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재판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안철흥 옮김 / 아침이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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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헨리 키신저. 그는 미국의 국가안보 보자관을 지냈고 국가안보협의회 의장과 국무장관을 역임한 닉슨 행정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였습니다. 미국 외교에 전면적으로 등장하면서 소련과 미국의 긴장완화정책인 데탕트를 추진했고, 전략무기제한협정을 성사시켰습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개선시켰고, 베트남 분쟁을 해결하고 평화 유지에 애쓴 공로를 인정 받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이력은 그가 세계적인 평화의 전도사로 비춰지게 합니다. 하지만 저자인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기밀 해제된 자료에 입각하여 미국의 외교 전략에서 세계 평화는 수사일 뿐, 미국의 국가 이익을 위해 모든 것이 기획되고 실행된다는 점을 말하고 있으며, 그러한 미국 외교 전략의 정점에 있는 헨리 키신저는 전쟁 범죄자이며, 대량 학살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키신저의 행위가 한 나라의 외교정책이라는 거대한 행위 중 일부이기 때문에 그 행위가 범죄행위일지라도 책임을 전적으로 키신저에게 부과할 수는 없지만, 일반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것인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명실상부하게 키신저가 저지른 범죄를 히친스는 크게 6가지로 분류합니다. 키신저는 인도차이나 민중에 대한 무차별 대량 학살을 계획하고 입안했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대량 학살과 암살을 공모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 칠레에서는 합법적 대통령에 대한 살해 계획과 은폐를 했고, 마찬가지로 민주주의 국가 키프로스에서도 국가 수반을 살해하는 계획에 관여했습니다. 동티모르에서도 학살을 선동하고 유도했으며, 워싱턴에 거주하던 언론인들을 납치하고 살해하는 계획에 관여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도덕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을 뿐더러, 미국 국내법 혹은 국제법으로도 용인될 수 없는 것들입니다.

뉘른베르크 재판과 마닐라 재판에서 사용된 기준이 베트남전을 주도한 미국 정치가들과 관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면, 그들도 독일과 일본의 전쟁범죄자들과 똑같은 결말을 맞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뉘른베르크 검사장 텔포드 테일러 

키신저는 베트남 분쟁을 해결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베트남에서 키신저 때문에 평화협정이 4년 늦춰졌으며, 이로 인해 죽지 않아도 될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당시 미국 대선이 눈앞에 있었는데, 키신저는 남베트남 입장에서 민주당이 진행하던 평화협정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이끌 수 있다고 군부를 설득해 결과적으로 평화협정을 미루게 만들었습니다. 4년 뒤 당시 진행하던 조건과 동일한 조건으로 평화회담이 이루어졌는데, 이는 무의미한 피를 4년이나 흐르게 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평화협정의 연장은 키신저를 기회주의적인 학자에서 국제적인 유력자로 출세하게 만든 사건이였습니다. 덕분에 4년간 공식적으로 20,492명의 미군 병사가 더 죽었고 인도차이나 사람들의 사망수는 셀수조차 없었습니다.

