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기원 - 난쟁이 인류 호빗에서 네안데르탈인까지 22가지 재미있는 인류 이야기
이상희.윤신영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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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을 밝힌다는 웅대한 꿈을 가진 과학자들의 노력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바로 오늘만 하더라도 학명 플리오바테스 카탈로니에, 별명 라이아로 명명된 1160만 년 전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올라왔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화석을 통해 유인원의 시조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긴팔원숭이에 좀 더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 발견이 인류의 기원을 밝히는데 있어서 결정적 단서가 되지는 않지만, 과학자들은 언제나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오늘날 진화론은 명실상부하게 현대의 패러다임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창조 과학, 지적 설계, 성경직역주의 등을 고수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특히 과학적 근거와 무관하게 신의 존재를 믿는 창조론과 달리, 성경에 쓰인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 가능하며, 이것이 창조주의 존재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하는 창조과학은, 진화와 관련된 과학전쟁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떤 면에선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진화론과 창조과학의 대립 덕분인지 많은 과학자들이 대중을 위한 저술을 하고 있고, 그만큼 좋은 진화론 책들을 만날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그중엔 숙달된 독자들을 위한 무거운 책도 있을 수 있으며, 부담없고 가벼운 책들도 있습니다.《인류의 기원》은 후자의 책입니다.

진화론에 관해서 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현재 우리의 행동들이 어떤 기원을 가지는지, 신체가 어떤 방식을 통해 구성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들입니다. 과학자들은 사회생물학, 인간행동생태학, 고인류학, 진화심리학, 문화진화론, 유전자-문화 공진화론 등을 통해 인류가 어떻게 진화하면서 지금 하는 행동들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농업을 시작하면서 왜 영양적으로 더 안좋은 결과를 초래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전할 수 있었는지, 인간은 언제부터 우유를 마실 수 있게 되었으며 현재 어른이 되면 왜 마실수 없는 사람들이 더 많은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원동력은 더 커진 두뇌가 아니라 두 다리였다던지와 같은 이야기들은 진화론과 고생물학이 우리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흥미로운 지식들입니다.

인간이 어떻게 진화되어왔다는 이야기는,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진화론의 호소력있는 메시지들은 잘못된 길로 나아가기도 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진화론은 나치와 우생학에 영향을 주기도 했고, 필트다운인의 이야기처럼 잘못된 애국심을 발휘해 과학의 눈이 멀게 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진화론은 인간이 피부색으로 인한 차별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말해주기도 합니다. 또한 인간은 협력과 이타심을 가지는 것이 진화적으로 유리하다는 이야기는 새로운 사회의 대안을 찾고자 하는 사회학자들에게 영감을 줍니다.

진화론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다원적이지만 엄격하고, 다산적이지만 자기비판적인 과학을 구축하는 것이다. -《센스 앤 넌센스》p.414

저자가 말해주는 다양한 고인류학적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는 협동, 양육투자, 여성의 성적 행동등을 이해할 수 있으며, 문화, 의사결정, 언어, 임신, 낙인찍기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습니다. 과학은 유전자관점, 혈연선택, 진화적 게임이론 등 인간행동을 탐구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공해줍니다. 이런 방법론은 근엄한 장소에서 학문적 토론을 통해 말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친구와의 가벼운 술자리에서 이야기거리로 나올 수도 있는 것들입니다. 익힌 고기를 너무 좋아하지 않느냐는 친구의 말에 우리는 리처드 랭엄의 말을 빌어 화식이 진화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원숭이에서 진화한 우리들은, 과거의 우리를 알기 위해 끝임없이 노력합니다. 그것이 지금의 우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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