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을 위한 여름 - 종교의 신과 과학의 신이 펼친 20세기 최대의 법정 대결 걸작 논픽션 8
에드워드 J. 라슨 지음, 한유정 옮김 / 글항아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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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결과는 사회 구성원들의 태도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데버러 L. 로드는 우리 마음속에 굳어버렸다고 가정하는 편견조차도 사실은 법에 의해 얼마든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폐단이었던 성희롱이 성희롱 금지법 시행 후 많은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고, 인종차별 금지법으로 인해 많은 인종차별 사례가 개선되었습니다. 사회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사람들은 법적 정통성을 요구하고, 재판의 결과는 사회의 변화를 가속화시킵니다. 국가보안법 같은 사례가 쟁점이 되는 것은, 변화의 여파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문옥 감사관 사건, 망원동 수재 사건 등 수많은 판례들은 우리 사회를 서서히 변화시켜 왔습니다. 수많은 재판들 중에서도, 그 영향력이 엄청난 '세기의 재판'들이 있습니다. 에드워드 J 라슨이 말하는 존 스콥스 재판도 그 중 하나입니다.

HBO의 드라마『뉴스룸』에서 천사가 진짜로 존재한다고 믿는 미국인이 많다고 말할 정도로 미국은 기독교적 색채가 강한 나라입니다. 많은 미국인들은 기독교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가며, 과거에는 그런 경향이 더 강했습니다. 다윈주의의 등장과 20세기 초에 과학자들이 인류 기원에 대한 다윈주의적 시각에 힘을 실어주는 증거들, 이른바 잃어버린 고리를 쏟아내면서 기독교계는 반발했고, 충돌이 예상되었습니다. 무신론자들이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고, 그들의 핵심엔 진화론이 있었습니다. 20세기 들어 고등교육을 받기 시작한 미국인들이 급격하게 증가했는데, 문제는 공립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친다는데 있었습니다. 젊은층이 기독교 세계관을 버리고 진화론 세계관으로 교육받는 것은 기독교계에 있어서 생존의 문제였고,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은 대대적으로 맞서기 시작했습니다.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근대주의를 이교로 규정하고 종파를 뛰어넘어 전통적인 신앙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단결했습니다.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은 정치적인 행보를 시작했는데,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금주령 캠페인을 실시했고, 공산주의를 공격했으며, 공립학교에서 진화론을 교육하는것을 반대했습니다. 원리주의와 반진화론운동은 여러 성과를 거두었는데, 그 중 하나가 테네시 주에서의 진화론 교육금지 법안이었습니다. 이 법안은 기독교계의 승리였지만, 많은 논란거리를 안고 있었습니다. 미국시민자유연맹은 이 법안에 반대하기로 했고, 존 스콥스를 통해 재판을 열었습니다. 존 스콥스는 스스로 법을 어겼다고 신고했고, 다수결주의와 전통 복음주의, 과학 세속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표방하는 근대주의 세력이 충돌했습니다.

법을 어긴 존 스콥스의 죄를 묻는 스콥스 재판이었지만, 존 스콥스는 주인공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대통령 후보이기도 했던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과 미국시민자유연맹의 클래런스 대로가 재판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성경 이야기, 불신론과 계시 종교에 대한 믿음을 두고 벌어진 클래런스 대로와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의 대결은 미국 전역에 알려졌습니다. 수만 단어의 법정 전문이 전국에 배포되었고, 수많은 증인들과 변호사들은 뜨거운 여름을 보냈습니다. 유머와 혼란, 재치와 증오가 법정에 있었습니다. 주민 대부분이 독실한 기독교인이었기 때문에 배심원단은 원리주의에 유리했지만, 클래런스 대로는 주도권을 잃지 않았습니다. 에드워드 J 라슨은 영화『패치 아담스』나『타임 투 킬』에서 볼 법한 치열한 법정 공방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머리기사로 다음 글을 실었다. "클래런스 대로가 오늘 성경을 글자 그대로 믿는 사람들로 꽉 찬 법정에서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과 정면충돌해 원리주의 사자의 털을 뽑고, 엄지손가락을 멜빵바지에 넣은 구부정한 자세로 이들이 신성시하는 모든 믿음을 거역했다." - p.241

주민 대부분이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기독교 교육을 시행하는것이 당연하다는 다수결주의, 헌법상 어떤 기관도 종교의 자유에 위배되는 수업을 할 수 없다는 개인의 자유는 일진일퇴를 반복했고, 서로에게 의미있는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진화론과 창조론의 대결은 그 끝을 보지 못했고, 스콥스 재판은 진화론 교육을 한 것은 맞으니 유죄라는 결말로 끝나게 됩니다. 그러나 스콥스 재판은 진화론과 창조론의 대결에 있어서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습니다. 이 대결구도는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카이스트와 창조과학회가 공존하고, 과학 교육개정안에 창조론을 가르치지 말라는 내용이 포함되자 기독교계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성경직역주의, 창조 과학, 지적 설계, 진화론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고 에드워드 아귈라드 재판에서 의미있는 판결로 이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 재판 역시 끝은 아니었습니다. 스콥스 재판에서 시작된 진화론과 창조론의 대결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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