또한 키신저는 베트남에서의 장기전을 지속할 것과, 라오스와 캄보디아로 전쟁지역을 확대시킬 것을 주장했습니다. 결국 미국은 전면적인 맹폭격을 가했는데, 당시 프랑스의 드골은 닉슨 행정부가 무슨 권리로 인도차이나에 폭격을 했는지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그에 대해 키신저는 갑작스러운 철수는 체면과 신뢰도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답변을 합니다. 4년동안 미국은 인도차이나에 450만톤의 고성능 폭탄을 투하했는데, 이는 2차 세계대전 기간의 전체 폭탄 투하량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입니다. 확대 폭격 결과 라오스에서는 35만명의 민간인이, 캄보디아에서는 60만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추정치는 최고 추정치가 아닙니다. 한 개인의 체면이라는 가치가 백만이 넘는 희생자와 그의 서너배가 넘는 피해자를 낳은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전세계에 전파한다는 미국의 야심찬 주장과 달리 미국은 칠레와 키프로스의 민주주의를 파괴시켰습니다. 당시 칠레는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고도로 발전한 다원주의적 민주주의 국가였습니다. 유권자 3분의 1은 보수당에 투표하고, 3분의 1은 사회당과 공산당에 투표하며 나머지 3분의 1은 기독교민주당과 중도주의 정당에 투표하는 선거 지형이 만들어졌고, 칠레의 민주주의의 미래는 매우 밝아 보였습니다. 1970년 좌파 진영의 살바도르 아옌데가 36.2퍼센트의 지지율로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었는데, 이는 칠레 극우파와 펩시콜라와 같은 일부 대기업, CIA에게는 저주나 마찬가지인 사건이였습니다. 키신저는 즉시 대응했고, 선거 과정에 군부가 개입하는 것을 엄격하게 반대해온 칠레 군 참모총장인 레네 슈나이더 장군을 살해토록 합니다. 결국 피노체트가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고 칠레의 민주주의는 붕괴하게 됩니다. 피노체트 독재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미국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합니다. 피노체트 독재정권이 벌인 국제적인 암살, 유괴, 고문 협박에 미국 정부가 연계되어 있었으며,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키신저의 가장 극단적인 행위 가운데 많은 것들이 표면적으로는 반공주의의 이름 아래 행해졌습니다. 하지만 기만적이게도 키신저의 개인사업은 돈만 된다면 공산주의라 할지라도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키신저는 자신의 회사를 통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록히드, 코카콜라, 한국의 대우, 피아트 등의 회사와 거래를 했는데, 중국과 유고슬라비아와 같은 공산권 국가의 회사도 있었습니다. 노동조합 금지, 강제 노동 수용소, 일당 독재 이데올로기를 통해서 안전한 투자를 보장하는 정권을 위해 키신저는 손발 걷고 외교적 역량을 동원했는데, 그런 모습은 과연 그가 외치던 반공주의가 무엇을 위한 것이였는지 의문이 들게 합니다. 결국 키신저의 양면성은 미국이 수없이 외쳐온 세계평화와 반공이라는 메시지는 허울뿐인 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뉘른베르크 판결 이후 윈스턴 처칠이 전시참모장이였던 헤이스팅스 이스메이에게 한 말은, 그러한 정치재판에 있어 승자의 역사를 잘 대변하고 있다. "전쟁에선 이기는 것이 최고로 중요하네. 만약 졌다면 자네와 내가 무슨 봉변을 당했을지 훤하네. 이번 판결이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 《나는 죄 없이 죽는다》 

