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최고의 섹시 가이와. 이에 뒤지지 않는 최고의 섹시 걸이 만났다.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는 그 내용이 어찌 되었건 간에 이들을 한 화면에 담았다는 것. 더구나 부부로 나온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게 화제거리가 된다. 더구나 이 두 사람은 브레드 피트의 전 아내 제니퍼 에니스톤이 끊임없이 의심을 했던 사이가 아닌가. 여기에다 액션까지 가미된다. 브레드 피트의 경우 파이트 클럽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두드러지는 액션을 보인적이 없지만. 우리의 여전사 안젤리나 졸리는 툼레이더의 이미지가 아직도 여전히 남아있다. 졸리의 액션에 비해 브레드 피트가 다소 처지긴 하지만 뭐 어떤가. 섹시함과 동시에 귀여움까지 갖추고 있다면 아무리 어설픈 발차기를 선보인다 해도 여성 관객들은 충분히 나자빠져 줄 수 있다.

영화의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약 5~6년 전 콜롬비아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존과 제인. 어찌어찌 해서 결혼에 골인한다. 그리고 현재. 그들은 권태기를 느끼며 상담을 받고 있다. 이들은 서로에게 직업을 숨기며 사는데 존은 증권가이인척 하고 제인은 컴퓨터 시스템 설계자인척 한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의 실제 직업은 킬러이다. 그러던 어느날 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고 내가 살려면 상대방을 죽여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과거 장미의 전쟁이라는 이름의 쌀벌한 부부싸움 영화보다 한차원 더 업그레이드 된 초강력 울트라 메가톤급 부부싸움을 보여주는 이 부부. 과연 승자는 누굴까?

처음 만나서 서로 반하고. 그래서 데이트도 하고 손도 잡고 입도 맞춘 두 남녀는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은 3년을 가지 못한다. 뇌에서 어떤 물질이 분비되는 것이 3년이 지나면 더 이상 그렇게 되질 않는다나? 그래서 부부들은 아이를 낳는다. 권태기가 찾아오기 전에. 뭔가 둘이서 으쌰으쌰 힘을 합칠 일을 찾는 것이다. 아이를 양육하는 동안은 너무 정신이 없어서 권태로울 시간이 없다. 그러다 보면 자식키우는 재미로 혹은 세월의 정으로 살게 되는 것이다. 이건 평범한 부부들도. 브레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처럼 매력이 철철 넘치는 부부들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어떻게 보면 사뭇 위안이 되지만 어떻게 보면 또 절망스런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토록이나 매력적인 상대를 배우자로 택해도 결과는 똑같다니 말이다. (그런 배우자를 찾을수나 있느냐고 묻고 싶겠지만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영화의 시작은 이들 부부가 부부 클리닉 같은 곳에서 상담을 받는 내용이 나온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커플이지만 이들은 뭔가 문제가 있다. 다만 서로가 그 문제점이 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이들 부부의 문제점은 서로가 가장 큰 부분에 대해 감추어야 한다는 것.  즉 회사에 출근해서 개미새끼 한마

리도 안 죽이고 열심히 일하는척 하지만 사실은 날마다 사람을 죽이는 킬러가 직업임을 숨겼기 때문이다. 그러다 서로의 직업을 알게 되고 난 이후부터 새로운 매력에 흠뻑 빠진다. 마치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되는것 같은 기분마저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영화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서로에 대해 너무나 많은 부분을 알아서 이젠 흥미고 뭐고 다 사라진 부부들이 알고 보니 서로의 직업이 상상도 못했던 일이고. 또 그 일에 종사하는 상대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되어 권태기를 극복하는 부부들이 실제로 존재 할 가능성은 제로이다. 물론 드라마에서는 재벌 2세가 가난한척 하면서 평범한 여자와 결혼했다가 나중에서야 '나 실은 돈이 너무 많아서 발에 밟혀' 라고 고백을 하고. 평범한 여자는 '어떻게 나를 속일수가' 하면서 분개하다가 결국에는 사랑스러운데다 돈까지 많은 그 남자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만 말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홍반장인가? 그 영화가 그랬지 아마)

상당히 화려한 액션과 각종 첨단 기술을 동원했지만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권태로운 부부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물며 브레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같은 거의 완전무결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도 권태를 느끼는데 보통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거기다 우리는 이들처럼 서로의 숨겨진 직업따위로 새롭게 반하는 일 같은건 없다. 왜냐면 처음부터 신분을 숨겨야 할 정도로 우리들은 대단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평범한 부부들의 평범한 결혼 생활에서 오는 평범한 권태를 이 영화는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 굳이 말하자면 '늬들은 평범해서 정말 답이 안나오겠다 어쩌냐?' 정도의 위로라고나 할까.

