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노인 - 그들은 왜 위험하고 잔인한 폭력노인이 되었을까
후지와라 토모미 지음, 이성현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노인들이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노인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노인 범죄 증가가 단순히 고령화사회라서 노인 인구가 늘어난 것 때문은 아닙니다. 노인 범죄 증가율은 노인 인구 증가율보다 높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체 범죄 중 61세 이상이 저지른 범죄의 비율은 2000년 2.7%에서 2012년 7.3%로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런 경향은 우리나라만의 사례는 아닙니다. 옆나라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의 경우 고령자 수가 두 배 증가했는데, 범죄자는 다섯 배 증가했습니다. 저자 후지와라 토모미는 이런 현상을 '폭주 노인' 이라고 말합니다.

노인과 젊은이를 구분하는 이분법적 생각은 사회 전반에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혈기넘치고 비판적이고 반전운동을 하는 등의 진보적인 이미지라면, 노인들은 분별력 있고 느긋하며 관용을 베푸는 보수적 성향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노인의 이미지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꽃보다 할배식의 변화가 긍정적인 관점에서 노인의 변화를 보여준다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갈등을 빚거나 폭력을 서슴치 않고 있는 노인들의 증가는 부정적인 관점에서 노인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왜 노인이 폭력적으로 변화했는가? 후지와라 토모미는 노인이 변화한게 아니라 사회가 변화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폭력적인 노인들은 사회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현대사회는 시간에 대한 개념을 변화시켰습니다. e메일은 순식간에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SSD를 장착한 컴퓨터는 부팅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습니다. 현대사회는 기다림의 해방을 꿈꾸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다림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을 잃어버린 것은 아닙니다. 맛집엔 줄을 서며 음식을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문제는 기다림이라는 개념을 즐거움적 관점에서만 선택하다보니, 기다림을 강요받는 상황에 현대인들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택배가 늦어지면 스트레스를 받고, 지하철이 늦어지면 스트레스를 받고, 차가 막히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시간을 헛되이 보내선 안 된다고 교육을 받습니다. 어렸을 때 누구나 해보는 시간표 만들기가 그것을 잘 말해줍니다.

현대의 권력은 곧 시간을 통제하는 능력인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권력자나 부자도 한정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평등하기 때문이다. 이 평등성을 초월하는 것은 시간을 얼마나 자기중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현대의 권력이란 말 그대로 시간을 사유물화하는 것이다. - p.87

일어나면서 잘때까지, 모든 시간을 계획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자는 시간까지 줄여야 합니다. 몇시엔 학원에 가야 하고, 몇시엔 독서를 해야 합니다. 현대인에게 있어서 시간은 권력입니다. 1초에 150달러를 버는 빌 게이츠가 100달러짜리 지폐를 주울것이냐 하는 질문의 핵심은 1초에 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얼마를 더 버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더 시간을 절약하면서 동일한 부를 얻을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권력자들이 가진 힘도 시간에 있습니다. 자신은 원하는 시간을 누리면서 다른 사람의 시간을 침범할 수 있는것, 그것이 권력입니다. 때문에 기다림을 강요받는 것은 권력투쟁에서 패배했다는 것이며, 좌절과 패배감, 그리고 분노를 불러오게 합니다. 점점 더 발전하는 정보화 사회는 구성원들의 시간을 점점 절약시켜 줍니다. 그러나 노인들은 최첨단 정보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때문에 노인들은 사회에서 배제되어 간다는 생각을 느끼게 되고, 때론 분노합니다.

공간적인 관점에서도 현대사회와 노인들의 괴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은 점점 일터와 멀어지고 있습니다. 베드타운이라는 말처럼 집은 그저 잠만 자는 곳이 되고 있습니다. 마을 가게주인과 손님들이 서로 잘 알고 대화하던 시대, 많은 가족들이 한 공간 안에서 살아가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대형 슈퍼마켓에서 시장을 보고 어렸을 때부터 개인방에서 생활하며 노래는 혼자 듣는 시대입니다. 공간의 관점에서 현대인들의 갈등은 개인 영역의 침범입니다. 층간소음 문제, 기차에서의 김치냄새 문제가 새롭게 등장한 사회적 갈등입니다. 이런 것들이 갈등이 된다는 것을 노인들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과거의 방식대로 생활하면, 주변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킵니다.

'피아노 소음살인사건' 전에 소음사건은 한 건이 기록되었을 뿐인데 5년 후에는 20건, 상해사건을 합하면 3백 건으로 급증했다. 소음 자체가 급증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불쾌하게 느끼고 폭력을 휘두루는 감성이 급증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즉 소리의 영역 침범에 대해 사람들이 신경질적이 되었다는 것이다. - p.162

앨리 러셀 혹실드는《감정노동》에서 노동자들이 판매하는 새로운 상품, 감정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웃어야 합니다. 직장에서 짤리기 싫다면. 웃지 말아야 할 직장은 없습니다. 근엄한 검찰청의 검사부터, 핫팬츠를 입고 서빙하는 후터스의 직원들까지 모두 웃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판매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는 소비자도 웃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아직은 갑의 관계에 있기는 하지만, 친절한 서비스에는 착한 소비자로 대응해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사회적 매너입니다. 에스컬레이터에선 자연스럽게 한 줄로 서고, 운전중엔 감사의 표시로 비상등을 깜박입니다. 정중화된 질서를 읽어내지 못할 때 그 사람은 점차 배제되어야 할 존재, 사회의 트러블메이커가 됩니다. 노인들은 새로운 질서를 읽어내는 것에 점점 힘이 듭니다.

동사무소에서 아무 이유없이 격노하는 할아버지, 자동판매기 사용이 느리다고 서로 싸우는 할아버지들, 매일 책을 읽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주의를 주자 전기톱으로 위협하고 경찰이 올 때까지 책을 읽고 있던 할아버지, 자택 정원에 쓰레기와 배설물을 쌓아놓아 이웃과 싸우는 할아버지.. 후지와라 토모미는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폭력을 휘두르는 노인들이 증가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해 현대사회가 가지고 있는 시간, 공간, 마음의 변화를 읽어냅니다. 저자는 어쩌면 천천히 변화해 나가야 할 인간의 내면을 지탱하는 기반이 너무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폭주노인들을 통해 질문하고 있는 것입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현 2014-10-26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뽀로로 뽀통령이 전하는 층간소음예방캠페인 사뿐사뿐 콩도 있고 가벼운 발걸음 위층 아래층 모두모두 한마음 기분까지 서로서로 좋아하는 너도좋아 나도좋아 나비처럼 가볍게,뛰지말고 모두함께 걸어보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리고 위기탈출 넘버원에서 나오는 층간소음예방에 도움주는 두까은 슬리퍼랑 층간 소음 줄여준다는 에어 매트도 전부 다 있으며 앞으로 이사를 갈 땐 반드시 층간소음예방에 도움이 되는 두꺼운 슬리퍼를 구입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