히친스가 이러한 키신저의 죄목을 상세히 나열한 책을 낸 것은, 키신저가 이러한 명백하고도 수많은 범죄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직까지 벌을 받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세계적인 유명인사로 떵떵거리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키신저는 고대 철학자 아나카르시스가 말한 '법은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만 강한 거미줄과 같다'는 격언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만약 키신저를 기소하지 못한다면 정의는 이중 삼중의 공격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어떤 권력도 법을 초월할 수 없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적이고 절대적인 원칙이 침해당할 것이라고 히친스는 지적합니다. 유명 무명의 수많은 희생자들의 이름으로 법의 심판을 가할 때가 왔다는 히친스의 주장이 현실이 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우리는 그동안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왔고,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 앞에 떳떳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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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호황 - 불 꺼지지 않는 산업, 대한민국 성매매 보고서
김기태.하어영 지음 / 이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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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있는 경쟁력 있는 산업을 말함에 있어서, 이 산업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산업은 한 해 거래량이 4,699만 건에 달하며, 거래규모는 6조 6,258억원이고, 산업 종사자는 대략 14만 명이나 됩니다. 무엇보다 경쟁력 있는 부분은, 이 산업이 거래하고 있는 대상이 대한민국 남성 10명 중 4명에 달한다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이 산업은 경제의 규모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하는 전통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산업은 바로 '성매매' 입니다. 저자 김기태와 하어영은 성매매 실태 조사 보고서를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과연 성매매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대한민국에서 성매매 산업이 뿌리깊게 정착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는 정부의 적극적인 성매매 지원에 있었습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위안부를 고용해 위안소를 운영했으며, 그 대상은 국군과 미군, 유엔군이였습니다. 박정희 정권은 외국인 상대 접대부를 대상으로 교양 강습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국가의 선결 과제는 벌거벗은 아가씨를 국산으로 대체하는 것이였습니다. 1970년에 주한 미군이 1만 8천 명 감축되었는데, 이 때문에 정부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경제기획원 장관이였던 김학렬은 미군이 줄어들면 외환 수입이 약 8천만 달러가 줄어들 것이라고 증언했고, 정부는 보건 당국과 경찰이 협조해 위안부의 교양을 강화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브루스 커밍스는《그들만의 세상》에서 '변화 속에서도 한미 관계의 한 요소는 변함없이 지속되어 왔는데, 그것은 미국인 남성에 대한 성적 서비스, 여성육체 거래 요구 등 세대를 이어 지속되고 있는 여성의 종속' 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대담하게 이런 끊임없는 환락에 대해 주목할 것을 요구하기라도 하면, 서울행 기차에서 내려 윤락가로 던져진 시골 소녀들의 애처로운 울음소리를 묻어버리고, 미국인의 수중에 떨어진 수많은 어린 소녀들에게 굴욕을 강요하면서 온갖 너절한 변명거리를 쏟아낸다. 침묵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이런 일이 논의의 주제가 되더라도 그것을 정당화할 것도 없이 모든 한국 여성을 미국인에게 즐거움을 주는 잠재적 대상으로 삼는 사회구조만 끊임없이 짜내면 된다. 이것은 전체 한미 관계를 위해서나, 한국에서 복무하는 젊은 미국인 남성세대가 한국에 대해 갖게 되는 최초의 기억을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측면이다. 남성 입성식은 곧바로 시작된다. 한 나이든 '한국 전문가' 에게 아내와 함께 서울에 갈 예정이라고 말하자 대뜸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잔치에 왜 샌드위치를 가져가죠?" - 《그들만의 세상》p.207 

이런 정부 주도의 성매매 관리는, 파출소 옆에 유흥가라는 조합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이해하게 해 줍니다. 어째서 성매매를 단속할 수 없는가 하는 문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성매매가 돈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성매매 산업은 단순히 관련 종사자들만 연관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 성매매 업주는 "누가 강남을 먹여 살리나? 강남을 누가 먹여 살리는지 잘 따져 보면, 어느 누구도 우리를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합니다. 경찰이 성매매 규제를 하면 관련 업소 뿐 아니라 지역주민의 상당수가 항의를 합니다. 지역 경제가 업소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입구에 경찰이 배치되면 어느 정도 업소들의 영업을 막을 수 있지만, 당장 다음날 인근 상인들이랑 여성들이 항의하러 찾아온다."며 규제의 어려움을 털어놓습니다. 이런 위풍당당한 집창촌이나 단란주점과 같은 성매매 알선 업소도 전체 성매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5퍼센트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75퍼센트는 우리 주변에 더 가까이에 있습니다.

성매매를 구입하는 남성의 경우, 학력과 수입이 높은 남성의 경우 성매매 빈도가 높았습니다. 또한 처음으로 성매매 업소를 찾은 계기는 70퍼센트가 군대 입대 혹은 군대 휴가를 들었습니다. 대부분 술자리가 매개였고, 집단 혹은 선배들과 단체로 업소를 찾았습니다. 또한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로 집단으로 술을 마시고 집단으로 성매매 업소에 가는 형태를 보였습니다. 이렇게 단체로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남성들에게 침묵의 카르텔 효과를 가져옵니다. 개인이라면 하지 않을 행동도, 집단이라면 가능한 것입니다. 보고서는 성 구매 행위가 남성들간의 집단성과 동성 사회성을 발현하고 확인시켜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성 구매를 포함한 접대 문화가 정착된 상황에서 성 구매에 동참하지 않으면 이상한 놈이나 배신자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식에서 남성의 성매매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구매하는 일상적인 경제 행위이며, 성매매 여성도 원해서 한다는 합리화를 하는 경향을 강하게 보였습니다.

