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인가 생존인가 - 미국은 지금 어디로 가는가
노암 촘스키 지음, 황의방 외 옮김 / 까치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노암 촘스키의 이 책은 그의 대부분의 저서에서 그러하듯이 세계를 지배하는 세력의 현실과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부제에서 명시한 것처럼 (미국인이 아닌)미국정부의 레이건시대부터 부시시대까지의 이른바 미제국주의, 패권주의의 문제점을 역설합니다. 현재의 오바마시대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미국의 정치 특성상 정권이 바뀌어도 전제적인 틀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시시대처럼 직접적인 패권시대를 주장하지 않을지 몰라도 온건적인 패권주의의 길을 가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여전히 미국은 세계를 지배하에 둘 방법과 여력이 있으며, 실행하고 있으며, 그에 굴복하는 나라 중 하나가 우리라는 점에서 미패권주의의 행보는 더욱 지켜볼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이 책에서 구분한 세계에 저지른 미국의 테러 라는 범주는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라틴아메리카 및 중앙아메리카에서 저지른 미국의 테러, 둘째는 그후 9.11사건 이전의 아랍권과 아시아 지역에서의 미국의 테러, 셋째는 9.11사건 이후의 미국이 천명한 예방전쟁입니다. 그중 우리나라 또한 예외일수 없었으며 아시아권에서의 미국의 테러, 이른바 상대방국가의 정권이 독재와 반민주정권이라 할지라도 미국에 이익이 될시엔 민주국가라고 용인해주는 틀에 우리는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민주화혁명 이전의 군사독재 시절(박정희,전두환,노태우)입니다. 미국과 미국정부는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의 확장을 외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국내 권력층을 위한 것이며, 타국의 민주주의 뿐만 아니라 미국내 미국인들의 민주주의까지 억압하고 있다고 노암 촘스키는 주장합니다.

미국의 민주주의의 탈을 쓴 반민주적인 테러의 첫번째 범주는 라틴아메리카 및 중앙아메리카 입니다. 이 시대의 사건들은 대부분 제가 태어나기도 전의 사건들이며, 프랑스식민지중 가장 부유한 국가였고 지금은 지상파TV를 통해 진흙쿠키라는 것으로 알려진 아이티공화국, 쿠바 미사일 사건때 미국 비밀 파괴공작에 의해 수백명의 사람과 경제제재를 받은 쿠바, 미국의 대규모 폭격으로 서반구 최악의 나라로 전락한 니카라과, 그외에 수많은 파괴와 군사 및 독재정권의 지원은 아직도 그 후유증이 가시지 않았으며 현재도 진행중인 사항입니다.

두번째 범주인 아랍권과 아시아권에서의 미국의 테러 또한 레이건시절과 전혀 변화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동티모르, 남한, 코소보, 이라크, 아프카니스탄, 이란,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베트남 등 각종 반민주정권과 지역분쟁 등엔 어김없이 미국이 있습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미국정부와 언론에 의해 악의 축이 되는 순간까지도 미국정부의 지원을 받고 대량의 인종척살과 전쟁을 벌인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문제 또한 바로 이 순간에도 이뤄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코소보 사태, 동티모르사건, 남한의 군사독재정권 등도 워낙 잘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세번째 범주인 9.11이후의 미국이 천명한 예방전쟁. 테러집단을 잡기위해 다른나라는 허용되지 않고 정의로운 미국만이 국가적 수준의 테러를 사전동의없이 상대방에게 퍼부을 수 있다는 이 예방전쟁은, 그것이 지닌 논리적 모순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이뤄지고 있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어느날 갑자기 미국이 돌변하여 우리 또한 미국의 테러국이 되도 아무 항명할수 없는 논리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지속시키기 위해 미국은 소련의 제의도 거절하고 핵무장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탄도미사일(BMD)에서 더욱 발전한 외계공간에서의 군사력, 즉 군사위성을 이용한 전세계 동시 타격능력을 미국은 지향하고 있다고 책은 설명합니다.

노암 촘스키가 때때로 거론하는 보편성의 원칙. 그것은 현재 미국에겐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전세계 테러의 위협을 더욱 악화시키는 범인이 아랍계의 테러집단이 아닌, 미국 자신이라고 책은 주장합니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 300페이지에 달하는 내용과 550여건에 달하는 논문 및 보고서의 인용은 미국이 저지른 국가테러에 대해 현기증을 자아내게 합니다. 하지만 이 미국정부의 패권정책을 규탄하는 책이 꼭 미국인과 미국정부에게만 적용되는 내용은 아닙니다. 미국의 충실한 허울좋은 동맹국인 우리에게도 어느정도 시사하는 바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쓰인 한가지 글귀를 생각해 봅니다. "미국민주주의는 때론 독특한 방향에서 힘을 발휘하여, 미국정부의 비밀문건은 어느정도는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이 글귀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슬프게도, 미국의 방향이 정의롭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걸 많은 사람이 알더라도, 그것을 바꿀수 없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말이죠. 그 말은 정보는 지식인의 힘이자 동시에 무력한 한계점임을 시사해 줍니다. 이것은 미국만의 예시가 아닌 우리에게도 통용되는 이야기입니다. 어떠한 문제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문점을 제기하고 반대를 한다고 해도 지식인의 글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촘스키의 글은 그래서 슬픈 현실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