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똥장수 - 어느 중국인 노동자의 일상과 혁명
신규환 지음 / 푸른역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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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포에니 전쟁의 주인공이 한니발인 것처럼, 역사에 관한 서술은 위인 혹은 승자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그러나 역사학자 하워드 진이 말한 것처럼, 역사를 이해함에 있어서 아래로부터의 역사 또한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격동의 20세기 전반의 중국 역사를 다룰 때 보통은 장제스부터 시작해서 유명한 사람들이 나열되겠지만, 저자 신규환은 독특한 사람들을 주목합니다. 오랜 세월 동안 중국의 하층민이었던, 똥장수들입니다. 똥장수들의 삶을 통해 바라보는 중국의 역사는 또 다른 재미를 독자들에게 선사합니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먹고 살기 위해 농촌에서 도시로 인구가 유입되는 현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농촌 지역이었던 전라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타향살이를 떠나 하층민이 되는 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베이징의 똥장수 사회도 마찬가지인데, 주로 산둥반도에 살던 산둥인들이 먹고 살기 위해 청나라 시절부터 베이징에 건너가 똥장수가 되었습니다. 똥장수 사회는 일반적인 똥장수와 법적으로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구역을 가진 분도가 있었고, 가장 상위 계층으로 분뇨를 보관할 수 있는 분창을 가진 분창주가 있었습니다. 똥장수 사회는 철저한 계급주의 사회로, 극소수의 분창주들이 대부분의 부를 벌어갔고, 대부분의 똥장수들은 최하위 계층의 삶을 살았습니다.

분창주는 똥장수에게 숙식과 월급을 제공하는 보호관계였으나, 똥장수는 분창주의 일상적인 착취와 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똥장수는 베이징 사회의 대표적인 도시하층민으로 그들은 대부분의 소득을 식품비와 연료비 지출에 사용했다. 소득에서 병원비나 약값에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똥장수는 영양결핍과 과로에 의해, 결핵, 호흡기병, 위장병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았고, 기생충병이나 하지정맥류 등으로 고통받았다. - p.70 

똥장수들은 사회 최하위 계층의 사람들이었지만, 사람이 살아가고 사회가 돌아가는데 필수적인 일을 했기 때문에 하층민임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똥장수들은 대부분의 이윤을 분창주들에게 뺏겼지만, 그 부족분만큼 일반 서민에게서 충당했습니다. 똥을 안치우면 아쉬운 것은 시민들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시민들을 울며 겨자먹기로 똥장수들에게 필요 이상의 비용을 내야 했고, 물장수 등과 함께 미움을 받는 직업이 되었습니다. 당시 사람의 똥은 단순히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농업에 사용되는 연료로 이용되었기 때문에 똥을 보관하고 되팔 수 있었던 분창주들은 큰 부를 쌓았고, 몇몇 분창주들은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독점적 영업권을 이용해서 시민들로부터 웃돈을 뜯어 낼 수 있었던 물장수, 똥장수들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날로 커져 갔습니다. 시민들은 상수도, 하수도 관리를 정부가 관리하기를 원했습니다. 신해혁명 이후 등장한 현대국가에게 있어서 위생개혁은 꼭 필요한 과제였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상하수도 설비 구축은 재정 부담이 큰 사업이기 때문에 즉각적인 개선이 어려웠고, 장비, 인력, 재정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에서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생개혁은 점점 일정한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도시환경은 개선되기 시작합니다.

