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3부작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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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리뷰를 쓰기 전에 나는 남의 리뷰를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남들이 아무리 칭찬을 해도 내가 아니다 싶으면 아니다로 쓸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 만큼은 남들의 리뷰에 신경이 쓰였다.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에 대한 알라딘 리뷰는 총 19개 이며 별점은 평균 4점이다. 거기다 Editor's Choice까지 찍혀 있다. 나는 다시 한번 나에게 질문을 했다. '이렇게 대단한 책인데도 재미 없었어?' 내 대답은 안타깝지만 '응' 이었다. 저 위에 리뷰 제목은 내가 뉴욕 3부작을 읽는데 걸린 날을 표시한 것이다. 그러니까 2004년 6월 19일날 폴 오스터의 책을 처음 잡기 시작해서 2004년 6월 30일날 책을 다 읽은 것이다. 무려 12일이다. 소설을 12일동안이나 읽는다는건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재미가 없었다는 소리이다.

평소에도 나는 책에서 재미라는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편이다. 좋은 책이고 뭐고 간에 일단 재밌어야 읽히니까 나에게는 너무 당연한 기준이다. 더구나 책이 소설이라면 두 말 할 필요 없이 재미가 가장 우선시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은 재미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재밌었다고 하는데 적어도 나에게는 너무도 지루하고 화가 나는 소설이었다. 12일동안 포기하고 다른 책을 읽어버릴까 수도 없이 망설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를 할 만한 소설은 아니었으므로 (내 최초의 포기 소설은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였다. 젠장맞을 너무 어려웠다.) 나는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 책을 읽었다. 그래 니가 아무리 재미가 없어도 내가 글자 하나 단어 하나 문장 하나 그렇게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언젠가는 끝이 나겠지 하면서 이를 악물었다.

이 소설은 총 3개로 나뉘어져 있다.  [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있는 방] 이 그 세가지이다. 우선 유리의 도시는 어떤 남자가 아버지를 감시하기 위해 퀸이라는 탐정을 고용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두번째 유령들은 블루라는 남자가 블랙이라는 남자를 감시 해 달라는 의뢰를 맡았는데 알고보니 블랙 역시 블루를 감시하고 있었더라는 내용이며 마지막 잠겨있는 방은 과거의 친구가 사라지면서 한 남자에게 자신이 쓴 글을 출판해줄 것을 부탁한 내용이다. 유리의 도시와 유령들은 서로 상관없는 것 처럼 보이지만 마지막 잠겨있는 방을 읽게 되면 3부작 모두가 하나의 내용으로 연결이 된다. 사실 이런식의 구성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뭐랄까 서로 연결이 되기에는 부족한 점들이 많다.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져서 연결이 된다기 보다는 그냥 이름이나 장소등이 같기 때문에 '아. 같은 내용이구나' 정도로 느낄 뿐이지 치밀한 구성에 혀를 내두를만 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폴 오스터는 탐정과 굶기 그리고 걸인 같은 생활이 그의 소설에 큰 모티브인것 같다. 지금까지 달의 궁전과 뉴욕 3부작 까지만 읽어 보았지만 그의 소설들은 거의 비슷비슷한 내용이었다. 사실 나는 달의 궁전과 뉴욕 3부작을 뒤섞어도 하나의 책이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보다는 주인공이 기억하는 진실에 의존하는 형태라서 그런지 사실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고 식의 구성은 상당히 헤깔린다. 그래서 언듯 상관없어 보이던 3부작이 모두 하나의 얘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어디까지가 사실이며 어디까지가 주인공의 착각인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화자도 한명이 아니라 처음의 화자가 나중에는 다른 인물이기도 하고 두번째 화자가 첫번째 얘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는등 머리 나쁜 나로써는 상당히 고생스러운 책이었다.

책이 좀 헤깔리더라도 만약 내용이 재미있어서 술술 읽혀갔더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폴 오스터의 책은 흡입력이 떨어졌다. 달의 궁전만 하더라도 앞 부분은 상당히 재밌다가 뒷부분 부터는 어서 읽어치워야지 하는 의무감으로 읽었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독자들은 감흥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이 소설이 지루함의 끝간곳을 체험하게 해 주는 소설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을 했던 책이고 추천까지 받은 책이지만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시간 소모에 지나지 않았다. 폴 오스터의 책을 한권 더 사두었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그 책에도 역시 탐정이 등장해서 감시를 할 것이며 노숙자 생활을 하고 굶을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늘 비슷한 소재로 길게 글을 써대는 폴 오스터가 존경스럽긴 하지만 솔직히 재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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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7-01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전 그래도 괜찮게 읽었는데, 님은 오스터랑 궁합이 안맞으시나봐요.

플라시보 2004-07-01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아쉽게도 그런것 같아요

부리 2004-07-01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 책 재미있게 읽었는데, 님은 오스터랑 컨셉이 틀린가봐요?

갈대 2004-07-01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잠적하신다는 줄 알았어요...-_-;;

panda78 2004-07-01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집 구하러 다니느라 바빠서 글 못 씁니다.뭐 이런 건 줄 알고 깜짝 놀랬어요.. ^^;;;
달의 궁전 추천한 사람으로서 살짝 죄송해집니다. ㅡ.ㅡ;;

플라시보 2004-07-01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갈대님 그리고 panda78님. 아무리 제가 집 구하느라 바빠도 글 쓸 시간은 있습니다.^^ (더구나 알라딘에 쓰는 글은 모조리 회사에서 씁니다.) 그리고 달의 궁전 추천하신거 미안해 하지 마세요. 그럼 제가 여기다 그저 그랬다고 올리는게 미안해 지니까요. 사람마다 다 보는 눈이 다르고 느끼는 감정이 달라서 그런거지요. 저도 예전에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랑 내가 전부터 말했잖아를 추천하고 '너무 재미없다 이게 뭐냐' 라는 원망을 들은적이 있습니다만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흐흐^^

마태우스 2004-07-01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부리님한테도 답글 달아주는 게 어떠신지요. 부리 걔가 굉장히 그런 데 민감하거든요.

플라시보 2004-07-01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그러지요^^
부리님~ 폴 오스터랑 컨셉이 틀리다기 보다는 뭐랄까 좋은 책이었지만 그냥 저한테는 잘 맞지 않은 책이었어요.

marine 2004-07-15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책 읽는 취향이 비슷하시네요
저도 남의 리뷰에 상관없이 제가 좋다고 느껴야 좋은 책이고 (물론 고전은 제외) 모든 책은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믿거든요
"달의 궁전"을 읽은 계획인데 왠지 저도 님처럼 폴 오스터랑 안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