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비시 - 영어는 어떻게 세계 언어가 되었는가
로버트 매크럼 지음, 이수경 옮김 / 좋은책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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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IBM 부사장이자 언어학자인 장 폴 네리에르는 극동 아시아에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기업 간부들이 그들의 경쟁자인 영국인이나 미국인 기업가들보다 한국인이나 일본인 고객과 영어로 훨씬 원활하게 의사소통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문법도 제대로 맞지 않는 굉장히 단순화된 형태의 영어인 그것은 영어이자 영어가 아니었고, 언어지만 언어가 아니었습니다. 네리에르는 그것을 '글로비시'라고 불렀습니다. 형태는 영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영어문화권의 가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언어는 그 언어권의 문화와 가치를 전하는 방법인 반면, 글로비시는 제한된 목적을 위해서만 쓰이는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글로비시에서 영어는 플랫폼입니다. 영어가 이런 형태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영어가 가진 불완전함 덕분이었습니다. 언어는 가변성을 가지고 있지만, 영어의 역사는 그런 성향을 더욱 증대했습니다. 로마의 브리튼 정복부터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영어는 물처럼 다른 언어들을 흡수해 왔습니다. 라틴어, 프랑스어, 아메리카 원주민의 어휘들, 아프리카 어휘, 흑인 어휘 등 수많은 어휘들이 유입되면서 영어는 전염성과 적응력이 강하며 대중적이고 전복적인 특성을 가진 언어가 됩니다. 세계인이 사용해야 하는 언어로서의 세계영어는, 여러 한계점과 숙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완벽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불완전성 때문에 영어가 역사의 격변기 속에서도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영어의 세계화에는 산업화와 제국의 확장 같은 역사적 요인들이 큰 영향을 미쳤지만, 영어라는 언어 자체가 가진 특성은 사실상 영어의 세계화에 기여한 바가 별로 없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영어는 한 가지 중요한 구조적 결함을 내포하고 있다. 불합리한 철자법 관습이 그것이다. 이것은 중세 때부터 존재했던 문제다. - p.98

오늘날 글로벌 영어의 발전엔 수많은 나라의 수많은 사람들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한국식 영어인 콩글리시는 물론이고, 싱글리시, 타글리시 등 다양한 나라의 영어들은 모두 글로벌 영어에 긍정적 변화들을 가져옵니다. 한국인의 영어 발음이 부끄럽다고 말하거나 콩글리시가 잘못된 영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언어의 언어학의 범위를 넘어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층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제임스 트위첼이《럭셔리 신드롬》에서 고급 브랜드 제품들을 일평생 사용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 줄줄 외우는 현상들을 언급한 것처럼, 영어의 이상향이 백인, 남성, 상류층, 미국과 영국이라는 조건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지만, 실제로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다수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의 영어회화에서 이루어집니다.

하와이대학의 래리 스미스는 영어를 제1언어, 제2언어로 쓰는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뒤 아시아인들은 서로의 영어 발음을 비 아시아인의 영어 발음보다 더 잘 알아듣는 경향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 연구는 말을 알아듣도록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해할 수 있는 영어는 원어민 영어라는 가정에 의심을 품게 했다. -《아시안 잉글리시》p.57

글로비시는 세계적인 의사소통 수단, 공용어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제기된 것으로, 글로비시는 비영어권 뿐만 아니라 영어권의 미국인, 영국인들도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글로비시는 언어가 아니라 디지털 환경이 0과 1로 구성된 것처럼 하나의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영어권 사람들도 지구촌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려면, 새로운 영어인 글로비시를 익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이 세계언어는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 수준만 되도 충분히 익힐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문화 역시 이 언어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우리나라에서 등장한 'Jaebeol'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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