급수시설의 안전을 강화하고 감시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돈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들 떠오르는 기술들이 비싸다는 것은 차지하고, 이와 유사한 기술들은 시장 이익이 적으면 상업적으로 개발될 것 같지도 않다. 많은 공공정책 이슈와 마찬가지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것은 문제 해결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도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식수 혁명》p.226 

깨끗한 물을 시민들에게 공급한다는 수돗물 시스템과 사회기반시설을 통해 하수를 처리한다는 개념은 물장수와 똥장수들에게 큰 위협이 되었습니다. 반발이 심해지자 정부는 똥장수들을 회유해 국가기관의 일원으로 등록시키고자 했지만 예산적인 면에서 문제점이 많았습니다. 똥장수들은 유례없는 대규모 시위를 했고, 분뇨처리업 개혁의 추진자였던 시장이 사임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똥장수들은 변화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습니다. 똥장수라는 직업은 몰락했고, 하수처리를 담당하는 것은 국가가 맡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똥장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베이징에서 살아갔던 똥장수들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상하수도 체계가 가져다주는 소중함을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수도꼭지를 틀면 마실 수 있는 물이 나오고, 변기를 내리면 오물이 사라집니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이것을 자명한 사실로 받아들입니다. 특히 도시의 사람들이 그러한데, 서울의 경우 거의 100%의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환경이 갖춰진 것은 몇십 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물의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언제라도 생활수준이 수십년 전 수준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깨끗한 물은 생명의 연장 측면뿐만 아니라 삶의 질적인 문제에서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입니다. 오늘날 북경 똥장수는 존재하지 않지만, 북경 물장수는 아직도 존재합니다. 뛰어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수돗물보다 깨끗하지 않으면서도 수돗물보다 비싼 생수를 파는 물장수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똥장수들의 등장과 몰락의 역사를 바라보면서 현재 승승장구하고있는 물장수들의 모습을 보는것은 아이러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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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X 승부조작의 진실
데클란 힐 지음, 이원채 옮김 / 다람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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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선수는 신사적인 페어플레이 정신을 가져야 하고, 공명정대한 방법으로 경기규칙을 준수해야 하며, 참가자로서 활동자체를 중시하며 스포츠맨십을 통해 만족감, 즐거움, 욕구충족, 자아실현을 추구합니다. 그렇기에 스포츠는 아름답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스포츠는 현재 아이들이 뛰노는 운동장에서나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현대 스포츠는 프로페셔널리즘을 추구합니다. 스포츠는 금전적, 물질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이 되었고, 스포츠 선수는 재정적, 물질적 보상을 받기 위한 스포츠 활동을 본업으로 삼고 있는 직업적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심판의 눈을 피해 효과적으로 반칙을 함으로써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선수는 프로선수로서 긍정되며, 공명정대하게 경기하다 나쁜 성과를 내는 선수는 선수의 자격이 없습니다.

올림픽과 같은 거대 스포츠 경기가 순수한 아마추어리즘을 포기하고 상업화와 연합하여 경제적인 수단으로 활용되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된다는 것은 흔히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름답지 못한 스포츠에서 아름다운 스포츠의 모습을 찾고자 합니다. 상업화는 경기 외적인 일이며, 막상 경기가 시작되면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플레이할 것이라고 스포츠 팬들은 믿습니다. 최후의 선은 지켜줄 것이라 믿고 있기에 여전히 팬들은 선수들을 응원하고, 스포츠에 열광합니다. 그러나 최후의 선을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데클란 힐이 보여주는 그것은 바로 승부 조작입니다.

승부 조작은 아마도 모든 스포츠에 존재할 것입니다. 아이스하키, 농구, 야구.. 심지어는 e스포츠에서도 존재합니다. 날아오르라 주작이여. 다른 스포츠에 비하면 한없이 작은 규모의 e스포츠마저 마재윤 사건이라는 승부 조작이 존재했습니다. 데클란 힐은 많은 스포츠 중에서도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팬을 지니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가장 승부 조작이 많을 것이라 예상되는 축구를 중심으로 승부 조작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 스포츠도 승부 조작의 마수를 피해갈 수 없듯이, 축구의 어떤 경기도 승부조작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청소년 축구 대회인 FIFA U-17 월드컵부터 각 국가들의 지역 리그들, 각종 컵 대회, UEFA 챔피언스리그, 심지어 가장 권위있는 월드컵 본선에서도 승부조작은 끊임없이 시도됩니다.

