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의 은밀한 거래 - The Secret World Of FIFA
앤드류 제닝스 지음, 조건호.최보윤 옮김 / 파프리카(교문사)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조직 중 하나, 회원국 명단이 UN보다 많은 단체. 이러한 초국가 단체의 힘은 FIFA의 수뇌부가 세계 어디서든 귀빈 대접을 받게 해주고 큰 이권을 가져다주게 됩니다. 하지만 예전에 읽었던 IMF, 세계은행, WTO는 세계를 어떻게 망쳐왔나, 불경한 삼위일체나 피파처럼 세계를 좌지우지 할수 있는 단체들이 비민주적인 시스템과 환경을 가진다면 그 영향력이 어떠한 방향으로 갈 것인지, 이 책의 폭로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포츠와 돈이 관련된 1974년부터 회장선거는 4년마다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회장은 두명 뿐이라는 것은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는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FIFA의 변화는 아디다스의 경영자 다슬러로 시작됩니다. 축구의 상품화가 막 시작되었고 다슬러의 입장에서 FIFA 차기 회장감이던 아벨란제와 손을 잡는 것은 스포츠 용품을 파는 것보다 훨씬 큰 비즈니스를 의미했습니다. 다슬러는 코카콜라를 끌어들였고, 아디다스의 로비 하에 아벨란제는 새로운 FIFA 회장으로 선정됩니다. 다슬러는 FIFA뿐만 아니라 IOC 및 각종 육상종목의 회장선거를 지원했고, 엄청나게 고령의 나이이거나 죽지 않는 이상 권력을 떼어놓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다슬러는 그 대가로 아디다스 브랜드를 크게 확장시켰고, ISL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월드컵 마케팅권리를 얻게 됩니다.

아벨란제는 웃으며 말했다. "전 세계가 아르헨티나의 진짜 얼굴을 보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그것은 아르헨티나의 야만적인 정부가 전 세계에 보여 주고 싶었던 얼굴이었다. 월드컵은 1936년 아돌프 히틀러가 올림픽에서 보여줬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또 다른 살인 통치가 스포츠와 스포츠맨을 이용해 선전되었고, 스포츠와 스포츠맨의 영광에 빌붙었다. 아르헨티나의 진짜 얼굴은 아마도 실종자 어머니들의 용감하고 겁에 질린 얼굴일 것이며, 동족을 대상으로 한 군사정권의 더러운 전쟁의 희생자들과 잃어버린 사람들의 사진을 들고, 월드컵 기간 동안 매일 수도의 마요 광장에서 퍼레이드를 벌이거나 투옥된 사람들의 얼굴일 것이다. - p.53

아벨란제는 스포츠와 정치는 별개라고 말하며 전 세계의 군사정권과 친밀하게 지냈고, 이러한 행동은 전 세계의 비난을 사게 됩니다. FIFA는 갈수록 정의감이 부족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었으며 수뇌부는 월드컵 유치 경쟁 과정에서 많은 이익을 얻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리더십이 흔들리고 고령이 된 아벨란제는 차기 회장감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벨란제는 은퇴를 선언했고, 요한손과 블래터가 회장감으로 지목됩니다. 요한손은 FIFA 내부의 민주주의와 단결, 투명성을 약속하며 미스터 클린 캠페인을 시작했고, 이러한 행동은 아벨란제를 자극합니다. 블래터 또한 과거 아벨란제를 밀어내려 한 전적이 있었던 터라 아벨란제에게 있어서 호의를 가질 순 없었지만, 적어도 블래터는 아벨란제의 비밀을 지켜줄 것이였고, 아벨란제는 블래터를 지지합니다. 블래터는 아프리카의 축구협회 및 투표권을 지닌 의원들에게 많은 지원금을 선사했습니다. 이러한 블래터 뒤엔 완벽한 독재 군주이자 세계적인 부자인 에미르 하마드가 지원하는 빈 함만이 있었습니다.

