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트 라인 - 보이지 않는 균열이 어떻게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가
라구람 G. 라잔 지음, 김민주.송희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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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강타했던 2008년의 금융위기는 지금도 회복이 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을 만큼 영향력이 큰 사건이었습니다. 금융위기는 많은 희생자와 이야기를 남겼고, 학자들은 위기의 원인과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 위해 분주합니다. 대형 사고가 벌어지기 전에 경고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었습니다. 최악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불러온 일본 도호쿠 대지진만 하더라도 학자들과 도쿄전력은 재앙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2008년의 금융위기 역시 소수의 학자들은 그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저자 라구람 G. 라잔 교수도 그 중 한 사람으로, 공식석상에서 금융위기가 오기 전에 위기를 경고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가 쓴《폴트 라인》은 금융위기를 다룬 책 중에서 수작이라 할 만 합니다.

라구람 라잔 교수는 우리가 인지할 수 없는 지각의 움직임이 대지진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경제 역시 다른 판형간의 충돌이 일어날 수 있으며 여러 요소가 결합되면 2008년의 금융위기처럼 큰 재해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자연의 지진은 특별히 위험한 곳과 안전한 곳이 정해져 있지만, 경제의 지진은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안전했던 곳이 순식간에 위험해질 수도 있지만, 동시에 우리는 위험한 곳을 안전한 곳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라잔 교수는 2008년의 금융위기의 분석 뿐만 아니라 다른 대형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2008년의 폴트라인 중 하나는 사회 안전망이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과거엔 사회 안전망이 적더라도 괜찮았습니다. 오히려 부족한 사회 안전망이 직장을 얻기 위한 동기부여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고용 없는 회복이 지속되면서 취약한 안전망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뒤늦게 안전망을 만들어보려 해도 전국적 규모의 강력한 노동 조합이 부재했고, 사회적 복지망에 대한 차별적 인식 때문에 만들기 힘들었습니다. 정부는 사회 안전망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고용이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경기 부양책을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면, 그것이 정치인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하고, 정부 부양책이 주먹구구식으로 도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권은 이 폴트라인을 해결하기 위해, 또다른 폴트라인을 만들었습니다. 극심해지는 소득 불평등, 임금 소득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임금을 늘리는게 아닌, 가계 대출 확대를 통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결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정치인들은 신용불량자라도, 봉급이 적은 사람이라도 내집마련을 가능하게 해 주겠다는 선심적 정책을 폈고, 유권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정부가 서민대출에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표방하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곳은 역시 금융권이었습니다.

금융권은 이전부터 안좋은 관행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회사에 수익을 안겨준 직원에겐 엄청난 보너스를 준 반면, 손실을 낼 경우엔 문책 없이 지나가는 관행 때문에 금융인들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위험을 감수한 투자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칭송되었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투자가 지속되었습니다. 폭탄 돌리기나 마찬가지인 금융권의 투자 방식은 계속 돈을 벌다 마지막에 엄청난 폭발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폭발이 엄청나기 때문에, 정부가 가만 둘 리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008년의 금융위기 역시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덕분에 일이 잘못되더라도 정부가 도와줄거란 믿음을 가지게 되었고, 엄청난 양의 부실투자를 합니다. 금융권의 판단은 옳았습니다. 엄청난 손실을 본 금융권이 무너지는 것을 정부가 구제금융이란 명분하에 도와줬기 때문입니다.

가장 파격적인 보수를 제시한 금융 기관의 경우 주식 수익률이 가장 낮았고, 반대로 그 변동 폭은 가장 컸다. 또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업에 가장 많이 관여했으며, 레버리지가 가장 높았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졌다. 결국 파격적인 보수 체계가 공격적인 리스크를 감수하도록 만들었고, 그것이 비극적인 결과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 p.292


2008년의 금융위기가 미국의 부동산 폭락에서 그치지 않고 전세계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그 폴트라인이 전세계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자금을 원할 때, 일본과 독일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수출 지향적 성장과 관리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거대한 유보금 역시 투자처를 찾아 헤매고 있었습니다. 이들 수출 지향적 국가는, 내수를 포기하고 자국민을 극도로 압박하면서 대기업엔 엄청난 자금을 쌓는 방식으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받아들여줄 시장은 미국 외엔 찾기 힘들며, 이런 불균형 상태 역시 폴트라인이 될 수 있다고 라잔 교수는 경고합니다.

라잔 교수는 이런 균열을 막는 방식을 통해 위기를 예방하자고 말합니다.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소득 불평등을 해소함으로서 임의적인 국가 부양책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과도한 봉급과 인센티브를 받는 금융권 역시 무모한 도전을 하기 힘들도록 내부 문화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손해가 생기면 정부가 해결해주리라 믿는 대기업들에게도 실패하면 그 책임을 스스로 지게 해야된다고 말합니다. 대기업이 무너지면 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럽겠지만, 대기업을 정부가 무작정 수호해 무분별한 행동을 하게 하는것이 장기적으로 더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균열들을 방치한다면, 언제든 다시 거대한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을 라잔교수는 경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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