 

1950년대 영국 선수들 상당수가 승부 조작에 흔쾌히 가담한 이유는 간단하다.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선수들이 구단으로부터 가혹한 착취를 당했기 때문이다. 당시 선수들의 처우를 살펴보면, 요즘의 노동계가 경악할 만한 내용이 많다. 구단은 선수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었다. - p.160

승부조작을 왜 하느냐고 묻는다면 가장 큰 이유는 돈 때문입니다. 가난한 나라의 축구리그일수록, 구단이 선수들을 착취할수록, 돈을 적게 버는 선수일수록 승부조작을 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나 가장 부유한 나라의 축구리그에서 가장 잘 버는 선수일지라도 돈 때문에 승부조작에 가담할 수도 있습니다. 100억을 버는 사업가 중에도 1억을 더 벌기 위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강팀이라고 해서 승부조작의 유혹에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강한 팀이라도 약팀에게 덜미를 잡힐 수 있기 때문에 경기의 중요도가 높을수록 낮은 확률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 대신 확실하게 이기는 방법을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구단 관계자들은 늘 불확실한 축구계에서 확실한 승리와 성공을 원합니다. 강등 위기의 팀과 시즌 결과가 이미 정해져서 지더라도 큰 피해가 없는 팀의 경기라면 승부 조작을 하고 싶은 유혹이 들 것입니다. 때론 독특한 이유로 승부조작을 하는 사례도 있었는데, 과거에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의미로 승부조작을 한 선수도 있었습니다.

승부조작 사건을 잡기 어려운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사람들이 스포츠 정신이란 가치를 여전히 선호하기 때문에 승부조작이라는 사안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회피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승부조작이라는 것 자체가 의도적으로 했다고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데클란 힐은 과거에 일어났던 확실한 정황만을 보여줍니다. 선수들에게 승부조작을 의뢰한 도박사들의 음성을 녹음했거나, 감독의 전화를 도청함으로써 발각되어 나라를 발칵 뒤집어놨던 승부조작 사건들을 소개합니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가나, 러시아 등과 같은 곳에서 일어나는 승부조작 사건들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영국, 이탈리아 등과 같은 선진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FC나니아는 라이벌 그레이트 마리너스와 승점이 같았다. 두 팀이 모두 최종전에서 승리를 거둘 경우 프리미어 리그 승격팀은 골 득실로 가려지게 될 상황이었다. 두 팀의 경기는 같은 시각에 개시됐고 두 경기 모두 정상적인 초반 흐름을 보였다. 전반전이 종료됬을 때, FC나니아와 그레이트 마리너스는 각각 상대 팀을 1-0, 2-0으로 앞섰다. 하지만 경기의 흐름은 이상한 방향으로 급변했다. 두 경기에서 동시에 골의 홍수가 터진 것이다. 경기가 끝났을 때 FC나니아는 31-0으로 대승을 거뒀다. 라이벌 그레이트 마리너스는 28-0으로 경기를 마쳤다. 물론 골이 많이 나온 것은 우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 pp.351~352

세계적 강팀 브라질과 약체팀 도미니카 공화국이 경기를 하는 것이 승부조작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지만, 승부조작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도박에서 맞추는 것은 승, 패가 아니라 총 점수 맞추기, 오프사이드 개수 맞추기, 첫 골 득점 시간대 맞추기 등 수많은 방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승부 조작꾼은 골기퍼, 스트라이커 같은 핵심 선수들 뿐만 아니라 심판, 감독 등 누구든 조작의 세계로 유혹합니다. 조작꾼들은 돈으로 매수하는 일은 늘 실패할 가능성이 있지만, 섹스는 언제나 통한다고 말합니다. 돈은 거절하는 강직한 선수나 심판이라도 미녀의 성접대 앞에선 속수무책이라는 것입니다.

