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게임을 한다 -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게임에 대한 심층적 고찰
제인 맥고니걸 지음, 김고명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가 원사운드의『호드50』을 보면, 게임을 왜 하냐는 질문에 "이유는 없다, 그냥 하는거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유를 찾을 필요 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음식을 먹거나 잠을 자는것처럼 게임은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의 영역에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의 말처럼, 게임은 그냥 할 수 있는 강렬한 매력이 있습니다. TED 강연으로도 유명한 제인 맥고니걸은 게임의 구조를 연구해 게임이 왜 본질적으로 인간에게 필요한지, 게임이 왜 미래를 바꿔나갈 힘이 있는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보통 우리는 게임을 힘들고 하기 싫은 공부나 직장생활같은 일과는 다른 반대의 개념, 즉 쉽고 재미있는 놀이로 여깁니다. 더 심한 사람들은 게임은 아이들이나 즐기는 유희에 불과하며, 어른이 되면 하면 안되는 것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브라이언 서튼스미스는 놀이의 반대는 일이 아니라 우울함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은 우울함을 피하기 위해 놀아야 합니다. 때문에 요한 하위징아는 인간을 호모루덴스로 칭하기도 했습니다. 게임은 놀이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일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다는 점에서 놀이의 영역이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일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제인 맥고니걸은 게임의 필수적 구조를 4가지로 구분하는데, 목표, 규칙, 피드백, 자발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사운드의 만화에서 이를 비교해 보면, 그들은 자발적으로 게임을 시작했고, 50판을 깨겠다는 목표가 있으며, 게임 내의 무기와 적에 대한 규칙이 존재하고, 50판을 깨면 받는 랭킹이라는 피드백이 있습니다. 이러한 4가지 구조 중 하나라도 결여되어 있다면 게임의 영역에서 벗어나 버립니다. 사장님이 강제로 게임을 시킨다면, 뚜렷한 목표가 없다면, 공정한 규칙이 없다면, 행위에 대한 피드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강제노동이 됩니다. 맥고니걸은 철학자 버너드 슈츠의 말을 빌어 게임을 이렇게 말합니다. "게임을 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도전하는 행위다."

학생들은 감정노동자라기보다 감정노예라고 할 수 있다. 늘 미소를 지어야 하는 감정노동자인 승무원보다 억지로 끌려간 성노예에 가깝다. 학교에 강제 연행되어 우연히 같은 반에 배속되었을 뿐인 타인들과 친밀한 친구로서 공동생활을 강요당하는 강제노동은, 병사와 관계를 가져야만 하는 성노예의 강제노동과 동일한 형태다. -《이지메의 구조》p.170

게임이 요구하는 4가지의 구조적 요소들은 축구, 바둑과 같은 스포츠부터 공부, 심지어는 직장생활과 같은 현실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좋은 스포츠는, 효과적인 공부법은, 다니고 싶은 직장은 모두 목표, 규칙, 피드백, 자발적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이를 가지지 못한다면 하기 싫은 스포츠, 안좋은 공부법, 괴로운 직장생활이 됩니다. 회사 내에서 억지로 참여해야 하는 축구대회, 무엇 때문에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되는 공부, 피드백이 이루어지지 않는 직장생활은 모두 강제노동의 영역에 속합니다. 현실에서 이 네가지 구조를 모두 갖춘 것을 찾기란 쉬운 것이 아닙니다. 그에 반해 게임은 이 네가지 구조를 모두 갖춘 소위 '명작'이라고 불리우는 것들이 많이 있으며, 이 때문에 사람들은 게임에 열광합니다.

사람은 저 네가지 구조를 가진 환경을 접하게 되면 어떤 것이든 몰입하게 됩니다. 주위의 모든 잡념, 방해물들을 차단하고 원하는 어느 한 곳에 자신의 모든 정신을 집중하는 몰입상태에 대한 심리적 메카니즘은 많이 연구되었는데, 자신이 해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어려운 일을 할때 몰입이 이루어집니다. 만약 조기축구회에 몰입해서 축구를 즐기고 있는 사람에게 리오넬 메시와 축구대결을 해서 이기라고 강제로 시킨다면, 몰입상태는 깨지게 됩니다.《운동화 신은 뇌》에서 소개된 네이퍼빌의 연구는 인상적입니다. 운동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심장박동 측정기를 통한 공정한 평가를 약속하자 운동에 대한 흥미가 급격하게 상승했다는 사실은, 현실세계에서 4가지의 구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측정기에 나타난 여학생의 심장박동 기록을 본 롤러는 깜짝 놀랐다. 평균 심장박동 수치가 187이 나온 것이다. 열두 살짜리임을 감안한다면 최대 심장박동 수치는 대략 209정도다. 그러므로 여학생은 정말 있는 힘껏 뛰었다는 뜻이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 심장박동 수치는 207이었어요. 다른 때 같았으면 그 아이에게 가서 '야, 좀 더 빨리 뛰지 못해!' 라고 소리를 질렀겠지요. 바로 그 순간이 체육 프로그램에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킨 겁니다. 심장박동 측정기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준 것이지요. 그러자 지금까지 우리가 아이들의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아서 많은 아이들이 운동에 흥미를 잃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동화 신은 뇌》p.32

제인 맥고니걸은 더 나은 현실세계를 만들기 위해선 현실의 게임화가 필연적이라고 말합니다. 게임은 인간이 원하는 본질적 구조들을 가장 명확하면서도 빠르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상세계에 가깝습니다. 이 뚜렷한 목표를 현실에서 얼마나 구현하느냐가 사람들의 행복을, 사회의 생산성을 결정짓는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한 시도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는 자신의 선거활동에 게임적 요소를 도입해 사람들을 집결시켰고, 인공지능 연구부터 수많은 기술적 혁신이 많은 사람들의 게임적 참여라는 방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09년 6월 24일, 영국 의회 역사상 최대 스캔들을 파헤치고자 2만명이 넘는 영국인이 온라인에 결집했고, 이들의 활동으로 이후 의원 수십 명이 사퇴하고 광범위한 정치 개혁이 단행됐다. 평범한 시민이 어떻게 그 큰 변화를 일으켰을까? 다름 아닌 게임을 통해서였다. - p.306

전세계를 강타했던 게임적 사회참여,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사람들이 얼마나 즐겁게 사회참여를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습니다. 야스다 고이치는 현대의 젊은이들이 어느 때보다도 강렬하게 사회에 참여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음을 말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젊은이들이 게임에서 발산하는 에너지를 사회에서도 발휘되기 위해선 사회가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공정한 규칙을 준수하며, 인간적인 보상을 해줄 수 있을 때 가능합니다. 제인 맥고니걸은 그런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엄청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며, 그런 구조를 만들기 위해 게임을 참고하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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