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선진국이라는 거짓말 - 일본인이 파헤친 일본의 진짜 얼굴
스기타 사토시 지음, 양영철 옮김 / 말글빛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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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선진국이냐고 묻는다면 확실하게 대답하기 힘들지만, 일본이 선진국이냐고 묻는다면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한때 세계 제 2의 경제대국, G7 가입국, 전세계 곳곳에 자국의 문화가 알려져 있는 일본은 어떤 기준을 대입하더라도 선진국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분야에서 선진적일 수는 없습니다. 선진국 일본이라 자부하지 못하는 모습들을 스기타 사토시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세계적인 부자 나라이지만, 국가의 부가 아무리 풍부하다고 해도 그것이 국민생활의 풍요로움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는 외교, 교육, 경제 등의 분야에서 일본이 개선해 나가야 하는 점들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는 일본의 교육 제도를 본뜬 것이 많기에, 일본의 교육 제도가 가지는 문제점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학력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회적 서열화, 초등학생때부터 경쟁적인 환경에 내던져지는 가혹하고 비인간적인 수험제도는 학생들의 삶을 파괴합니다. 저자가 특히 지적하는 것은, 교육을 통한 사상의 통제입니다. 검정교과서라는 이름의 통제는, 학생들의 역사관, 시민의 모습을 획일화합니다. 이런 교육의 기능은 근대국가의 형성에 있어서 중요한 동력이었지만, 전체주의, 민족주의 등 다양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애국가와 태극기를 강제하는 것처럼, 일본 역시 국가(國歌)와 국기(國旗)를 강제하고 있으며, 반발하는 교사들은 엄벌에 처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선진적인 교육을 위해선 교육을 교사와 학생들의 자주성에 위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문부과학성과 도쿄도 교육위원회는 교육의 자유를 제한하는 그 자체가 교사들이 잘못된 지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보다 더 크고 심각한 잘못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통제에 의해 고정된 사상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면 자주적 판단 능력을 가진 시민은 태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자주적인 시민이 태어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일본의 미래는 없다고 봐야 한다. - p.86

우리나라에서도 문제되고 있는 저출산 현상은 일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본 노동자들은 긴 근로시간 때문에 고통받고 있으며, 수많은 잔업, 야근을 합니다. 잔업과 야근은 당연하다는 인식으로 인해 추가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합니다. 도요타 자동차에서 근무하던 겐이치 씨의 경우 평균적인 수면시간은 2시간 20분이였습니다. 결국 그는 30세가 되던 해에 직장에서 쓰러져 사망했고, 사망 원인은 과로에 의한 치사성 부정맥이였습니다. 평균 귀가시간이 밤 9시, 통근시간을 포함하면 11시나 12시에 집에 도착하는 현실에서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저자는 쓸데없는 잔업, 야근 문화를 버리고 남성들의 귀가시간이 빨라지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아이를 키울만한 여유를 가질 수 없다고 말합니다. 왕복 2~3시간에 달하는 출퇴근 시간도 문제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영주택을 지으려 해도 토지를 확보할 수 없습니다. 일본에서 토지는 효율적 활용의 공간이 아닌, 투기의 대상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사회의 육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빈약합니다. 보육원 수는 적고, 육아휴가는 존재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여성은 1달에서 길어야 3달을 넘지 못하며, 남성이 육아휴가를 쓴다는 것은 회사에서 짤리겠다는 소리나 다름없습니다. 자신이 사용하지 못하니 다른 사람의 휴가에도 관대해지지 못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노동조합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1970년부터 일본의 좌파세력은 힘을 잃었고, 노동운동은 노동자를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일본의 경제부흥기 시절에 기업들이 알아서 모든걸 해결해주던 문화의 잔재이지만, 지금은 더 이상 기업에서 노동자들을 지켜주지 않습니다. 일본은 여성 노동자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여성노동자 임금비율은 남자에 비해 68% 수준으로, OECD 순위에서 중국, 한국에 이어 세번째로 낮기 때문에 여성의 사회진출이 힘듭니다. 일본 노동자들은 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감이 너무 커서 아이를 못 낳는다고 말합니다.