1994년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경찰이 스포츠 승부 조작 단속에 나선 결과, 자국 리그 경기의 80퍼센트가 조작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승부 조작이 가져다 주는 결과는 치명적입니다. 사람들이 스포츠에 관심을 보내지 않게 되어 스포츠 자체가 붕괴해버리기 때문입니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이제 국내 리그를 보지 않고 멀리 떨어진 유럽의 리그를 봅니다. 데클란 힐은 과거 서유럽과 미국에서 현재 축구처럼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조정 스포츠가 승부조작 때문에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거의 관심받지 못하는 스포츠가 된 현실을 말하며 승부조작이 가진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한 아저씨와 소녀들이 축구를 통해 폭력과 빈곤, 부정한 축구협회를 물리치는 희망찬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수많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이, 그리고 저자가 스포츠를 보는 것은 그곳에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스포츠라는 희망을 지키기 위해선 가장 경계해야 할 행동, 승부조작을 직시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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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노인
후지와라 토모미 지음, 이성현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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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이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노인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노인 범죄 증가가 단순히 고령화사회라서 노인 인구가 늘어난 것 때문은 아닙니다. 노인 범죄 증가율은 노인 인구 증가율보다 높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체 범죄 중 61세 이상이 저지른 범죄의 비율은 2000년 2.7%에서 2012년 7.3%로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런 경향은 우리나라만의 사례는 아닙니다. 옆나라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의 경우 고령자 수가 두 배 증가했는데, 범죄자는 다섯 배 증가했습니다. 저자 후지와라 토모미는 이런 현상을 '폭주 노인' 이라고 말합니다.

노인과 젊은이를 구분하는 이분법적 생각은 사회 전반에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혈기넘치고 비판적이고 반전운동을 하는 등의 진보적인 이미지라면, 노인들은 분별력 있고 느긋하며 관용을 베푸는 보수적 성향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노인의 이미지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꽃보다 할배식의 변화가 긍정적인 관점에서 노인의 변화를 보여준다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갈등을 빚거나 폭력을 서슴치 않고 있는 노인들의 증가는 부정적인 관점에서 노인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왜 노인이 폭력적으로 변화했는가? 후지와라 토모미는 노인이 변화한게 아니라 사회가 변화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폭력적인 노인들은 사회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현대사회는 시간에 대한 개념을 변화시켰습니다. e메일은 순식간에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SSD를 장착한 컴퓨터는 부팅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습니다. 현대사회는 기다림의 해방을 꿈꾸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다림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을 잃어버린 것은 아닙니다. 맛집엔 줄을 서며 음식을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문제는 기다림이라는 개념을 즐거움적 관점에서만 선택하다보니, 기다림을 강요받는 상황에 현대인들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택배가 늦어지면 스트레스를 받고, 지하철이 늦어지면 스트레스를 받고, 차가 막히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시간을 헛되이 보내선 안 된다고 교육을 받습니다. 어렸을 때 누구나 해보는 시간표 만들기가 그것을 잘 말해줍니다.

현대의 권력은 곧 시간을 통제하는 능력인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권력자나 부자도 한정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평등하기 때문이다. 이 평등성을 초월하는 것은 시간을 얼마나 자기중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현대의 권력이란 말 그대로 시간을 사유물화하는 것이다. - p.87

일어나면서 잘때까지, 모든 시간을 계획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자는 시간까지 줄여야 합니다. 몇시엔 학원에 가야 하고, 몇시엔 독서를 해야 합니다. 현대인에게 있어서 시간은 권력입니다. 1초에 150달러를 버는 빌 게이츠가 100달러짜리 지폐를 주울것이냐 하는 질문의 핵심은 1초에 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얼마를 더 버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더 시간을 절약하면서 동일한 부를 얻을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권력자들이 가진 힘도 시간에 있습니다. 자신은 원하는 시간을 누리면서 다른 사람의 시간을 침범할 수 있는것, 그것이 권력입니다. 때문에 기다림을 강요받는 것은 권력투쟁에서 패배했다는 것이며, 좌절과 패배감, 그리고 분노를 불러오게 합니다. 점점 더 발전하는 정보화 사회는 구성원들의 시간을 점점 절약시켜 줍니다. 그러나 노인들은 최첨단 정보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때문에 노인들은 사회에서 배제되어 간다는 생각을 느끼게 되고, 때론 분노합니다.

