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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평점 :
그동안 많은 에세이를 접하긴 했지만 대부분은 수능 및 공무원시험 대비용이였고 에세이서적을 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동안 매우 딱딱한 부류의 책만 읽어왔지만 이런 에세이서적을 접해보니 이것 나름대로 굉장히 재미를 준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이 책이 우연히도 저와 상성이 좋았을지도 모르지만요
책은 처음에 우리는 어떻게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 방법은 바로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만 그 헌법은 과거 프랑스혁명부터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려 쟁취한 가치이며 우리는 받기만 했을뿐 스스로 쟁취하지는 못하였기 때문에 후불해야 하는 민주주의, 그것이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주장입니다.
이것은 문제의 정답은 알고 있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문제를 풀어보지 않는 학생과 같습니다. 외견상 이 학생은 만점짜리 우등생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문제를 풀지 못하는 낙제생인 것이죠. 아무리 헌법이라는 아름다운 답을 들어있어도 우리가 스스로 풀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무런 소용도 없습니다. 고로 우리는 그때까지 꾸준히 헌법의 가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이 책 1부의 이야기입니다. 4.19혁명부터 꾸준한 발전을 이루어내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헌법이 만들어지기까지를 생각해보면 근대사회보단 아직은 조선시대에 더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아직 조선시대, 유신시대 등의 비민주 시대를 살아온 계층이 많은것을 고려하면 현재의 헌법이 제대로 빛을 발하기엔 100여년은 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부는 정치인 유시민으로서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주로 참여정부 정치인 시절의 후일담에 가까운 내용이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입니다. 하지만 국회의원과 지역구의 관계, 비민주적인 정치정당구조 (유일하게 민주적인 구조의 정당으로 민주노동당을 언급) 등은 개인적 호불호에 관계없이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저술할때는 지식소매상으로서의 유시민이였지만 다시 정치활동을 시작한 만큼, 정치인 유시민을 싫어하는 분들도 한번쯤은 사보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미워하기 위해선 일단 알아야 하니까요. 그런의미에서 저 또한 테러리스트 전여옥 여사의 '여성이여, 테러리스트가 되라' 를 중고로 사서 읽어봤습니다만 역사적으로 여성들의 노동3권이나 정치권보장 투쟁을 실제로 이끈 존경하는 유명 페미니스트 분들의 책에 비하면 좀 떨어지더군요.
이 책을 읽음으로 해서 정치인 유시민을 평가하는 잣대로 삼게 될거 같습니다. 과연 그가 원했던대로 당원이 주인이 되는 민주적인 정당을 완성시킬 수 있을지, 지역구에 연연하지 않는 국회의원이 될 수 있을지, 다시 대통령을 보좌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최종적으로 그가 바라고자 하는 헌법에 기초로 하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감에 있어 한 시민으로, 혹은 국회의원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지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