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산다는 것 - 세상의 작동 원리와 나의 위치에 대한 사회학적 탐구
아브람 더 스반 지음, 한신갑.이상직 옮김 / 현암사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그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대답이 있습니다. '이성적 존재'라는 답변도 가능하고, 영화『매트릭스』에 나오는 대사처럼 '바이러스'라고 답할 수도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인간은 엄청나게 다양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것을 함축적으로 말하기 위해선 다의적이고 때론 추상적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가장 무난한 답변은 아마도 '사회적 동물'이 아닐까 합니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과 관련된 모든 것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필요로 합니다. 일본에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다른 사람과의 사회적 관계를 거절하는 히키코모리 현상마저도 나와는 다른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네덜란드의 사회학자 아브람 더 스반은 유럽에서 저명한 사회과학자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사회학 뿐만 아니라 정치학, 역사학, 심리학 등 인간과 관련된 학문을 연구했으며, 라디오 통신원, 다큐멘터리 제작 등 방송인으로서의 경력을 가지고 있고, 수필 등으로 문학성까지 인정받았습니다. 유럽 9개 의회에서 내각이 구성되는 과정을 분석한 논문을 통해 모델과 역사를 조화시킨 공로로 왕립학술원에 선출되었고, 작위를 받았습니다. 그는 사회 조직과 구조에서 인간의 합리성을 찾고 있습니다. 합리적 선택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역할, 협력과 집단에서 등장하며, 그런 네트워크 속에서 의미를 가집니다. 아브람 더 스반은 사회학의 핵심 문제들이란 방대한 분석을 간결하고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살고있는 인류의 유일한 생존자인 로버트 네빌은, 유일한 생존자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에게 적당한 산소와 온도, 식량, 거처, 지식이 있어도 생존할 수 없습니다. 아무도 로버트 네빌에게 간섭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독립적인 인간이 아닙니다. 아브람 더 스반은 독립적인 사람이란 타인이 필요없는 게 아니라 타인에게 받은 걸 갚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타인이 존재하지 않는 한, 그는 독립적이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 없기 때문에 권력도 없고, 존경도 없으며, 재산도 없습니다. 규제도, 터부도 존재하지 않은 완전히 자유로운 삶이지만, 의미도 없습니다. 사람이 탐하는 모든 욕구는 다른 사람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때문에 로버트 네빌은, 다른 사람을 원합니다.

타인의 영향력은, 그것이 고의적이든 아니든 간에, 매우 큰 것이다. -《인간, 사회적 동물》p.71

다행히도 우리 주변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가족관계, 친구관계, 동료관계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만들고 해체합니다. 네트워크에 들어간 이상 누구라도 타인이 필요로 하는 걸 줄 수 있기 때문에 권력을 가질 수 있으며, 재화를 타인이 쓰지 못하도록 배제함으로써 재산이 생겨나고, 각자 얻은 만큼에 따라 계층에 소속됩니다. 어떤 사람을 존경하는 만큼 다른 사람을 경멸하며, 서로에게 합리적인 기대를 하며 살아갑니다. 사회화와 문명화 과정은 태어났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계속되며, 사회적 관계를 통해 언어, 종교, 법, 예술을 탄생시키고, 시장, 기업, 국가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것은 역사가 됩니다.

사회적 관계를 구성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권력관계의 우위성을 추구하는 자도 있고, 타인에게 존경만 받고 살아가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더 많은 타인이 재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배제함으로서 자신의 재산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모든 사회적 관계의 가치들은 다른 사람이 있기에 가치있는 것이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과의 불평등을 심화시킴으로서 네트워크가 약해지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과거엔 그런 사회적 관계에 대한 도전은 다른 사람들이 관계를 해제하거나, 죽창을 통해 해결했지만, 세계화 과정을 통해 사회적 관계가 글로벌화된 지금은 지역적 도피라는 해결책은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모든 사회성원은 상호 의존적이라는, 또 누구도 다른 사람의 빈곤에 개인적으로 책임질 필요는 없지만 모두가 기여하는 복지제도를 통해 국가가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사회의식을 낳았다. 풍요로운 나라들이 주변부에 사는 극빈한 사람들을 위한 사회정책을 개발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자신들에게도 이롭다는 의식이 번영한 나라 사람들에게 먼저 생겨야 한다. - p.226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선 사회적 관계를 구성해야 하며, 사회적 관계는 상호의존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상호의존은 인간관계에서 시작됩니다. 사회가 만들어낸 다양한 문제들, 국가권력과 자본권력 등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은 사람들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해결해야 합니다. 왕은 백성 없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가 통수권은 택도 아닌 수중의식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노동 대중으로부터 위임받는 것입니다. 사회 전반의 현상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 학문인 사회학은 이런 구조를 분석하고 해결하는데 도움을 줌으로써,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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