남성의 성매매는 개인적인 성적 욕구보다 오히려 군대나 회식, 접대로 이어지는 남성 집단의 문화와 더 깊이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 배은경 서울대 교수 

성매매를 하는 여성의 경우, 성매매 여성 중 절반은 20살 이전에 성매매로 유입된다고 합니다. 청소년 여성을 성매매로 떠미는 계기는 가정 불화나 가출의 경험, 가족 폭력 혹은 성폭력입니다. 청소년의 경우 가출을 하거나 부모에게 버림받는 경우, 정상적인 노동시장에 접근하기 힘듭니다. 대부분의 일자리가 청소년을 받지 않을 뿐더러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정상적인 일을 하더라도 계속적인 굶주림에 시달릴 수밖에 없으며, 오직 성매매 시장만이 청소년들에게 활짝 열려 있습니다. 성매매 시장은 청소년들에게 그럴듯한 음식과 따뜻한 잠자리를 제공해 주지만, 다른 성매매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빚에 구속되는 삶이 시작됩니다. 빚은 빚을 부르며, 몸이 유지되는 한 성매매 업계에서 빠져나가기 힘듭니다. 한국여성들의 성매매는 해외에까지 진출해서 인권 단체 「폴라리스 프로젝트」에 따르면, 워싱턴 디시에서 영업하는 성매매 업소의 95퍼센트 이상이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다고 하며, 경찰청은 일본에서 일본인을 상대로 하는 한국인 성매매 여성이 3만명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매춘부들에게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는 누구일까? 놀라지 마시라. 그것은 남자와 기꺼이 무료로 섹스를 하는 '일반'여성들이다. 다시 말해, 혼전 섹스가 매춘의 대체물이 된 것이다. 매춘이 다른 일반적인 사업이라면 로비스트들을 활용하여, 혼전 섹스가 매춘의 수요를 잠식하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싸웠을지도 모른다. 혼전 섹스를 범죄로 규정하는, 또는 적어도 혼전 섹스에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법안이 통과되도록 애썼을 것이다. -《슈퍼 괴짜경제학》p.54 

산업자원부는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가 OECD 최고 수준인 국내총생산 대비 38퍼센트로 나타났고, 이 가운데 유흥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퍼센트에 이른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가운데 많은 부분이 성매매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성스러운 나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성을 바라보는 관점, 제도적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이데올로기의 문제 등 많은 변수가 뒤섞여 있기 때문에 성매매 문제를 어떻게 판단할지는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성매매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약 성매매를 줄이고 싶다면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슈퍼 괴짜경제학》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사회문화적으로 연애를 장려하면 성매매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청소년의 일자리 선택 폭을 넓히거나 남성들의 집단문화를 바꾸는 것, 혹은 가정문제를 도와서 가출을 막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성매매 문제를 어떻게 판단하던 간에, 그 기반에는 현실을 정확히 직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책은 두 개의 정부 보고서를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대한민국이 얼마나 '성매매 공화국' 인지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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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순수함과 거짓말 - 디즈니 문화에 대한 비판적 고찰과 교육적 대안
헨리 지루 지음, 성기완 옮김 / 아침이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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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디즈니의 작품을 한번이라도 접해보지 못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설령 극장에 가서 보지 못했더라도, KBS에서 일요일 아침8시마다 방송해줬던『디즈니 만화동산』을 통해 디즈니의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라이온 킹』을 비롯해 꽤 많은 수의 디즈니 작품을 봤고, 그중『판타지아 2000』은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당시 디즈니는 굉장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는데, 디즈니의 성공이 얼마나 놀라웠으면『라이온 킹』의 판매수입을 자동차 판매량과 비교하며 우리도 디즈니같은 작품을 만들어서 문화산업으로 돈 좀 벌어보자는 글을 본 적도 있습니다.

