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믹스의 허구 - 굴뚝 없는 황금산업은 없다
고마츠 키미오 외 지음, 홍상현 옮김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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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건물, 호화로운 쇼, 바니걸, 풍족한 음식, 부자들, 딸랑거리는 돈 소리.. 자본이 가져다주는 사치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카지노의 이미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라스베가스, 싱가포르, 마카오, 모나코같은 세계적인 카지노 도시의 성공은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어떤 영감을 불어넣는 듯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영종도 카지노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제주도엔 새로운 카지노가 건설되고 있으며, 해양수산부는 선상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을 허용해 새로운 강원랜드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카지노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이웃나라에도 있는 듯 합니다. 저자 고마츠 키미오와 다케코시 마사히로는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카지노 합법화 법안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은 카지노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전례없는 도박 대국입니다. 6개의 공영도박, 경마, 경정, 경륜, 오토레이스, 복권, 토토의 매출액은 5조 엔에 달하며, 파친코의 매출액은 20조 엔에 달합니다. 전 세계 도박기계의 60퍼센트가 일본에 있다는 사실은 일본이 얼마나 도박을 많이 하는 나라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에 추가로 카지노를 합법화하겠다는 카지노 추진파가 있습니다. 카지노야말로 굴뚝 없는 황금산업이며, 외화벌이의 일등공신이라고 주장하는 카지노 추진파는 일본공산당과 사민당을 제외한 정당에서 총 224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거대 세력입니다. 이들은 일본 정계의 우익 강경파 집단, 일본회의의 핵심들이며 정권의 실세들입니다. 이들은 도쿄 한복판에 카지노를 짓겠다는 오다이바 카지노 구상을 포함해 일본 전 국토에 카지노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카지노 합법화 추진 법안의 가장 큰 목적은 중국의 부자들이 뿌리는 막대한 원정도박자금입니다.

중국인 부자들을 유치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린 마카오와 싱가포르의 성공적인 카지노 산업은, 일본의 정치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들은 일본이 카지노를 추진한다고 해서 결코 마카오와 싱가포르의 성공을 답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마카오와 싱가포르의 성공엔 중국과 같은 중화권 문화에 기반을 둔 중개업자 '정킷'의 존재가 필수적이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중국인 부자들을 염두해 두고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16개나 만든 우리나라의 경우 수입이 싱가포르의 40퍼센트 수준에 불과하며, 절반 이상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카지노가 VIP 외국인을 대상으로 수익을 올리지 못한다면, 자본의 목표는 일반 시민을 노리게 될 것이며,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으로 인해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그리놀스는 도박중독으로 말미암은 연간 사회적 비용은 미국역사상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 앤드류가 휩쓸고 간 손해 또는 1993년에 발생한 미드웨스트 홍수피해의 2배와 같다고 주장한다. -《도박의 사회학》p.40

사행산업의 부작용은 가족붕괴, 자살, 지역 공동체의 파괴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일본에서 파친코 때문에 아이가 방치되어 사망하는 사건 등 도박으로 야기되는 사회적 비용은 어마어마합니다. 미국 연방의회에서 도박의 사회적 영향을 조사한 결과 사회적 비용은 도박산업이 거둬들인 수익의 4배에서 6배에 달한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도박 산업이 호황일수록, 그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더 커지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박산업이 추진되는 이유는 이익은 자본에 귀속되는 반면, 비용은 세금으로 부담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김성이 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카지노 강원랜드가 개업한 이후 지역 범죄율이 급증했으며 한국의 도박산업 매출액이 16.5조 원을 기록했지만, 결국 가정붕괴와 노동의욕 저하 등으로 60조 원의 사회적 손실이 발생, 정부가 도박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시설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카지노의 핵심 손님인 VIP들은 탈세, 불법, 부정 등을 통해 번 돈을 합법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돈세탁의 용도로 카지노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저자들은 이런 검은돈을 통해 잘 살아보자는 카지노 추진파의 주장은, 돈만 벌 수 있다면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는 추악한 철학이 깔려있다고 말합니다. 도박은 아무리 미화한다고 해도 극소수의 막대한 이익을 위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통 받는 시스템일 수밖에 없습니다. 카지노를 짓는다면, 종합건설사, 국제적 카지노 자본, 관료, 정치가들은 이득을 볼 것입니다. 그리고 그 폐해는 다수의 시민들입니다. 실업률은 고공행진하고 있으며, 실질임금은 오르지 않습니다. 연애, 결혼, 출산, 내집마련, 대인관계, 희망, 꿈 등을 포기한 세대들 앞에서, 고통에서 탈출할 방법은 이민이나 로또밖에 없다고 속삭이며 도박판을 펼쳐줍니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매주 로또를 사고, 토토를 하며, 경마장에 가서 자산을 탕진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아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의 삶은, 한국마사회의 브랜드명 'Let's Run' 이란 말처럼, 지옥을 향한 달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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