공간적인 관점에서도 현대사회와 노인들의 괴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은 점점 일터와 멀어지고 있습니다. 베드타운이라는 말처럼 집은 그저 잠만 자는 곳이 되고 있습니다. 마을 가게주인과 손님들이 서로 잘 알고 대화하던 시대, 많은 가족들이 한 공간 안에서 살아가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대형 슈퍼마켓에서 시장을 보고 어렸을 때부터 개인방에서 생활하며 노래는 혼자 듣는 시대입니다. 공간의 관점에서 현대인들의 갈등은 개인 영역의 침범입니다. 층간소음 문제, 기차에서의 김치냄새 문제가 새롭게 등장한 사회적 갈등입니다. 이런 것들이 갈등이 된다는 것을 노인들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과거의 방식대로 생활하면, 주변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킵니다.

'피아노 소음살인사건' 전에 소음사건은 한 건이 기록되었을 뿐인데 5년 후에는 20건, 상해사건을 합하면 3백 건으로 급증했다. 소음 자체가 급증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불쾌하게 느끼고 폭력을 휘두루는 감성이 급증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즉 소리의 영역 침범에 대해 사람들이 신경질적이 되었다는 것이다. - p.162

앨리 러셀 혹실드는《감정노동》에서 노동자들이 판매하는 새로운 상품, 감정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웃어야 합니다. 직장에서 짤리기 싫다면. 웃지 말아야 할 직장은 없습니다. 근엄한 검찰청의 검사부터, 핫팬츠를 입고 서빙하는 후터스의 직원들까지 모두 웃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판매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는 소비자도 웃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아직은 갑의 관계에 있기는 하지만, 친절한 서비스에는 착한 소비자로 대응해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사회적 매너입니다. 에스컬레이터에선 자연스럽게 한 줄로 서고, 운전중엔 감사의 표시로 비상등을 깜박입니다. 정중화된 질서를 읽어내지 못할 때 그 사람은 점차 배제되어야 할 존재, 사회의 트러블메이커가 됩니다. 노인들은 새로운 질서를 읽어내는 것에 점점 힘이 듭니다.

동사무소에서 아무 이유없이 격노하는 할아버지, 자동판매기 사용이 느리다고 서로 싸우는 할아버지들, 매일 책을 읽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주의를 주자 전기톱으로 위협하고 경찰이 올 때까지 책을 읽고 있던 할아버지, 자택 정원에 쓰레기와 배설물을 쌓아놓아 이웃과 싸우는 할아버지.. 후지와라 토모미는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폭력을 휘두르는 노인들이 증가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해 현대사회가 가지고 있는 시간, 공간, 마음의 변화를 읽어냅니다. 저자는 어쩌면 천천히 변화해 나가야 할 인간의 내면을 지탱하는 기반이 너무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폭주노인들을 통해 질문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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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0.917 - 빙산을 부수다, 사법 개혁
김희균 외 지음 / 책과함께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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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슈에 가려져 있는 감은 있지만, '법질서 확립'은 정부의 주요 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전 정권인 이명박 정부때도 법질서 확립을 외쳤고, 현 정부인 박근혜 정부도 법질서 확립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핵심 정책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법질서 확립, 법치란 무엇일까요. 이경현 변호사의 말을 인용하면, 현대적 의미의 법치는 영국에서 왕권을 제한하고 통제하기 위해서 비롯된 것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려 할 때는 반드시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의회가 제정한 법률로 하여야 하고, 행정은 이러한 법률에 따라 행해져야 하며, 재판도 법률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치는 국가가 국민에게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국가에게 요구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입니다. 국가가 법치를 강조할 때는 스스로 법을 준수하겠다는 다짐이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 사법제도의 현주소는 어떨까요? 이 책을 통해 저자들은 사법제도를 구성하고 있는 네 기둥인 법원, 검찰, 경찰, 변호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해야 할 점을 말합니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모습에서 바뀌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사법 개혁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은 일반인은 물론이고 전문가들, 관계자들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전국의 변호사와 법학교수 등 법률가 2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법이 잘 지켜지지 않는 편이라는 응답은 40%에 달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법치주의 확립이 위협받고 있는 요인으로 정·재계 인사 등 사회지도층의 반법치적 행태(60.4%)를 가장 높게 꼽았습니다.