디즈니가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합니다. 1997년만 해도 3420만 명이『멋진 디즈니 세계』를 시청했고, 380만 명의 가입자가 디즈니 유선 방송을 봤으며, 79만명이 디즈니 테마 공원을 방문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수치가 겨우 1주일치 통계라는 사실입니다. 디즈니는 미디어 및 문화 공간을 좌우하는 몇 안 되는 기업 집단의 일부로서 시민정신과 소비주의, 시민적 가치와 상업적 가치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디즈니의 대상이 어린 아이들이라는 점에서 그 영향력은 더 중요합니다. 벤자민 바버는《국가》에서 어린이들의 진정한 교사는 학교 교사나 대학 교수가 아니라 영화 제작자, 광고주, 연예인들인 대중문화 종사자들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MIT보다 MTV, 하버드보단 디즈니가 더 영향력이 있는 시대인 것입니다.

디즈니사의 회장인 아이스너는 디즈니가 지닌 이데올로기에 대한 시각이 국가에 대한 애국심과 상응하며, 디즈니는 국민 정체성의 보편적 형태를 만들어낸 해설자 역할을 자임한다고 말합니다. 디즈니는 순수함이라는 의미를 강조함으로써 이상적인 대리 부모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점을 선전하지만, 순수함의 개념은 디즈니의 상업성, 이데올로기, 권력 추구라는 이미지를 정화해주는 수사학적인 것입니다. 디즈니의 상업적 성공과 아이들에 대한 영향력은 상업문화가 공공문화를 대체하고 시장경제의 언어들이 민주주의의 언어들을 대신하면서, 소비중심주의가 어린이들에게 제공되는 유일한 시민정신이 되었으며, 그 선두에 디즈니가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리처드 쉬켈은 디즈니를 "맹목적인 애국주의, 자본가들의 도덕에 대한 맹신, 중산층의 섣부른 취미, 인종 차별, 기업의 이윤 조작, 사회의 획일성에 대한 덤덤한 수용을 양산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아이들의 상상과 환상을 자극하고 순수하고 건전한 모험을 하고 싶은 충동을 유발시키는, 그저 유익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사회 문화적 메시지는 많은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정글 북』에서는 인디언을 폭력적인 야만인으로 묘사했고,『알라딘』에선 인종차별적인 노래로 아랍 문화를 묘사합니다.『인어공주』나『미녀와 야수』에서 보여주는 여성의 수동적인 역할을 강조합니다. 젊은 여성에 대한 전통적 편견에 도전하는 대담한 여성 전사가 등장했던『뮬란』조차도 그녀의 용기에 대한 대가는 장군의 미남과 연관됩니다.『인어공주』를 통해 여자 아이들은 욕망과 힘을 얻는 방법은 멋진 남자를 잡아서 사랑하는 것밖에 없다고 믿도록 길들여집니다. 동화 이론가인 잭 자입스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들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어린이에게 성에 대한 유해한 편견을 심어 준다. 그런데 어른들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근본적으로 해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내재하는 인종차별은 노골적인 표현과 더불어 아프리카 출신 미국인들과 다른 피부색의 사람들에 대해 복잡한 표현을 기피하는 은근한 태도로 구체화됩니다. 그와 동시에 백인의 형상은 중산층의 사회관계와 가치체계, 언어사용 등의 특권적인 표현을 부여하여 보편화시킵니다. 더욱이 역사나 개발 그리고 식민지적 잔재를 배태하고 있는 서구문화에 대한 대표적인 입장은, 에드워드 사이드가《오리엔탈리즘》에서 동양주의에 대해 언급하면서 말했듯이, 동양에 대한 서양의 지배적인 사고로 자리잡은 서구의 제국주의적인 해석입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비민주적인 사회관계에 대한 찬양입니다. 남성이 통치하고 엄격한 규율이 사회 계급을 통해 지켜지고 지도력은 사회 지위에 따라 결정되는 식의, 표면적으로는 완곡해 보이는 표현들은 보다 엄격한 계급사회, 군주시대로의 회귀를 갈망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타협은 복종의 대가로 얻어지고 모든 힘과 권위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현상임을 암시하며, 이런 생각들은 어린이들에게 인종차별, 인디언 대학살, 성차별, 민주주의에 대한 그릇된 사고를 가지게 만듭니다.