졸리는 여기서 툼레이더보다는 조금 단계가 아래인 액션을 보여주고 브레드 피트는 오션스 트웰브에서의 이미지와 거의 비슷하다. 새로운 것이라고는 전혀 없지만. 그래도 이 두 사람을 한 화면에 담는 것 만으로도 영화는 잘도 흘러간다. 말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졸리가 얼마나 섹시한지, 또 브레드 피트가 얼마나 귀여운지만 즐기면 된다. 아무리 등잔 밑이 어둡다지만 킬러가 킬러를 못 알아볼 솜씨 정도로 각자 조직에서 최고의 실력자라는 설정이 말이 안되긴 하지만 뭐 어떤가. 어차피 영화인 것을. 

썩 잘빠지지 않은 시나리오로 이 정도까지 뽑아낼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저 두 배우의 힘이다. 단지 스크린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 만으로도 다른 모든걸 다 용서할 수 있는 배우가 두 사람이나 등장하는데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내용에 비해 지나치게 긴 러닝 타임도 이들을 오래오래 볼 수 있는 것으로 다 용서가 된다. 남자들은 졸리의 두툼한 입술과 육감적인 몸매를. 여자들은 브레드 피트의 섹시하면서도 귀여운 행동에 넋이 나가 있다가 보면 어느새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액션도 내용도 아니다. 단지 그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것도 러닝타임 내내 아주 지겹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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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5-06-18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단지 그들이 나오는'영화, 마감 하나 넘은 오늘의 님께 꽤나 잘 맞아떨어졌지 싶네요. 브래드 피트의 액션. 하면 트로이에서 방패 등에 매달고 점프해서 칼질하는 '닌자거북이'가 생각나 키득댔는데, 이거 보고 그 이미지 떨쳐내야겠어요. 꾸벅. 안녕히 주무세요. ^_^o-

2005-06-18 0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06-18 0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nnerist님. 흐흐. 화면가득 브레드 피트의 섹시함과 귀여움의 무침쑈를 보면서 어찌나 행복하던지..^^ 아. 물론 남자들은 안젤리나 졸리를 보면서 그랬겠지만요. 히히. 오늘 일을 하나 끝내고 나서인지 무척 홀가분한 마음으로 영화를 봤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홀가분하게 알라딘질을...^^

속삭이신분. 어디 심야 영화라도 보러 가시지 그러셨어요. 하긴. 맥주 한캔과 기다리던 책을 읽는것도 꽤 탁월한 선택인것 같습니다만^^ 저는 요즘 주말에 약속이 없는게 너무 익숙해졌어요. 그냥 그러려니가 아니라 아예 느끼지 조차 못하고 있답니다. 흐흐. 나이가 드는게 이렇게 사람을 무뎌지게 하나봐요.

마립간 2005-06-18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올해 두번째 영화로 개봉 첫날 보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설정(플라시보님이 언급한 부부로 살면서 최고의 킬러가 상대를 못 알아보거나 가슴과 등의 방탄복에는 총알이 수 없이 박혀있어도 머리 팔 다리에는 총알이 알아서 피해가는 등)이지만 영화내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두 사람의 사랑 싸움이 이 영화의 재미입니다. 만약 대중매체에서 브레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연인으로 의심되었다는 이야기를 보지 못했다면 이 영화를 안 보았을 가능성이 많았을 것 같고 보았어도 그렇게 재미있게 보지 못 했을 것 같습니다. 영화내내 부부사이에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영화 줄거리와 두 사람의 실제상황과 오버랩되면서 영화를 보았습니다.

플라시보 2005-06-18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흐흐. 저도 이 영화 꽤나 재미있게 봤습니다. 다만 영화속의 부부들은 저렇게 권태기를 킬러라는 이색 직업으로 인해 극복하지만 현실의 부부들은 어쩌나 (더구나 우린 그들처럼 끝내주는 몸매와 페이스도 없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도 결혼을 하기 전에 권태기가 찾아오면 뻥 하고 터트릴 한방을 준비해야 할까요? 하하^^ (두 사람 스캔들 꽤나 오래 되었죠? 얼마전 제니퍼 에니스톤이 브레드 피트와 결별한 이유를 그의 애정행각 때문이라고 하더라구요. 너무 잘난 배우자를 두는것도 이래저래 골치아픈 일인것 같습니다..쩝)

바람돌이 2005-06-18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저는 이 두사람만으로 모든걸 용서할 수 있습니다. 애고 보고싶어라....

클리오 2005-06-18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캐스팅 비용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군요...

플라시보 2005-06-18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흐흐. 저도 그랬습니다. 그거면 족하더라구요. 그 두 사람이 화면가득 나와서 계속 말을 하고 움직이는데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클리오님. 히히. 거의 그렇다고 봐야겠죠? 근데 다른데 돈도 좀 들였더라구요. 두 남녀가 워낙 과격하게 싸워서리...하하

비로그인 2005-07-19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정말 저도 저 영화 재미있게 보았지요. 브래드피트의 귀여움에 넋을 잃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