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그 위선의 역사
커스틴 셀라스 지음, 오승훈 옮김 / 은행나무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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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 흔히 추상적인 개념이며 자연발생적인 것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이러한 인권의 개념에 대해 저자는 인권이야말로 사회적인 것이며, 실리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또한 인권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으며 저자는 인권의 발생부터의 역사를 짚어가면서 인권의 허와 실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유엔 인권위원회의 결성과 세계인권선언 작성 등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새 체제의 질서를 인권의 이름 하에 시작되었음을 알려줍니다. 인권은 지극히 도덕적이며 회원국 누구도 인권의 이상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지만 그 이면엔 인권위원회가 큰 이익이 됨을 예측한 미국과 영국의 주도가 있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곧 인권이 깨끗한 이상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인권이 출범한 이후 있었던 뉘른베르크 전범재판과 도쿄 전범재판은 인권이 공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승자의 전쟁범죄에 대해선 눈을 감아버리고 오직 패자의 전쟁범죄만을 단죄한 이러한 전범재판은 세계정의라는 처음의 고상한 목적 대신 승자의정의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연합국과 적대국의 반목의 골만 깊어지게 했으며 선을 위한 전쟁, 이기면 곧 선이라는 유산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그 외에 식민지와 서방세계간의 인권문제, 왜 인도주의는 전쟁으로 치닫는가?, 카너 폴리 에서도 거론되었던 정부와 인권단체들간의 정치적 협력 문제, 냉전시기에서의 미국과 소련이 인권을 정치적으로 사용한 사례 등을 예로 들며 인권의 양면성을 경고합니다. 영국의 고문행위엔 침묵하면서 식민지국가들의 고문행위엔 인권의 이름하에 철퇴를 가할수 있는가? 각종 NGO와 인권단체들이 정치적인 목적하에 사용될경우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가? 와 같은 실제 있었던 인권의 역사를 언급하는것 만으로도 많은 딜레마를 느낄수 있으며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자문을 할수 있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더 강력한 대안이 나타나지 않는 한 인권은 당분간 서방의 의제를 주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 책이 나온뒤 인권을 명분으로 내세운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세계를 이라크의 다량살상무기와 생화학무기로부터 구하기 위해, 이라크 국민을 해방시키기 위해, 이라크 아이들을 위해. 이러한 대의명분이 있었기에 이라크전쟁이 유엔이 동의하지 않은 국제규범을 어긴 전쟁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시행될수 있었습니다. 인권은 인류가 지향해야 할 목적이며 모든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도덕적 호소력을 지녔지만 그와 동시에 전쟁을 일으킬수도,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것을 저자는 말합니다. 참 인권과 위장 인권을 가려내는 문제는 어렵지만, 결국 시민들 스스로 풀어가야 할 숙제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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