저자 헨리 지루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비단 디즈니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지루는 우리가 그동안 자본의 논리인 시장의 법칙을 민주주의라고 착각해 왔으며, 얼핏 어린아이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서만 존재할 것 같았던 미키 마우스와 같은 유희도 권력과 부의 산물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제한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 책이 2001년에 나온 책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 후에 과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소비주의와 자본주의, 민주주의라는 거창한 관점에서의 변화는 알기 어렵지만, 알기 쉬우면서도 인상적인 변화는 있었습니다. 디즈니의 최근 작품인『공주와 개구리』에서 최초로 흑인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각색 과정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제기되었고, 여러 부분에서 변경이 이루어진 점을 감안해보면 아직도 지루의 비평은 유효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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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의 에로티시즘
프랑크 에브라르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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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은 나쁜 시력을 보완하고 강한 햇빛을 가려주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물입니다. 하지만 안경은 단순한 사물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안경은 본래의 기능과 별개로 상징적, 사회학적, 미학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마치 팬티나 스타킹 그리고 가터벨트와 비슷합니다. 안경을 쓰면 개인 몸의 외관이 변합니다. 안경은 자연의 산물이자 문화의 산물이기도 한 새로운 흔적을 몸에 부여합니다. 안경은 피부에 밀착됨으로써, 눈 주위에 집결됨으로써 유기체와 분리될 수 없는 실체가 되어 몸을 확장하는 장신구가 됩니다. 점점 더 정교해져가는 안경의 형태와 재료는 안경이 실용적인 물건에서 얼굴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물건, 즉 예술적 창작의 대상으로 승격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술과 패션과 산업의 교차점에서 안경은 성적 매력의 이미지로서, 그리고 고급 진열대에 진열될 수 있는 유희적 개념으로서 그 위상을 드러냅니다.

현대에 들어서 눈부신 의학기술의 발달 덕분에 눈이 나쁜 사람도 안경을 쓰지 않을 수 있는 시대가 왔지만, 이전에는 안경은 안경을 사용하는 사람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였습니다. 즉 안경은 그 사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데 한 요소가 됩니다. 원과 둥근 형태의 상징체계는 왕관이나 반지 같은 이미지와 사물에 강력한 힘과 성스러운 가치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안경이 신체 도식의 일부를 이루므로 그것은 몸의 다른 기관들만큼 의미 있는 것이 되며 특히 코 위에 올려지면서 상징적, 성적 의미를 갖게 됩니다. 과거의 관상학자들은 코의 크기와 남성의 성기 크기를 동일시하기도 했습니다. 영화나 연예계의 유명 인사들이 검은 안경을 착용한 사실은 검은 안경의 신화를 창조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스타의 정체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대중은 그 신화 속에서 많은 것을 길어냅니다. 스타의 전유물인 검은 렌즈는 사회적, 성적 성공의 상징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사람에게 있어서 지각하려는 열정, 보려는 욕망은 야릇한 성적 충동을 이루기도 합니다. 노출증과 관음증은 상반되면서 보완적인 요소들로 짝을 이룹니다. 검은 안경을 쓴다는 것은 몰래 엿보는 쾌감과 은밀히 보여지는 기쁨을 줍니다. 타인들의 시선에서 만족할 만한 자신의 이미지를 발견하고, 자신의 존재가 갖는 힘을 가늠하고, 욕망의 대상이 된 자신을 느끼려고 애씀으로써 검은 선글라스를 쓴 주체는 매혹을 향한 추구를 계속해 나갑니다. 안경은 관음적 충동을 통해 소비재를 뛰어넘어 환상의 능동적 매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경의 이 기능은 초현실주의적 미학이 현실의 원칙을 쾌락의 원칙으로 대체하고 있음을 밝혀줍니다. 감출 가능성을 제공하는 안경은 무엇보다 노출을 위한 핑계나 구실이 되기도 합니다. 감춰진 신체기관의 가치를 은근히 높이는 구실을 하기도 하는데, 안경은 관습과 수줍음에 거짓 타협을 하고 눈의 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하는 것입니다. 눈으로 하여금 결국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무엇을 떠올리게 만드는 안경은 호기심과 흥분을 일깨워줍니다. 그것은 곧 수줍음과의 타협이요, 에로티시즘의 출발점입니다.

