하게 돌아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다. 한때는 그의 순수함이 못 마땅해서 -혹은 나의 순수하지 못함을 황급히 감추기 위해- 지 혼자 양심가에 따뜻한척 혼자 다 하고 앉았네 하는 다소 껄끄러운 시선을 보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박광수의 책에서 진실을 보았다.

진실은 어쩌면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진실은 마음에서 나오는것이니 참이고 거짓이 없다. 진실은 위증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 사람이 마음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설사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 해도 거짓이 아니라 하나의 진실 일 뿐이다. 진실해 지기란 얼마나 힘이 드는가... 나는 간혹 박광수의 고백을 보면서 이 사람 참 진실하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맘속에 잠시나마 품었던 나쁜 생각들 그리고 미움들을 뒤 돌아보며 인정하고 반성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므로...그것을 고치건 사과를 받아내건 간에 일단 스스로 인정을 하고 만인앞에 꺼내기란 여간해서는 힘이 든 일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잃어버리지 말았으면 하는 것들에 대한 단상. 그것은 사랑일수도 있고 그리움일수도 있다. 살면서 온갖일들을 당하고 또 먹고 살기위해 아둥바둥 거리다 보면 우린 너무 많은 것들을 그냥 스치게 된다. 그러려니... 세상 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지 뭐 별거 있나? 하는 심정으로. 혹은 그런것 마저 다 기억하고 아파하고 추억한다면 돌지도 몰라 하면서...

박광수는 몽상가는 아닌 것 같다. 그는 살기위해 누구보다 노력하고 하루 하루를 치열하게 살고 있다.그래서 그의 꿈들과 그리움은, 허공에 붕 떠있는 것이 아니라 두 발로 현실의 땅을 단단하게 디디고 서 있다.현실성이 결여된 꿈은 한낮 몽상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자신의 마음을 그리고 꿈을 가지고 밥을 벌어먹는 그가 참으로 부럽다. 우리는 설사 그러고 싶더라도 일이 아닌 따로 시간을 내어 또 돈을 들여 해야 하는데 박광수는 그것이 자신의 꿈이자 일이니 얼마나 부러운가...

나는 감히 이 책을 추천한다.먹고 사느라 뼈 빠지는 이들에게... 그리고 더운 여름이 오기전에 기분좋은 햇볕아래 재미난 책을 읽고픈 사람들에게...그들도 내가 그랬듯이 버스 안에서 도저히 참지 못해 투명한 비닐 봉투를 뜯고 이 비닐을 어디다 써 먹을까 고민하며 설레는 맘으로 책장을 여는 행복을 선물하고 싶다.

(사족 한 마디) 나는 같은책을 여러권 산 적이 딱 두번있다. 한 번은 유희열의 삽화집 이었고 두번째가 박광수의 책 이었다. 나는 정말 좋은책은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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