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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데이 서울
김형민 지음 / 아웃사이더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권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좋은 책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아주 절실하게 와 닿지는 않는다. 나는 이미 데모가 이땅에서 거의 사라진 무렵인 95학번이기 때문이다. 이한열 열사라는 말이나. 민중이라는 단어보다는 학회장하고도 차 하나 못 뽑으면 병신이다 같은 소리가 더 익숙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다닌 대학이 지지라도 공부와는 인연이 없는 나 같은 인간도 쉽사리 들어갈 만큼 소위 따라지였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대에 좋은 대학을 들어간 내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역시 데모와 화염병 같은 것과는 아무 상관없는 대학 생활을 해 나가고 있었다.
저자는 70년생이며 89학번이다. 따지고 보면 나와 10년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정말로 다른 세대라는 것이 존재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깊이 와 박혔다. 더 나이든 사람들이 쓴 소설은 읽기에 무리가 없었지만 나와 고작 6살 차이가 나는 사람이 쓴 대학시절은 정말이지 나에게는 책에서만 등장할 수 있는 그 무엇이었다. 그 차이는 책을 읽는 내내 결코 좁혀지질 않았다. 내 세대는 아무도 데모를 하지 않고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그저 어떻게하면 술이나 마시고 놀러나 갈까 고민하는것 이외에는 아무 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학교 6학년때 나는 이사를 갔지만 전학을 가기가 싫어서 다니던 국민학교에 계속 다녔었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등교를 해야 했는데 그때 어떤 대학 앞을 지나야만 했다. 대학 앞에는 늘상 체류탄으로 눈과 코가 따가웠다. 나는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다 같은 학생인데. 나이가 좀 많은 저들은 무슨 불만이 저렇게 많을까 하고 말이다. 친구랑 싸우기만 해도 벌을 서는 판국인데 저 학생들은 화염병을 던지고 저렇게 공부도 안하고 떠들면 나중에 뒷감당을 어떻게 할까? 이게 어린 내가 그당시를 바라보던 시선의 전부였다. 그 이상은 생각할 머리도 없었으며 내 주변에는 그들이 뭘 위해 싸우는지 설명해줄 대학생이 한명도 없었더랬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좀 한심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겪지 않았고, 몰랐던 일에 대해 진심으로 느끼기는 힘들다. 그것도 이미 다 지나간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 글 자체가 나의 무지를 한없이 드러내는 것이겠지만 사실이니 별 수 없는 것이다. 95학번이 이럴진데 00학번쯤 되면 이 책은 어쩌면 왜 읽으라고 난리를 치는지 모르겠다 쯤이 되어 버릴지도 모르겠다. 읽는 내내 좋은 책.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것을 느꼈지만 진심으로 잘 읽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만큼 나는 너무 모르는 것이다. 허나 이 책을 읽어 그 귓퉁이라도 알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