안경의 에로티시즘에 대한 비교적 과학적인 해석도 있습니다. 캐롤린 피츠와 베르나르 르 그렐은 근시와 세계적인 톱 모델들의 눈부시게 긴 다리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른 시기에 성인과 같은 몸매를 자랑하는 모델들의 지나치게 빠른 성장은 무엇보다 눈 주위의 칼슘 부족을 초래할 것이며, 그것이 안구를 길어지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또한 근시는 눈을 살짝 수축시키면서 동공은 크게 열도록 만들어 시선이 광채를 띠게 되어 강렬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때문에 사람들이 그레이스 켈리, 마릴린 먼로, 카롤 부케, 샤론 스톤, 니콜 키드먼 등의 초점 잃은 눈에 매료된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안경은 우리를 하나의 정체성에 가두는 것에서 벗어나게 해 줍니다. 안경은 세상과 타인을 더듬어 모색해가는 실험의 장으로, 꿈과 병리학과 무절제의 장으로, 결합과 유통, 접속과 중첩을 창출하는 다양성의 공간으로 이끕니다. 눈이 강렬함과 명료함의 변주를, 빛과 그림자의 동요를, 눈길의 마주침들을 허용할 때, 안경이 욕망에 감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육신들 사이로 지나갈 기회를 제공할 때 시선의 윤리와 에로티시즘은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안경을 씀으로써 세상과 타인을 안경을 통해 접하게 됩니다. 명료함과 흐릿함 사이, 보려는 욕망과 감추려는 욕망 사이, 현실과 미화된 현실 사이에 안경이 있습니다. 안경은 나와 욕망 사이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욕망의 보호자이자 가해자가 되며, 때론 스스로 욕망을 일으키는 페티시가 되기도 합니다. 물질과 생각, 육체와 정신 사이의 이행과 소통의 장소인 안경은 정복해야 할 사랑의 공간을 향해 열리며 순수하고 단순하며 경이로운 성애를 꿈꾸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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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지도 -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리처드 니스벳 지음, 최인철 옮김 / 김영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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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과 서양인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피부색일까요? 아마 이 책을 본 뒤라면, 피부색보다는 사고방식의 차이가 더 동양과 서양을 구분하는 기준에 적합하다고 말할 것입니다. 저자 리처드 니스벳은 영국, 미국식의 서양적 사고방식과 한국, 중국, 일본식의 동양적 사고방식을 실증적으로 비교분석 함으로써 두 가지 방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양과 서양이라는 다소 단순한 이분법이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평균적으로 존재하는 차이에 대하여 충분히 논할 수 있고, 이런 논의는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일 것입니다.

서양적 사고방식의 경우 대표적으로 그리스 문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했고, 논쟁 문화를 꽃피웠으며, 관찰을 통한 기본 원리를 추구하는 행위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어떤 사회던 독립성과 상호의존성이 혼재되어 있지만, 서양적 사고방식은 독립성에 강조를 둡니다. 에드워드 홀의 표현을 빌리자면, 서양적 사고방식은 저맥락 사회입니다. 사람을 맥락에서 떼어내어서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집단을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기 개념의 차이는 서양인들로 하여금 자신의 독특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만들기도 합니다. 독립된 사회에서 살기 때문에 자신을 전체로부터 독립된 존재로 여기며, 개성을 중시하며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합니다.

