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리 없이 인류의 문명을 위협하는 붉은 재앙
조나단 월드먼 지음, 박병철 옮김 / 반니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아직 철기시대에 살고 있다. 알루미늄, 플라스틱, 티타늄 등 다양한 소재들이 현대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소재는 여전히 철이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막대한 수요량을 철 외엔 만족시킬 수 없다. 현대 문명은 철의 기둥 위에 세워져 있는 것이다. 철은 수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극복해야만 하는 과제 역시 가지고 있다. 바로, ‘녹’ 이다.


수많은 영화에서 미국 뉴욕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의 여신상은 하나의 클리셰로 사용된다. 영원히 존재할 것 같은 거대한 금속 조형물의 파괴는 인간이 감당할 수 없을만한 위기를 의미한다. 그런데 영화가 아닌, 실제로 자유의 여신상이 파괴될 뻔한 적이 있다. 범인은 거대한 해일도, 지진이나 태풍도 아닌 ‘녹’ 이었다. 그 당시엔 부식은 극복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만약 자유의 여신상이 녹으로 인해 파괴되었다면, 철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았을 것이다. 다행히 자유의 여신상의 부식은 미국 전체의 관심사가 되었고,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철의 역사에 있어서 부식방지의 역사는 매우 짧지만, 혁신적인 변화는 모두 부식방지에서 비롯되었다. 철에서 강으로 변화했고, 아연을 도금했으며, 니켈과 크롬을 이용해 스테인리스스틸이 탄생했다. 페인트의 성능은 더욱 좋아졌고, 코팅기술은 더 이상 발전할 수 있느냐고 자문할 정도가 되었다. 현대과학이 제공하는 부식기술들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녹슨 철을 상상하기 힘들게 했다. 그러나 현대문명은 아직 철의 부식을 정복하지 못했다. 스테인리스는 부식이 혁신적으로 느리게 생길 뿐이다. 음료가 든 캔을 먹을 때 걱정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여전히 극소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현대문명을 유지시켜주는 중대한 임무를 맡고 있지만, 부식에 관해 방만한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나단 월드먼은 묻고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유지 보수보다 교체하는 쪽을 선호한다. 부식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쌓을만한 교육 시스템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것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철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다. 1인당 철강 사용량은 1,109.5kg로, 3위 일본의 497.3kg에 비교해 압도적 1위를 자랑한다. 과연 그 위상만큼 부식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부식방지관리와 비용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녹과 싸우는 사람들을 지지하면서, 환경과 문명에 이로운 쪽으로 개선해 나간다면 우리는 매끄럽게 빛나는 철기시대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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