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자 아이들이 더 공부를 잘할까? - 알파걸 베타보이 이야기
유진규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여학생들은 모든 주요 과목에서 남학생보다 평균 성적이 높았습니다. 국어, 영어 뿐만 아니라 "여학생들은 아마 못하지 않을까?" 하는 편견이 조금 남아있는 수학마저도 여학생들은 남학생들보다 더 뛰어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자들이 남자들만큼, 심지어 더 잘하는 모습을 보이는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 뿐만은 아닙니다. 교육 수준이 사회 지도층과 오피니언 리더등을 형성하는데 강한 요소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의 사회를 이끌 주역은 남자들보다 더 많은 여자들일 수 있습니다. 여자들의 학업능력의 변화가 여자들이 지배하는 사회를 가져오지는 않으리라고 생각되지만, 남자와 여자가 동등한 능력을 인정받는 사회로 나아가는 시작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21세기의 가치는 남자와 여자의 동등한 발전을 추구하고 있으며, 사회구조 또한 과거보다 여성적 가치라 받아들여지는 것들을 더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미디어에서는 이제 여자가 할수 없는 일은 없다며 여군 등의 모습을 비춰주고, 여성 CEO, 여성 국회의원 등 남자와 다를 바 없는 권력을 가진 여성의 모습을 소개합니다. 더이상 남자는 밖에서 일하고, 여자는 집에서 살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지 않게 되면서 심리적인 유리천장은 깨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현상을 더 잘 받아들이는 것은 과거의 지배층이었던 남자들보단, 과거의 피지배층이었던 여자들입니다. 남자들은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거나 두려워하고 있지만, 여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새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오늘날 여학생들의 성적 약진 현상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약해진 성역할 고정관념의 제거에 있습니다.

여자의 능력이 남자들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을 발휘하는 시점은 유치원에서도 발견됩니다. 야구배트는 누구에게 어울리는가, 인형은 누구에게 어울리는가 등의 성 역할 고정관념을 유치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야구배트는 당연히 남자의 것, 인형은 당연히 여자의 것 등의 높은 고정관념을 보인 아이들은 대부분 남자였습니다. 반면 여자 아이들은 남자 아이들에 비해 고정관념이 낮았습니다. 고정관념이 낮은 아이들은 리더십이 강하고 남을 잘 설득해 인기가 높았던 반면, 고정관념이 높은 아이들은 자기주장이 지나치게 강하고 남을 잘 설득하려 하지 않아 인기가 낮았습니다. 유치원생부터 조직을 리드하는 것은 여자 아이들이었습니다.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서 흥미로운 점은, 고정관념이 높은 아이들의 아버지들은 유치원에 한 번도 안 온 경우가 대부분인 반면, 고정관념이 낮은 아이들의 아버지들은 아내와 함께 유치원에 오며 육아에 많이 개입한다는 점입니다. 가정적인 남편, 직장을 가진 아내의 조합은 좀 더 나은 미래를 아이들에게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요즘 보면 여자들이 주당 80시간 넘게 일합니다. 그런데도 집안일과 양육에 남자가 참여하는 시간은 전혀 늘지 않았습니다. 양성성이란 성역할의 감옥에서 해방되자는 것인데 여자만 남자다워지는 것은 양성성 이론의 개념이 아닙니다. 남자도 변해야 합니다. - p.58


젠더의 변화에서 여학생들은 남자의 장점을 배우고 있는 반면, 남학생들은 여자의 장점을 배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단 사회의 문제가 더 강합니다. 여자가 축구를 하고, 군대를 가고, 담배를 피우고, 데이트를 주도하는 등의 '남성적' 행위는 시대적 변화라고 인정하거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남자들이 인형을 가지고, 타인에게 상냥하게 대하고, 데이트를 주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너 남자 맞냐?" 와 같은 존재성의 부정으로까지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양성성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남자들은 자신의 여성성을, 여자들은 자신의 남성성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비록 지금은 어떤 가치가 남자다움, 여자다움으로 지칭되고 있지만, 이런 변화가 계속 지속될 경우 어떤 가치가 특정 성과 연결되는 일도 사라질 것입니다.

신체적인 부분에서 남자와 여자는 분명한 차이가 있기에, 그런 부분에서의 평등은 타인의 다름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공간지각력, 손과 눈의 협응력은 남자가 더 뛰어나며, 감각기능, 언어능력은 여자가 더 뛰어나다고 합니다. 이런 부분의 차이는 분명히 인정하며,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성적에서의 여풍이 말해주는 것은, 성역할 분업에 대한 인식이 약화되는 사회, "나는 여자니까 이런 건 못한다"는 체념, "나는 여자니까 이 정도면 된다"는 제약, "나는 여자니까 더 대우 받아야 된다"는 특권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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