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 발암물질에서 방사능까지, 당신의 집이 위험하다!
최병성 지음 / 이상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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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플라스틱을 이용해 국수를, 비닐로 미역을, 공업용 젤라틴으로 가짜 샥스핀을 만들어 파는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중국의 연금술이라 비아냥거렸고, '중국산'에 대한 이미지는 극도로 나빠졌습니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의 천시원 교수는 중국의 채소 총 생산량 4.4억 톤 가운데 약 70퍼센트가 버려진다고 말합니다. 외국인들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도 중국의 식품 안전을 염려해 중국산을 구입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국산이 한국산보다 나은 제품도 있습니다. 바로 시멘트입니다. 저자 최병성은 중국산 시멘트가 한국산 시멘트보다 압도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시멘트의 이미지는 석회, 모래, 물로 만든 시멘트 모르타르일 것입니다. 워낙 단순한 조합이기에 다른 무언가가 들어있으리란 생각은 하기 힘들고, 특히 시멘트는 관급자재의 하나로서, 정부가 신뢰를 보증하는 상품입니다. 시멘트의 강도 규정은 문제가 없지만, 유해성분의 표시규정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국산 시멘트를 만들 때 들어가는 재료들은 폐농약, 폐페인트, 폐타이어, 폐고무, 폐비닐, 폐유, 하수 슬러지, 공장 슬러지, 제철소 슬래그 등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LG전자의 반도체 공장에서 나오는 슬러지들도 시멘트에 들어갑니다. 선진국일수록 소비자가 자신이 만들어낸 쓰레기들과 멀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쓰레기는 바로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정부는 건설경기 약화로 죽어가던 시멘트 공장들이 쓰레기 처리비를 받아 연명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습니다.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시멘트는 쓰레기 소각의 새로운 해결책으로 선택되었습니다. 시멘트는 제조 과정에 많은 열량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온갖 비가연성 산업쓰레기까지 원료로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멘트 소성로를 소각시설의 한 종류로 인정해 줌으로써, 시멘트공장은 적법하게 처리비를 받고 쓰레기 시멘트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한국산 시멘트는 납, 크롬, 카드뮴 등 인체 유해 중금속 비율이 다른 나라의 시멘트보다 훨씬 높습니다. 중국산 시멘트에서는 발암물질 6가크롬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한국산 시멘트에서는 환경부 기준의 5배가 넘는 110ppm이 검출되었습니다.

대구 가톨릭대 산업보건학과 허용 교수는 "여러 가지 피부 알레르기를 중심으로 해서 시멘트의 내용물하고 원인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게 밝혀져 있다"고 강조했고, 동국대학교 이애영 교수는 "어린이들 같은 경우에 크롬에 알레르기가 있다고 하면, 집에 있는 시멘트 같은 것이 충분히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의 첩포검사에서 크롬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토피를 앓는 환자에게 크롬 반응이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는 크롬을 다량 포함한 시멘트가 아토피의 한 원인임을 알려준다. - p.85

국민들이 살아가는 거주공간을 만드는 시멘트에 쓰레기들을 활용한다는 방안은 경제학적으로 완벽한 대책이었습니다. 시멘트 회사는 쓰레기 처리비를 받아 돈 벌수 있으니 좋고, 정부는 기업이 살아난다고 하니 좋고, 외국은 값싼 비용으로 자국의 쓰레기들을 한국에 버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국은 시멘트 재료로 폐타이어를 사용하기 위해 일본, 미국, 호주,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전세계에서 폐타이어를 수입하고 있으며, 일본의 석탄재를 수입해 시멘트를 만드는 유일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석탄재는 우라늄, 토륨, 라돈과 같은 방사성 원소 뿐만 아니라 비소, 붕소, 베릴륨, 크롬, 망간, 몰리브덴, 납, 인, 안티몬, 셀렌, 바나듐, 아연이 검출될 수 있습니다.

시멘트 회사들이 열정적으로 외국의 쓰레기들을 한국에 들여오는 이유는, 당연히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공장의 슬러지를 전문 산업폐기물 소각장으로 보내면 톤당 50~60만원이 들지만, 시멘트 공장으로 보내면 단돈 10만원에 처리가 가능합니다. 일본은 자국내에서 석탄재를 매립하려면 톤당 20만원의 처리비용이 들지만, 톤당 5만원만 주면 한국의 시멘트 공장들이 서로 쓰레기를 가져가기 위해 경쟁합니다. 일본은 한국에서 쓰레기를 치워주니 국토도 청결해져서 좋고, 쓰레기 처리비용도 절감해서 좋습니다. 한국의 시멘트 공장들도 돈을 벌수 있어서 좋습니다. 더구나 일본에서 쓰레기 처리비로 받은 돈은 그 성격이 오묘해 세법상 근거가 없어 세금도 내지 않아도 되는 돈이었습니다.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2013년 한 해 동안 일본 석탄재를 쌍용양회가 61만 톤, 동양시멘트 41만 톤, 한라시멘트 11만 톤, 한일시멘트 17만 톤 수입했다. 그리고 국내 시멘트 공장들이 일본에서 쓰레기 처리비용으로 받은 돈이 쌍용 296억 원, 동양시멘트 85억 원 등 총 443억 원에 이른다. 국내 시멘트 공장들은 시멘트를 만들어 팔기도 전에 일본에서 받는 쓰레기 처리비용만으로도 엄청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일본 쓰레기를 수입하는 것이다. - p.158

아쉬운 점은, 일본에서 석탄재를 수입하지 않아도 이미 한국에는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석탄재들이 넘쳐나서 처치 곤란할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국내 화력발전소들은 석탄재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석탄재 매립비용으로 3000억 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왕 쓰레기를 사용할 거라면 국내산 석탄재를 사용해도 되지만, 시멘트 회사들이 열심히 일본산 석탄재를 사용하는 이유는 일본이 처리비를 더 많이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기업 입장에선 가장 돈이 되는 행동을 함으로써 이윤추구를 극대화했지만, 그것이 국가의 관점에서도 이익이 되는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한국은 자국에 쓰레기가 이미 넘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쓰레기를 수입하고, 자신의 쓰레기는 더 비싼 비용을 들여가며 땅에 묻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쓰레기 시멘트가 허용된 1999년 이후부터 지어진 건물들, 특히 아파트들은 대부분 이런 시멘트로 만들어져 있다고 보입니다. 쓰레기들 중에서도 따로 매립해야하는 유독성 지정폐기물 수준의 시멘트로 만든 아파트는 조사 대상의 60퍼센트에 달했습니다. 32평 아파트 기준으로 시멘트값은 평균 130만원입니다. 그러나 쓰레기를 사용하지 않은 시멘트로 만들면 평균 160만원 정도가 듭니다. 설문조사 결과 87퍼센트의 국민들은 30만원을 추가로 지불하고서라도 깨끗한 시멘트로 지은 집에 살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최근 지어지고 있는 몇몇 아파트의 경우 입주예정자들이 시멘트의 변경을 요구해 건설사가 반영한 적이 있습니다. 시멘트를 바꾸는 일은, 소비자들이 요구하기만 해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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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구 2018-04-13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로 정부가 하는 행정이 어이가 없네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국민 여러분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