미디어에서 대중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내고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앵커라는 직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판사는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닙니다. 법을 신뢰하고 법에 따라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판사의 판결은 결정적입니다. 사람을 죽이거나 살릴 수 있고, 재산을 다 빼앗을 수도 있는 가장 무거운 책임을 지는 일입니다. 솔로몬처럼 기적같은 능력을 가지지 않고서야 사람은 언제든지 오판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그런 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을 만들었고, 법을 기반으로 판결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판사제도는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 1128억 원 조세 포탈에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현대 정몽구 회장 700억 원 횡령에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SK 최태원 회장 1조 5000억 원 분식회계에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두산 박용성 회장 289억 원 횡령에 분식회계 2000여억 원인데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1000여억 원 횡령에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그동안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국민들의 기분이 어땠을지 혹시 생각해본적 있는가. 다들 금액이 장난이 아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보자. 금액이 크면 형량도 커진다. 그래서 50억 이상 횡령에는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그런데 위의 예와 비교해보라. 그런데도 요지부동 집행유예 5년이다. 집행유예 기간은 1년에서 5년 사이다. 최대가 5년이다. 그래서 마치 집행유예로는 최고형을 선고한 것처럼 만들어놓았다. 엄벌에 처한 것 같다. 이게 기분 나쁘다. 법을 모른다고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집행유예가 뭔가? 어차피 풀어주는거다. 결국 수천억 원 해먹어도 풀어주는 것, 이게 선고의 본질이다. - p.133 

법원 개혁에서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법원행정처 문제입니다. 인사권을 지닌 법원행정처가 관료화, 엘리트주의화, 비대화를 불러온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판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무국이 법원을 지배하는 구조는 누가 봐도 모순적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심급의 문제인데, 1심에서 유죄던 무죄던 무조건 항소하는 것이 이득인 현재 시스템과, 1심 판사가 2심 판사보다 직급이 낮고 나이와 기수도 낮은 구조가 문제입니다. 이는 불필요하게 법원뿐만 아니라 검찰의 일까지 증가시켜 업무에 시달리게 하는 상황을 만듭니다. 판사 중에서도 가장 능력있는 판사들이 1심이란 최전방에서 활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검사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범죄자들을 수사하는 사람입니다.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 대기업 총수같은 힘 있는 사람들을 잡는 사람입니다. 저자들은 우리나라의 검사제도의 문제라면 너무 정치화되어있다는점을 지적합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나 중수부 문제가 그것입니다. 또한 검사는 업무 부담이 많기로 유명한 직업인데, 이 업무의 30~40퍼센트가 고소 업무입니다. 문제는 민사적인 고소인데 형사사건으로만 해결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부분을 해결해서 검사들이 진짜 필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필요한 업무는 힘 있는 사람들의 범죄를 잡는 것입니다.

