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렸을때 나는 영화 속에서 남자 주인공들이 양복 품에서 꺼내어 마시는 저 휴대용 술병이 너무나도 가지고 싶었다.
무슨 술을 휴대용 병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까지 마셔야 하나 싶었지만 그래도 그들이 피우는 굵은 시가와 함께 저 휴대용 술병을 한모금 들이키는 포즈에는 뭔가 모르게 낭만이 깃들어 있었다.
한국에서는 나는 한번도 저 휴대용 술병을 들고 다니는 남자를 보지 못했다. 어쩌면 내가 못 봤을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영화에서 저 술병이 가장 감동적이었을때는 리빙 라스베가스에서 여자 주인공이 알콜 중독자인 남자 주인공에게 휴대용 술병을 선물했을때가 아닌가 싶다.
처음 만났을때 남자가 여자에게 그런다. 술끊으라는 얘기만 하지 말라고.
여자는 남자의 그런 마음을 너무도 잘 헤아리다 못해. 급기야는 휴대용 술병을 선물하기 까지 한다. 알콜 중독자에게 휴대용 술병을 사 준다는건. 빨리 퍼마시고 죽으라는 소리라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그녀는 정말로 그를 사랑하고. 그래서 그가 사랑하는 것 마저도 그래도 인정을 해 주는 것이다. 자고로 사랑하면 그래야 하지 않을까? 내 마음에 들도록 혹은 세상 잣대에 비추어 보았을때 똑바르지 않은 부분을 뜯어 고치려고 하는게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해 주는것. 현실적으로는 조금 불가능 한 일이지만 멋있기는 더럽게 멋있는 사랑이 아닌가 싶다. 근데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위해서 변화할수도 있고 또 상대방을 좋은 쪽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에이 잘 모르겠다. 휴대용 술병 얘기하다가 왜 이쪽으로 빠졌을까? 삼천포도 이런 삼천포가 없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