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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ㅣ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로버트 먼치 글, 안토니 루이스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0년 5월
평점 :
여태까지 나는 참 많은 사랑을 했었다. 가족들을 사랑했고, 친구들을 사랑했고 또 가장 흔한 이성간의 사랑도 했었다. 그래서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은 거의 다 해 봤고 알고 있다고 자만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가지가 남아 있었다. 자식을 향한 사랑. 사실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태어나서 꼼지락 거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내 배를 발로 뻥 찰만큼 크지도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아주 어렴풋하게 알것 같기도 하다. 이게 엄마가 아이에게 가지는 느낌이구나 하고 말이다.
모성신화라는 말을 좋아했었다. 모성은 신화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걸 보면서도 나는 그걸 순수하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자기만족. 내지는 이 사회가 마땅이 그래야 한다고 씌워준 규칙을 따르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맹목적인 사랑이라고 말로는 그러지만 내가 보기에 우리 엄만 나에게도 끊임없이 뭔가를 바랬다. 그게 사랑이건 혹은 물질적인 형태이건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씩 깨달게 된다. 사랑은 이기적이라서 무조건 주기만 하는건 없다는걸 말이다. 내가 주면 나도 받기를 바라는거다. 그게 비록 나를 향해 웃는 미소. 어설픈 옹알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단 우린 그걸 댓가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어찌되었건 피드백이 없는건 아니다.
이 책은 모 알라디너께서 내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선물한 책이다. 아직은 태어나지 않은 아이이지만 나는 이 책을 붙잡고 열심히 읽었다. (그에게도 시켰으나 안 들으니만 못했다. 어찌나 목소리가 걸걸하신지) 그리고 왕년에 방송국에서 목소리로 먹고 산 실력을 발휘. 매우 닭살스러운 목소리로 읽었다. (한국어 닭살은 괜찮으나 영어 닭살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내 억양 및 발음에 영 자신이 없어서 소리내어 읽는건 그다지 많이 하지 않았다. 행여나 나중에 식민지 발음을 할까봐...
아직은 잘 몰라서 뭐라고 말하기 힘들지만. 나는 엄마가 아이를 사랑하는건 그런거라고 생각한다. 내 몸에서 열달 동안이나 품고 있던것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말이다. 물론 그게 사람들이 말하는 목숨과도 같은 사랑일지 아니면 그보다 더 가벼울지는 개인적 차이다. 같은 사랑을 해도 남자가 바뀔때마다 불같이 타오르는 여자들이 있는가 하면 저게 연애질인가 싶을 정도로 밍밍한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자식을 향한 사랑도 그런것 같다. 유난하고 극성스럽고 대단한 무언가만 모성애는 아니다. 낳아서 길러야지 라는 마음. 그 마음을 먹는것도 사실은 참 큰 사랑이다. 사랑 없이는 어떻게 한 인간을 책임지고, 그 인간이 나와 비슷해질때 까지는 돌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겠는가 말이다.
책의 내용은 엄마가 아이를 끝까지 사랑한다는 내용이다. 사랑한다는 노래 부분이 반복된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테이프 레코더가 없어서 듣지 못하고 있다. (우리 나라는 벌써부터 CD 천국 아닌가. 영국은 좀 더딘가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약간 서글프기까지 하다던데. 뭐 사는게 다 그런거 아니겠는가. 특히나 엄마가 아이에게 주는 사랑은. 또 다른 누군가의 자식들인 우리들만 봐도 알듯. 그대로 돌려받기는 어려우니까 말이다.
언젠가 아이가 태어나고 한국말을 다 하고, 그리고 나서 이걸 종알종알 읽는날도 올까? 아직은 요원해 보이는데 시간이 흐르면 그런 날도 오겠지? 그때까지는 내가 읽으면서 기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