검찰이 정치검찰이 되는 길 중 하나가 정치인들이 제출하는 고소장이다. 제발 정치싸움하다가 검찰에 고소, 고발하는 일 좀 그만하자. 검찰은 정치인들 뒤치다꺼리해주는 기관이 아니다. 정치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싸우는 게 정치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국민을 설득하는 싸움을 하면 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한국 정치는 이런 고차원적인 싸움을 잘하지 않는다. - p.181 

경찰은 일반인이 가장 친숙하게 볼 수 있는 사법제도 관계자입니다. 범죄수사의 시작도 경찰이고,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경찰입니다. 도시에 필요한 것은 경찰이지 배트맨이 아닙니다. 경찰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실적주의를 수반한다는 것입니다. 인센티브는 동기부여에 얼마나 효과적이냐는 문제로 이어지는데, 사회학자들이 밝힌 연구결과는 단순한 반복 작업시에 부여하는 인센티브는 성과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만, 창의적인 판단이 필요한 작업에는 오히려 인센티브가 방해가 된다고 나온 바 있습니다. 문제는 경찰의 업무는 단순 반복 작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더군다나 경찰의 업무는 실적으로 변화시키기 어려운 일들입니다. 최근에 아청법 문제와 관련해서 경찰의 실적주의가 문제화된 적이 있습니다.

높으신 분들이 매번 강조하듯이 법질서 확립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법제도는 경제, 정치, 교육제도에서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여실히 가지고 있습니다. 위아래 문화, 패거리 문화 등이 그것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친척중에 판검사가 한명 있다면 든든하지 않을까 하는 말을 하곤 합니다. 이 말 자체가 얼마나 대한민국 사법제도가 부실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합니다. 평등한 법만이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법이 사람들을 지배하지 않으면 힘이 지배하게 됩니다. 높으신 분, 돈 많으신 분, 힘 있으신 분이 법을 초월한 존재가 되어 법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는 몰락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들은 '진정한 법질서 확립', 사법개혁을 말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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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 문화재는 누구의 것인가 - 일제의 문화재 반출과 식민주의 청산의 길
아라이 신이치 지음, 이태진 외 옮김 / 태학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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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주의가 남긴 상흔은 아직도 세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최근에 일본이 일제강점기 시절에 가져갔던《조선왕실의궤》가 다시 한국으로 반환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일본엔 한국의 문화재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일본 쇼비대학교의 하야시 요코는 일본에 있는 한국 문화재가 개인이 보유하는 것까지 합친다면 30만 점 가까이 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습니다.《조선왕실의궤》가 한국으로 반환될 수 있도록 일본 국회를 설득한 저자 아라이 신이치는 과거의 상처, 식민주의를 극복하고 미래로 다함께 나아가기 위해선 문화재 문제가 꼭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국 근대사의 역사는 문화재 약탈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병인양요때 프랑스군이 강화도에 있던 한국 문화재를 약탈해간 것을 시작으로 일본으로부터 광복할때까지 수많은 문화재가 국외로 사라졌습니다. 문화재 약탈은 학자들과 군대가 일체가 되어 국가적 사업으로 수행되었습니다. 궁중에서 수백 년 간 축적해 온 재화와 보물이 하루아침에 없어졌고, 조상의 묘들은 파헤쳐졌습니다. 조선시대, 고려시대의 유물은 물론이고 삼국시대나 석기시대의 유물까지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들은 모두 표적이 되었습니다. 문화재 약탈은 곧 역사의 약탈이기도 합니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의 문화재를 수집함으로써 국력을 과시하고자 했고, 동시에 동양 학술과 미술의 정수를 한군데 집결시킴으로써 동양의 정점에 서고자 했습니다. 문화재 약탈은 군사, 경제 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면에서도 아시아의 유일무이한 패권국가를 꿈꾸는 것으로써 탈아입구론과도 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수집한 문화재는 식민지를 다스리는 방법으로도 사용되었는데, 조선 쇠망의 원인이 상류 사회의 부패에 있다는 정체사관으로 사용되는가 하면, 일본과 한국이 본가와 분가와 같은 관계라는 일한동종설설, 고대 일본이 한반도 일부를 다스렸다는 임나일본부설 등이 등장했습니다.

