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없으면 사는게 즐겁다 -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꿈틀이 부부의 1년간의 세계여행
홍성만.설윤성 지음 / 우물이있는집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우선 이 책의 장점을 살펴보자면

1. 필체가 무지하게 재밌다. 홍성만 설윤성 부부는 그리 심오하지않으면서도 (인도 여행기를 쓰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인이나 철학자만큼 심오하다. 그래서 읽으면서 약간은 피곤하다.) 딱 현대인들이 재밌어 할 만한 필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내용을 제쳐둔다 하더라도(내용도 재밌다만은..) 그 필체를 보며 키득이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2. 하나를 사서 두 가지를 맛 볼 수 있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나는 아이스크림중에 뚜껑부분은 아이스크림 바닥 부분에는 셔벗이 들어있는 아이스크림을 상당히 좋아한다. 이유는 하나를 사서 둘을 맛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홍대리와 설마담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면서 글을 썼기 때문에 한권을 사고 마치 두 사람의 책을 보는 것 같다. 홍대리가 조금 더 많이 쓴것 같기는 하지만 그 아이스크림에도 셔벗의 양은 약간 적으니깐 뭐...(이런식의 한심한 이해는 나만이 가능하지 않나 싶다.)

3.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그들은 게으르다. 그러다 어느날 딱 하고 여행을 떠나게 된다. 사전에 무지하게 준비하고 가서 큰 무언가를 얻겠다고 어금니 꽉 깨문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관점을 선사한다. 아무리 유명한 유적지라도 피곤하고 귀찮으면 안보는것도 괜찮다고 말 하는 그들. 여행지에서 돈 아낀것을 가장 큰 무용담으로 삼고 각 나라마다 사기치는 장사꾼 퇴치법을 무슨 필살기처럼 써 놓지 않아서 좋다. 그들은 그냥 여행을 하고 여행기를 써 놓은 것이다. 짜샤들아 여행이란 말이지 자고로 하면서 우릴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4. 사진으로만 도배를 해 놓지 않았다. 남들은 모르겠지만 내가 제일 싫어하는 여행기가 바로 사진으로 도배를 해 놓은 책들이다. 나는 여행기를 보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읽으려고 산 것인데 한페이지쯤 눈하나 깜짝 않고 사진으로만 꽉꽉 채운 여행기를 보면 약간은 화가 난다. 이들은 사진을 아주 쪼만하게 그리고 딱 필요한 만큼만 넣어두었다. 1만장이나 사진을 찍은 이들이 설마 멋진 사진 없어서 못 넣었겠나. 아마 여행기는 읽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다. 사실 각 나라에 관한 사진이야 인터넷을 뒤지면 눈 뒤집힐만한 사진을 오분 내로 건질 수 있다.

5. 대리만족을 100% 이상으로 느낄 수 있다. 여행을 가지 않고 여행기를 읽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기 보다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해서라고 본다. 그래서 나는 절대 인도를 가지 않을것이기 때문에 인도 여행기를 광적으로 보곤 한다. 대부분의 여행기는 우리에게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꿈틀이 부부의 경우는 강도가 좀 심하다.

소위 결혼해서 집을 살 자금으로난 하는 적금을 깨서 여행을 갔다 온 것이다. 결혼 후 맞벌이를 하면서 넣었을 알토란 같은 적금을 깨기란 쉽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혼자 다녀오는 여행도 물론 많은 희생을 치르겠지만 부부가 둘이서 이렇게 용감한것도 참 힘드리라 본다. 그래서 깰 적금도 없지만 있다하더라도 깨지는 못할 나 같은 소심한 인간들에게 만빵의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이상 다섯가지 이유로 나는 이 책을 추천한다. 읽어보면 다들 느끼겠지만 끝장이 다가올 수록 아쉽다. 그렇게나 많은곳을 여행했는데 책이 왜 이렇게 얇은거야 하면서 말이다. 2권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나오면 대번 살 것이다. 간만에 접한 참 재밌는 여행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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