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찾기 경제학 - 가장 이상적인 짝을 찾는 경제학적 해법
폴 오이어 지음, 홍지수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다른 어떤 조건도 고려하지 않는 채, 상대방의 존재 자체만으로 사랑하는 맹목적인 두 사람의 이야기를 우리는 좋아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사랑 이야기에서 돈이 개입되는 것을 별로 탐탁치 않아합니다. 비틀즈는 노래를 통해 '사랑을 내게 사줄 순 없어'라고 외칩니다.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염원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현실에 그런 사랑이 별로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많은 행동은 경제학적인 동기로 이루어지며, 사랑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사랑의 경제학적인 동기는 합리적 선택 같은 심리적인 것부터, 돈의 절대적 차이라는 물질적인 것까지 다양합니다.

스탠퍼드의 경제학자인 저자 폴 오이어는 이혼한 이후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자 했습니다. 그는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서 짝을 찾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연애 과정이 철저하게 경제학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자는 사람들의 연애 과정을 통해 경제학 이론을 설명하고, 동시에 경제학 이론을 통해 사람들의 연애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탐색 이론, 신호 효과, 역선택, 빈말, 통계적 차별, 시장의 크기, 네트워크 외부효과 등 사람들이 무언가를 선호하는 과정은, 그것이 mp3 플레이어던, 쉐보레 임팔라던, 평생을 같이 할 파트너를 찾는 것이던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물건과 사람을 비슷한 방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말은, 그만큼 사람들의 특징이 물건화, 수치화되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한 결혼정보회사의 등급표처럼, 서울대 법대 출신의 판사는 1등급 남편감이 되고, 행정고시를 합격했다면 4등급 남편감이 되는것이며, 일반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면 15등급 남자가 되는 것입니다.

인생의 동반자를 고를 때에는 내 동반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상대들 중 최고의 상대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나를 선택해주는 상대들 중 최고의 상대를 고르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온라인으로 데이트 상대를 찾는 과정은 집을 구하는 과정보다는 일자리를 찾는 과정과 훨씬 더 비슷하다. - p.32


사람들은 자동차나 집처럼 비싼 물건 뿐만 아니라 신발, 가방 같은 물건을 구입할 때도 수많은 고민을 합니다. 그리고 더 탐색할 지, 구매할 지 결정합니다. 이런 의사결정 과정을 경제학에선 탐색 이론을 통해 바라봅니다. 지금 구매를 한다는 것은, 훗날 더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할 기회를 포기한다는 뜻입니다. 현재로서 최선인 선택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계속 탐색할지가 적용되는 분야는 물건들 뿐만 아니라 애인을 찾는 과정도 포함됩니다. 많이 탐색하는 것은 자신의 이상형을 만날 확률이 올라간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비싼 비용을 감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비용은 솔로 상태의 외로움, 나이를 점점 먹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탐색 비용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탐색 기간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저자는 어느정도 탐색기간이 지난 뒤에는 새로운 사랑을 찾는 것보다 자기 옆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좋을 거라고 권고합니다.

영화『다크나이트』에서 조커가 돈을 태우며 "중요한 것은 메시지"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조커의 말처럼, 연애에 있어선 자신의 신호가 얼마나 진심인지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경제학에선 신호 효과로 연구하는데, 가장 간단한 것은 상대가 마음에 든다면 돈을 마구 쓰면 됩니다. 비싼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그만큼 상대에게 마음이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강한 신호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반응이 없다면, 빠르게 포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만약 자신이 파트너를 고르는 기준이 까다롭다면, 경제학에선 두터운 시장에 갈 것을 권유합니다. 자신이 소수성애자이거나, 채식주의자거나, 엄청난 부자를 만나서 신데렐라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시골보단 도시가 좋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규모가 작은 시장이 불리한 것만은 아닙니다. 시골에 있다면 유일한 후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남성들이 외모로 입는 피해는 여성들이 외모로 입는 피해보다 더 컸고, 남성들이 외모로 보는 득은 여성들이 외모로 얻는 득보다 더 적었다. 즉 남성보다 여성이 외모로 득을 더 보았고 피해는 덜 보았다. - p.236


신데렐라 스토리를 가진 드라마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은 연애를, 그리고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하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개천에서 용 나오지 않는 사회인게 사실입니다. 재산이 상속되면서 금수저는 다시 부자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교육 역시 부의 대물림 현상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연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경제학에서 동류교배라 부르는, 끼리끼리 결혼하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재력을 가진 사람들끼리 결혼할 뿐만 아니라, 비슷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끼리 결혼합니다. 원빈과 이나영, 평범한 남자A와 평범한 여자B 이렇게 4명이 있다면, 원빈과 맺어질 확률이 높은건 이나영입니다. 외모에 대한 선호와 현실의 간극은 꽤 넓습니다. 연애를 할때 남성들은 여성들의 외모를 가장 중시하고, 여성들은 남성들의 외모와 재력을 가장 중시합니다. 미녀는 평균 외모의 여성보다 약 4배, 못생긴 여자보다 25배나 많은 구애를 받습니다. 즉 사람들의 선호는 쏠려 있지만, 미녀에게 선택되는 건 미남입니다. 이런 사실은 연애에 있어서 중요한 점을 말해줍니다. 만약 자신이 미남이나 미녀가 아닌데 파트너로 미남이나 미녀를 꿈꾼다면, 꿈 깨라는 말입니다.

비슷한 외모끼리 사귀는 경향이 있지만, 또 하나의 강력한 변수는 그런 구도를 깰 수 있습니다. 바로 돈입니다. 문제는 남성은 여성의 돈을 높게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못생긴 여자는 잘생긴 남자를 얻을 확률이 희박하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못생긴 남자는, 잘생긴 여자와 결혼할 수 있습니다. 조사 결과 한국 여성은 외모가 뛰어난 남성과 외모는 평균이되 연봉이 5,200만원 더 많은 남성을 동등하게 평가했습니다. 즉 한국에서는 연봉 2,000만원의 미남과 연봉 7,200만원의 평범한 남성은 연애시장에서 비슷한 경쟁력을 보입니다. 이런 차이점은 문화적 차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곤 합니다. 예를들어 서양의 여성들은 상대방 남성의 직업 선호도에서 변호사, 의사, 군인, 소방관을 최우선으로 선호했는데, 한국이었다면 군인과 소방관은 중간도 가지 못할 직업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연애의 경제학은 비슷한 반응을 보입니다. 저자는 경제학 이론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짝을 찾을 방법들을 유쾌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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