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햇님의 인터넷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내사랑 싸가지는 결론부터 말 하자면 정말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이 아닌 꼭 봐서는 안될 영화이다. 작게는 영화비가 아까운 것에서 크게는 우리나라 영화계 전체에 대한 실망으로 인해 저따위 영화를 지키려고 스크린 쿼터가 존재하나 하는 다소 과대망상으로 까지 발전할 위험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내용을 살펴보자. 여고생 하지원이 연하에게 차이고 기분이 다소 엿같으셔서 길을 가다가 깡통을 발로 찬다. 근데 하필이면 이 깡통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대학생 김재원에게 날라가고 순간 깡통을 피하려다 드리받아서 범퍼에 기스가 난다. 김재원은 범퍼 칠하는데 300만원이 든다면서 돈을 내 놓으라고 하고 하지원은 당연히 돈이 없다면서 버틴다. 도망가려던 하지원을 잡아내서 부모에게 이른다고 말 하고는 노비문서에 서명을 하게 한다. 노비 문서는 하루 일당 3만원을 기준으로 100일동안 김재원의 노비가 되어 300만원을 갚는다는 것이다. 한동안 노비로 시달림을 당하던 하지원은 어느날 범퍼 칠하는데 많아야 2만원 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고 김재원에게서 벗어난다. 하지만 벗어나는 과정에서 그동안의 억울함을 다소 오바스럽게 복수한 하지원 때문에 이번에는 역으로 김재원이 복수를 하려고 든다. 바로 하지원의 과외선생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둘은 서로에게 사랑의 삐리리한 감정을 느끼고 이를 눈치챈 하지원의 엄마에게 걸려 김재원은 과외를 고만 하게 된다. 하지원은 새로운 과외 선생과 공부를 하게 되고 갑자기 돌변한 김재원 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열심히 공부해서 김재원이 있는 대학의 법학과에 합격하고 감격스런 재회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하지원의 새로운 과외 선생은 김재원이 소개시킨 사람이고 실제로는 합격했지만 합격자 명단에서 뺀 다음 실의에 빠진 하지원을 김재원이 짠 하고 나타나 위로해 주면서 합격증서를 내민다.
인터넷 소설을 가지고 말이 되니 안되니를 따지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게 영화화 된 이상 여기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가 없다. 가장 첫번째 문제는 바로 스토리가 확 튀어버린다는 것이다. 마치 문제 있는 CD를 플레이 시켰을때 2:24초 부문을 재생하다가 갑자기 4:05초 대로 확 건너뛰는것 처럼 그야말로 풀쩍 점프를 해 버린다. 처음에는 서로 원수같던 두 사람은 갑자기 연애 감정을 느낀다. 하지원의 경우는 김재원에게 걸려 온갖 막노동과 시달림을 견디다가 김재원이 사기 친 것을 (범퍼 칠하는 값이 300만원이라고 한 것) 알게 된 이후 막가파식 복수를 한다. 그리고 모든게 끝났다고 손 털려는 순간 과외선생이 되어서 나타난다. 과외 선생이 되어서도 김재원은 하지원을 괴롭히는 것을 그만두지 않는다. 툭하면 발로 머리 때리고 거의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한다. 그런데 갑자기 하지원이 김재원을 좋아한다. 이유는 해변에 놀러 한번 데려가 주고 번지점프 같이 해 준것 때문이다. 그 두가지 이유로 철천지 원수처럼 여긴 김재원에게 울고 불고 꿇어앉아 빌 정도로 사랑해 버린다. 아무리 사랑이 그냥 퍽 하고 오는 것이라고 하지만 원수와 저 두가지 일을 했다고 해서 사랑하게 되는 여고생이 있다면 그건 기적이다. 이 기적 이외에 또 한가지 기적은 바로 하지원이 대학을 가게 되는 과정이다. 더이상 뭐라 입도 대기 싫은 돌대가리 하지원은 김재원이 입학한 명문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몇 달 바짝 공부한다. 그리고는 댐시 명문대학 법학과에 입학을 한다. 우리나라 입시 교육이 암만 지랄스럽지만 몇 달 공부한다고 초등학교 수준의 영어도 못하던 애가 대학을 그것도 법학과를 들어 갈 수는 없다. 차라리 알고보니 하지원이 천재였더라 하는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김재원. 그는 영화상으로 볼때는 잘생기고 돈 많고 거기다 명문대까지 다니는 멀쩡한 대학생이다. 그런 그가 자기 차에 깡통을 던진 하지원을 노예로 만드는 것 까지는 억지로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그 아이를 사랑하게 되어버리는 것에는 정말 할 말이 없다. 계속 발로 차며 구박을 하다가 번지점프대에서 하지원이 떨어지자 몸바쳐 그애를 구하는 장면은 정말 예술이다. 첨에는 아무 생각이 없던 김재원은 어느날 문득 하지원을 죽도록 사랑하게 되어 버린다. 그래서 하지원을 대학가게 만들려고 헤어지자고 하고 과외선생을 붙여주고 자기학교 수재들을 모아 하지원을 위한 예상문제 출제반을 만든다. 그런다음 하지원이 대학에 떨어진 것 처럼 하기 위해 총장을 설득 합격자 명단에서 빼 버린다. 그래놓고는 구리구리한 기분으로 서 있는 하지원에게 실은 너 합격하셨지롱 하면서 합격증을 내어 놓는다.
이 소설을 쓴 이햇님은 보나마나 고등학생이나 중학생임이 뻔하다. 아니면 그렇게 말도 안되게 대학에 떡 하니 붙어버리는 상황을 만들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김재원의 친구가 총장 아들이라서 김재원이 총장에게 하지원이 합격했지만 명단에서 빼 달라는 부탁 따위가 먹혀들어간단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대학을 안 가본 사람만이 해 볼 수 있는 생각이다. 그래 좋다. 이햇님은 그렇다 치고 영화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들은 뭘 했는지 모르겠다. 조금이라도 각색하거나 말 되게 고치면 살인나나 보다.
처음부터 이 영화는 10대를 대상으로 기획되어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저렇게나 유치하고 저렇게나 말이 안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바보같은 여자라도 부자에 잘생긴 남자를 만나 그 남자의 마음만 얻으면 암만 돌대가리지만 그 남자의 도움으로 대학도 갈 수 있으며 혼자서는 도저히 꿈 도 못꿀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만약 이걸 보려는 10대가 있으면 차라리 우뢰매를 보는게 훨씬 좋을거라 충고 해 주고 싶다. 비록 나는 미쳐서 봤지만 저걸 볼 멀쩡한 20-30대가 없다는 가정하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