중요한 역사 문서가 개인 수집가에게 매각되면 일반 사람들이 도서관이나 사료관을 통하여 집단적인 정체성이나 기억의 원천에 접근할 기회가 사라지고 만다. 과거를 상품화하면 공공 영역은 좁아진다. -《공공 철학》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세계 곳곳에서 식민국가들이 독립하기 시작하면서 약탈 문화재 문제는 중요한 안건 중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일본에 대한 연합군의 방침도 어떤 재산이 약탈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즉시 그 일체를 반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약탈 문화재인지 아닌지를 결정하기 위해 일본의 한반도 점령 기간을 1910년부터 할 것인지, 1931년(만주사변) 이후로 할 것인지의 논쟁이었습니다. 기본 규칙은 1910년(한국병합)을 언급했지만 연합군 미술기념물 과장이었던 존 스타우트 소령과 프리어미술관의 아치볼트 웬리는 1931년 이전에 있었던 한국과 일본의 불평등조약, 한국병합 등은 당시 합법적으로 성사되었기 때문에 그 이전은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연합군 총사령부는 최종적으로 중일전쟁이 시작된 1937년으로 결정했고 그 이전에 유출된 한국의 문화재는 반환 정책에서 제외되어버렸습니다.

연합군의 전후조치는 독도문제처럼 문화재 반환에 있어서도 많은 분쟁거리를 낳았습니다. 연합국의 대일 정책에 관한 최고 결정 기관인 극동위원회는 한국은 극동위원회의 멤버가 아니기 때문에 배상받을 수 없고, 일본인이 한반도에 남기고 간 재산 취득으로 만족해야 한다고 결정해버립니다. 극동위원회에는 아시아에 식민지를 많이 가지고 있었던 영국, 프랑스, 네델란드가 참여했기 때문에 탈식민지적인 의식이 부족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강화회의 역시 한국의 참가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문화재 문제는 한일 간 직접 교섭으로 해야 했고 약탈 문화재를 가지고 있었던 일본이 쉽게 돌려줄리가 만무했습니다.

대영박물관의 논리는 세계의 식민지에 군림한 대영제국시대의 의식, 제국의식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영국의 보수적인 정치가나 박물관 관계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위험한 선례가 생겨서 유럽 일대의 박물관이 세계에서 수집한 유물이나 문화재를 잃는 곤란한 상황이다. - p.193 

헤이그협약, 유네스코협약, 유니드로아협약 등이 생겨났고 세계적으로 식민주의 청산을 위한 문화재 반환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재 반환을 거부하는 선진국들의 태도로 인해 난항을 빚고 있습니다. 한국과 프랑스의 관계 뿐만 아니라 그리스와 영국 간의 엘긴 마블(파르테논 대리석 조각군) 반환 문제, 영국과 이집트의 로제타 스톤 반환 문제, 프랑스와 이집트의 오벨리스크 문제 등 돌려받고자 하는 과거 식민지 국가들과 어떻게든 오래 보유하고 싶은 과거 제국국가들간의 문화재를 둘러싼 힘싸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문화재는 원산지 사람들의 정체성이나 역사에 대한 기억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은 지역이나 민족의 자립과 정신적 독립의 증표이자 해방의 상징인 것입니다. 아라이 신이치는 미래는 전쟁 방지와 평화 정착의 길로 가야 하며, 평화 정착의 핵심에 문화재가 있다고 말합니다. 문화재 문제는 식민지 시대를 청산하는 상징적인 문제인 것입니다.《조선왕실의궤》뿐만 아니라 데라우치문고, 북관대첩비,《조선왕조실록》등이 반환되었고 프랑스도 외규장각에서 약탈한 도서들을 영구 대여하는 형태로 돌려주긴 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멉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일본에 한국에서 약탈해간 문화재가 남아있는 한, 계속해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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