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금 달에는 닐 암스트롱이 산다
박광수 지음 / 우석출판사 / 1997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책을 읽을때 저자가 쓴 연대대로 읽지 않는다. 그랬더라면 광수생각 3편을 2편 후에 읽었어야 했고 이 책도 '그때 나를 통과하는...'이전에 읽었어야 했다. 97년에 나온 책이니까 지금부터 무려 6년 전의 박광수를 만날 수 있다. 그때 아마 페이퍼에서 시작을 해서 광수생각이 한참 이슈를 일으켰던 시기가 아닌가 싶다.
박광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아니다. (그는 글쟁이가 아니라 그림쟁이이다.) 물론 최근작을 보면 박광수도 글 솜씨가 많이 늘기는 했지만 97년작인 이 책의 경우에는 군데군데 미숙함이 눈에 많이 띄인다. 하지만 박광수의 그 독특한 생각과 느낌이 이때부터 정립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아마 박광수는 쉽사리 색이 변하지는 않는 사람인가보다. 6년 전에도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은 색깔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요즘 박광수가 펴내는 책과 다른점이 있다면 그림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요즘 책에는 사진이 등장하기도 한다.) 따라서 그의 그림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별로 권할 만 하지 않다. 책의 판형은 보기 드물게 정사각형에 가깝다. 박광수가 낸 책 중에서 평범한 판영을 가지고 있는 것은 광수생각 뿐인것 같다. 나머지는 전부 책장 어디에다 꼿아야 튀어나오거나 혹은 푹 꺼지지 않을까 고민하게 만드는 것 뿐이다. 하긴 이런것도 우리나라 책들이 전부 교과서 처럼 한가지 판형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생기는 고민인지도 모른다. 지금 현 출판계에는 책에 따라 작고 두껍게 혹은 얇고 넓게 만들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만 모여 있나보다.
다시 말 하지만 지금 박광수의 감각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오래 전에 쓰여진 책이고 거의 이 책을 시발점으로 해서 박광수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형성 되었으므로 그것의 모태를 찾아 볼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다소 문장이 어색하고 촌스러운 것은 그냥 보고 넘겨야 할 듯 싶다. 박광수의 팬이 아니라면 굳이 구입해서 보라고 권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박광수를 접하지 않은 사람 중에서 이제 막 박광수를 알려고 한다면 최근에 나온 책들 말고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부터 차근차근 읽어 나가다 보면 박광수라는 한 인간의 성장 과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이 워낙 얇고 가벼워 상당히 빨리 읽히는 책이다. 글자 사이 간격도 넓어서 읽기에 좋다. 글자 폰트가 때에 따라 뒤죽박죽 이지만 그것이 독서를 방해 할 정도는 아니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