서양은 부분을 봅니다. 때문에 세상은 단순하고,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 일 자체에만 신경 쓰면 된다고 믿기 때문에 세상이 통제 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양인들에게 이런 생활의 통제감이 개인의 정신 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서양은 본성론에 주목합니다. 살인사건에 대한 해석에서 미국 학생들은 사건의 원인이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범인의 내부적 특성인 만큼 상황이 달라졌어도 동일한 사건이 일어났으리라고 말합니다. 이런 단순한 세계관은 기본적 귀인 오류에 취약하고 세상을 보는 눈이 더 좁다는 단점이 있지만, 과학의 영역에 있어서는 매우 유용합니다. 단순한 모델은 검증이 쉽고, 개선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과거 서양의 과학 이론들은 오류의 수정에 수정을 거쳐 현대의 과학 원리를 확립하는 토대가 됩니다.

동양적 사고방식의 경우 대표적으로 중국 문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관계를 중시했고, 타협을 추구했으며, 실용적인 정신을 추구했습니다. 어떤 사회던 독립성과 상호의존성이 혼재되어 있지만, 동양적 사고방식은 상호의존성에 강조를 둡니다. 앞에서 말했던 표현을 빌리자면, 동양적 사고방식은 고맥락 사회입니다. 고맥락 사회에서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유동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주변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개인은 각기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할 때, 각기 다른 사람이 된다는 동양의 신념은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인간 관계의 조화를 추구하게 합니다.

동양은 전체를 봅니다. 때문에 세상은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이 자주 바뀐다고 믿기 때문에 세상은 통제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환경을 바꾸기보다는 스스로를 환경에 맞추려고 합니다. 연구 결과 동양인들은 자신을 통제해줄 사람이 주변에 있을 때 더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동양은 상황론에 주목합니다. 살인사건을 해석할 때 동양 학생들은 범인의 주변 환경이 달랐더라면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으리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런 복잡성 추구 경향은 서양적 판단 방식보다 세상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더 나은 경향을 보이지만, 과학의 영역에서는 유용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과학적 원리를 서양보다 먼저 이해했고 많은 유용한 도구들을 만들어 냈지만, 그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하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차이점 외에도 동양과 서양은 많은 차이점을 보입니다. 언어학적인 부분에서 동양은 동사를 통해 세상을 보며, 서양은 명사를 통해 세상을 봅니다. 또한 서양은 논리를 중시하고, 동양은 경험을 중시합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데에는 다른 생태 환경의 영향이 큽니다. 다른 생태는 다른 경제를, 다른 사회구조를, 다른 인식론을 만듭니다. 농경이 주 산업이였던 중세시대에는 서양도 그리 개인주의적이지 않았으며, 중세시대의 서양 농부들은 사고 방식이나 사회적 행동 양식이 동양의 농부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세 이후의 급격한 사회적 변화가 지금의 서양적 사고방식을 만들었습니다. 홍콩의 경우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특성이 공존하는 독특한 곳입니다. 홍콩 사람들은 동양 문화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보게 되면 동양식으로 사고하고, 서양 문화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보면 서양식으로 사고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런 반응은 동양계 미국인들에게도 나타납니다.

이런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의 차이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합니다. 모든 문화가 서구화될 것이라는 견해, 혹은 문화간 차이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두 사고방식의 차이를 연구하면서, 문화적 차이가 수렴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서양적인 것과 동양적인 것이 서로 결합되는 상태에 도달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서양은 점점 동양적인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고방식이 쉽사리 줄어들 수 있냐는 견해에 대해서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특성들은 전적으로 고정되어 있어서 결코 변할 수 없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사회심리학자 조앤 밀러는 문화적 차이가 사회화 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밀러에 따르면 어린아이들 사이에서는 문화에 따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나 사춘기를 지나면서부터 차이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문화적 사회화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동양과 서양이 서로의 사고를 이해함으로써 두 문화의 특성이 함께 공존하는, 더 성숙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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