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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골드 - 지구의 물을 약탈하는 기업들과의 싸움
모드 발로 & 토니 클라크 지음, 이창신 옮김 / 개마고원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내가 초등학교 1학년때 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골에 가깝던 지방 소도시에 살던 내가 편의점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본 것이 그때였다. 슈퍼마켓과는 뭔가 다른 분위기, 넓은 마당, 그리고 생전 보도 듣도 못했던 물건들이 잔뜩 쌓여있던 편의점은 내게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었던 외국의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거기서 파는 수 많은 물건들 중에서 아마 가장 생소했던 것이 생수가 아니었나 싶다. 수도꼭지만 돌리면 콸콸 쏟아지는 물을. 더구나 보료차도 아닌 그냥 맹물을 병에 담아서 파는데 누가 저걸 돈 주고 사 먹을까 했었다. 그 편의점은 외국계 체인이었는데 장사가 너무 안되어서 곧 문들 닫고 갈비집으로 바뀌었지만 내 머리속에는 오랫동안 물을 파는 신기한 집으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은 자연스럽게 판매하는 또 사먹는 것이 되었다. 맹물을 판다는 사실을 신기해하던 나 조차도 체육시간이 끝나면 편의점에서 물을 사 먹게 되었고 사는 집에서는 유리병에 돌들이 잔뜩 들어가있는 등나무 장식의 거창한 정수기를 하나씩 들여놓았다. 바야흐로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던 물이 상품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었다.
그 후 생수산업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나도 스위스 산맥에 내린 눈이 녹은 물을 다른 음료보다 더 비싼 가격을 주고 사 먹는것에 대한 어떤 거부감도 사라졌다. 그러나 이게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예전에는 상품이 아니었던 것이 상품이 되는 것을 윤택해진 생활 정도로 봐야 하는 건가?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은 확실히 아주 재밌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물을 물 쓰듯이 이렇게 써도 되나? 하는 의문을 한번쯤 가져봤다면. 그리고 나처럼 물을 사먹는 것에 관해 조금이라도 생각을 해 본 사람이라면 분명 재미와는 무관하게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책에는 현재 전 세계의 물 사정과 함께 물이 점점 오염되어 가고 있는 원인.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업들의 물 장악을 위한 쟁탈전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은 단돈 몇백원에 작은 생수 한병을 사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지만 이런식으로 물에 관해 아무 생각이 없다면 멀지 않아 우리는 어떤 음료보다도 비싼 가격의 물을 마시게 될 것이다. 또한 물은 상품이 아니라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 권리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인간의 생명 유지에 있어 공기와 함께 가장 기본적으로 존재해야 할 물에 관해 그간 인간이 너무 무관심했음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