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 동성애는 유전자 때문인가 고정관념 Q 2
공자그 드 라로크 지음, 정재곤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서양인들 시각에서 보면 한국 남자들은 동성애자, 게이 같다고 합니다. 패션 잡지를 보거나, 스킨이나 로션을 바르면서 피부에 신경쓰고, 스키니 진을 입고, 마른 몸매를 선호하는 모습이 게이와 같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저런 행동을 하는 많은 남자들은 게이가 아닐 것이고, 게이를 의식해서 하는 행동도 아닐 것입니다. 같은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문화권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것은, 동성애에 대한 관념은 문화적인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기오케넴이 지적하는 것처럼, 동성애 자체는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문제는 동성애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그리고 두려움은 무지, 또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됩니다. 공자그 드 라로크는 동성애의 원인, 동성애자들의 생활, 동성애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에 있는 고정관념들을 말합니다.

루이 조르주 탱은 이성애 문화와 동성애 문화의 역사를 통해, 다양한 문학에서 나타나는 이성애 문화와 동성애 문화의 전환기를 탐구합니다. 그에 따르면 세르반테스, 셰익스피어, 몰리에르의 시대에 이르러서야 이성애 문화는 동성애 문화를 밀어내고 주류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성애 문화는 그것이 자연의 질서라거나 인간 사회의 기반이기 때문에 등장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원하는 욕구 때문이었습니다. 새로운 문화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은 당시의 정치, 사회였고, 과학이었습니다. 지금은 당시에 이성애를 예찬하고 동성애를 핍박한 과학이 사이비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당시에 만들어진 동성애에 대한 공포, 그리고 고정관념은 당대의 사람들 뿐만 아니라 현대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성애의 관습이 보편적이라 할지언정 이성애 문화는 보편적이지 않다. 사실 인간의 본성이 명백히 이성애적이라 할지라도, 이로써 인류의 번식이 가능해지긴 하지만, 인간의 문화가 반드시 이성애적인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고대 또는 원시사회의 검토를 통해 입증되듯이 문화나 문학 또는 예술의 재현에서 남녀 커플과 사랑에 언제나 우위가 부여되지는 않았다. -《사랑의 역사》p.9

사람들의 성을 명문화하고 규제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병리가 규정되었습니다. 수많은 정신병들, 페티시즘이 발명되었고, 푸코가 지적하듯 이성애 커플인 부부의 성애만이 정통성을 부여받아 특권화되었습니다. 한 개인의 성이 하나의 성애로 명명되면서, 개인이 지닌 남성성과 여성성, 이성애와 동성애를 구분해서 별개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성적 존재가 지니는 복합성과 사회의 다양성을 놓치게 되었습니다. 동성애는 개인의 정체성과 관련을 맺고 있긴 하지만, 그 사람의 정체성을 모두 포괄하지는 못합니다. 개인이 가진 모든 성애를 하나로 통합하고 사물화하려는 시도는 다양한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동성애에 관한 모든 고정관념들은,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비난과 무지에서 비롯한 금기의 결과입니다. 동성애에 관한 기존의 고정관념들은 본질적으로 두 종류의 관념이 결합해서 나타나나는데, 남성은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관념과, 남녀관계의 목적이 오로지 생식에만 있다는 관념입니다. 이 두 관념을 유지하기 위해 성차별이 행해지고, 동성애혐오증을 비롯한 모든 수단과 방법이 동원됩니다. 압도적인 이성애 문화의 압박은 이성애만이 합법적으로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성으로 여기게 만듦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이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동성애의 현실을 보지 못하게 하며, 많은 동성애자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동성애의 고통은, 동성애 자체보다는 동성애를 정상적인 정신적, 성적 발달을 이루지 못한 결과로 보는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종교, 그리고 사이비 과학의 이름 하에, 동성애를 치료하기 위해 수많은 시도가 행해졌고, 행해지고 있지만, 모두 허사였습니다. 애초에 병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오늘날 학계는 동성애가 개인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며, 비정상이 아니라는 것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다양한 사회적 관념은 동성애자들을 불합리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들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것으로 취급받기도 하는데, 남성 동성애자를 남성과 여성의 중간적인 존재로 간주한다는 것은 결국 '하위 남성' 또는 '상급 여성'으로 취급하는 꼴과 다름없습니다. 이성과 과학의 시대가 계속되면서 여성론자들, 진화론자들과 마찬가지로 동성애자들은 점점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대규모 게이 퍼레이드에서의 도발은 여장이나 자태에 있다기보다, 상층하는 낮 문화와 밤 문화가 함께 보여진다는 데 있다. 여장 이외에도, 사람들이 동성애자가 도발적이라고 여기는 또 다른 이유로는 벌거벗은 몸을 내보인다는 것에 있다. 사실상 게이문화는 누드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동성애자들은 게이 프라이드 기간 동안 성차별 철폐를 외치곤 하는데, 바로 이 같은 요구를 누드로 표현하는 것이다. - p.69

환경 보호론자들, 또는 세계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누드를 통한 시위를 하는 것처럼, 동성애자들 역시 누드를 통한 시위를 하기도 합니다. 퀴어 문화축제가 대표적인 예인데, 동성애 퍼레이드가 사회 규범에 타격을 가하고, 일부 동성애자들이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것은, 이들은 자신들을 소외시켰던 바로 그 이성애적 규범, 즉 자신들의 성에 대한 의문을 누드를 통해 제기하는 것입니다. 동성애는 여성인권신장, 진화론과 마찬가지로 현대사회에 주요한 승리를 얻어냈습니다. 동성애 결혼이 점차 허락되고 있고, 다른 시민과 같은 권리를 얻게 되었으며, 가정을 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구 결과 동성애 가정에서 자란 자녀는 정서적 발달 면에서 다른 가정의 자녀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동성애를 사회가 허용한다고 해서 동성애 반대자들이 우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동성애가 더 늘어나지도 않았고, 이성애가 더 줄어들지도 않았습니다.

공자그 드 라로크는 동성애에 대한 고정관념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동성애 자체의 문제는 아니며, 동성애가 사람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소수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소수자의 문제는 동성애자의 문제인 동시에 이성애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인섭이 지적하는 것처럼, 아무 소수자성을 지니지 않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타자는 없으며, 타자란 중요한 본질적 면에서 바로 우리 자신일 뿐입니다. 금기를 깨뜨리고, 동성애를 다르게 사유하며,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려는 태도는 동성애자들을 위한 것이고, 무성애자들을 위한 것이고, 양성애자들을 위한 것이며, 이성애자들을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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