치한은 일본의 출퇴근 시스템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가혹한 인구밀도가 낳은 산물인 셈이다. 볼프렌은 원조교제와 포르노에서 볼 수 있는 일본 남성의 병리에 대해 서술했다.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 볼프렌은, 장시간에 걸친 노동과 사회에 순종할 것을 요구받는 데서 생기는 자유 상실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일본인 노동자를 울적하게 만드는 스트레스는 꼭 치한 행위나 선정적으로 자극적인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정상적인 인간은 일본처럼 비인간적인 사회에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 p.156

일본의 세금은 모든 사람들이 부담하는 소비세 위주의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법인세, 사업세, 주민세 등 3대 법인세는 계속 감소하고 있고, 법인에 대한 감세분에 연구개발, 설비투자 감세 등을 이유로 감면된 세금을 감안하면 기업들이 내는 세금은 오히려 마이너스입니다. 기업은 세금을 내기는 커녕 162조 엔에 달하는 금액을 지원받는 상황에서 기업이 부담해야 할 조세와 사회보험 부담을 기피하고 있고, 국가가 사회보장 지원도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가운데 시민들이 사용하는 물건에 대한 소비세의 비중은 계속 늘어갑니다. 덕분에 대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내부유보금은 어마어마해져갔지만, 그것은 대다수 국민들이 부담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저자는 GDP가 중요한 것이 아니며, 국가로서의 일본은 풍요롭지만 국민으로서의 일본인은 빈곤하다면, 무엇을 위해 돈을 버는 것인지 질문합니다.

저자는 국가의 부가 불균형을 이루는 것은, 정치가 국민을 위해 기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정치적 압력으로 인해 3권분립에 해당하는 재판관들마저 정치 비판에 직결되는 판결을 내지 못하며, 이라크 파병 반대, 기미가요 반대 등 정책을 호소하는 전단을 일반인이 배포하는 것은 범죄가 됩니다. 일본의 정치가들은 친기업적, 친미국적 행동을 보이는데, 미일지위협정에 따라 원래는 지불하지 않아도 될 주일미군의 주둔경비를 매년 지불하는 것을 예로 듭니다. 경제가 힘들기 때문에 국민을 위한 사회복지 예산을 줄이면서도, 미군을 위한 금액은 증가합니다. 미국정부는 매년 연차개혁 요망서를 일본 정부에 제출하는데, 1988년의 쇠고기, 오렌지 자유화, 1993년의 구조개혁, 1994년의 규제완화 등의 요구를 자민당 정부는 자동적으로 채용합니다. 일본의 공탁금 제도는 의원의 자격은 재산 혹은 수입에 따라서 차별되지 말아야 한다는 헌법 조문을 유명무실하게 만들며, 사실상 평범한 시민은 국회의원을 할 수 없는 나라를 만듭니다.

국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선진국의 조건이 아니다. 일본은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다른 나라들, 특히 과거의 식민지배, 침략전쟁으로 많은 피해를 끼쳤던 국가들과 우호관계를 구축하는 일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 한일기본조약, 중일평화우호조약으로 과거의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었다고 보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처사이다.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일본 정부가 구차한 변명거리를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 pp.251~252

공업화의 진전, 기술과 경제의 발전, 에너지의 대량 소비, 풍부한 국가의 부라는 선진국의 모습에서 남녀평등, 아동, 환경을 배려하는 나라, 지방주권을 통해 시민이 행정을 감시하는 나라, 창의적인 교육, 교육을 위한 교육을 하는 나라, 노동조건을 개선해 비정규직이 없는 나라, 황실의 땅과 수입을 국민을 위해 사용하는 나라, 과거사를 반성하고 평화를 외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일본이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아이에게 리만 가설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본이 변화한다면, 일본이 선진국이냐고 물었을 때, 더 확신에 찬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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