한국인들이 개를 먹는다는 사실은 블래터에게 충격과 동시에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잠재적인 라이벌을 망신시킬 수 있는 좋은 건수였던 것이다. 블래터는 푸들을 국수와 함께 먹는 것이 한국의 이미지를 악화시킬 것이라 경고했다. 그는 세계인의 여론을 수렴하여, 동물학대 행위를 근절시키라며 정몽준을 압박했다. 잔학한 독재자와 결탁하고, 유혈을 서슴지 않는 독재자에게 월드컵을 안겨주는 일을 일삼던 FIFA가, 개고기를 먹는다는 사실을 도덕성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p.236

또한 블래터는 부정선거를 자행했는데, 투표권이 있던 아이티의 장 마리 키스 박사가 아이티정부의 부정부패를 공격한 대가로 출국금지를 받았고, FIFA 회장 선거날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키스 박사는 FIFA총회에서 텅 빈 아이티의 의자는 스포츠 억압을 상징하며 전 세계에 메시지를 전달해 주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블래터 파인 잭 워너는 친구 네빌 퍼거슨을 키스의 자리에 앉혔고, 대리투표를 금지한 FIFA의 룰을 어기고 부정투표를 시킵니다. 결국 차기 FIFA회장으로 블래터가 당선됩니다.

블래터 회장이 얼마나 버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는 황금거위를 얻었습니다. 이 거위는 블래터에게 옷과 보석, 시계와 차를 선물해줬을 뿐만 아니라 호텔에 묵는 비용, 비행기 비용까지 모든 것을 주게 됩니다. FIFA는 각료들의 세금을 대신 내 줄 뿐만 아니라, 예상할 수 있는 모든 비용을 다 대신 내 줍니다. 블래터 뿐만 아니라 그의 측근들은 FIFA를 통해 월드컵 티켓을 공짜나 다름없이 대량으로 얻을 수 있었고, 이러한 모든 메리트는 측근들의 사업에 이용되 또다른 부를 획득합니다. FIFA가 주관하는 수억에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프로젝트는 블래터의 친구들이 주관하게 됩니다.

세계 스포츠에서 거두는 성공은 작은 나라를 단합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거리는 열기로 가득찼다. 월드컵 출전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왔던 것이다. 1989년 11월 19일 국립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미국전을 승리하면 이탈리아 월드컵에 갈 수 있었다. FIFA 또한 이에 대한 준비를 했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약한 팀이 이기기를 기대하지만, 항상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 서니 힐(FIFA본거지)의 입장에서 보면, 트리니다드가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은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월드컵 이후의 소득과 손실에 관한 것이었다. 그들에게 1994년 미국 월드컵은 완벽한 성공이어야만 했다. FIFA 내부에서는 미국이 반드시 이탈리아 월드컵에 진출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미국이 이탈리아에서 활약해야만 앞으로 4년동안의 스폰서와 티켓 판매, 그리고 미국 언론이 필요한 소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미국은 트리니다드를 꺾어야 했다. 미국 팀이 실력으로 트리니다드를 꺾지 못한다면, 도움을 줘서라도 미국에게 승리를 가져다 줘야 했다. FIFA는 심판과 부심을 그론도나가 아르헨티나에서 데려온 인물들로 교체했다. 주심은 너무나 분명한 두번의 페널티킥 상황이 벌어졌음에도 트리니다드에 페널티킥을 허용하지 않았고, 미국은 1-0으로 월드컵 참가를 확정지었다. - p.174

이러한 FIFA의 방만한 경영이 계속되자 투명성 문제와 재정문제가 제기됩니다. FIFA는 2000~2001년도의 회계 장부에 2006년의 수입을 미리 포함시켰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블래터의 재선 시기에 불거졌지만, 블래터의 자금지원을 받은 국가들의 투표의 힘으로 블래터는 재선에 성공하게 됩니다. 여전히 FIFA 수뇌부들이 얻게 된 월드컵 티켓은 더 비싼 값에 암표로 축구팬들에게 팔리게 되었고 축구팬들은 월드컵 티켓을 얻기 위해 최대 7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블래터의 친구이자 FIFA 수뇌부중 한명인 그린의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며 안티구아에서 잭 워너를 공격하자 FIFA는 안티구아의 대표팀을 친선경기와 국제 토너먼트에서 참여할 수 없도록 보복조치를 가합니다. 올림픽 지역 예선을 앞두고 있던 U-23선수들의 꿈은 깨져버렸고, 결국 안티구아는 FIFA에 굴복합니다.

전세계 수많은 축구팬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스포츠 문화. 그것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FIFA는 거대한 돈놀이의 장이 되었고, 회장인 아벨란제, 블래터, 그리고 그들의 충실한 부하인 잭 워너, 척 블레이저, 쳇 그린 등은 그런 돈을 노리고 몰려든 세계 축구계의 악당이 되었습니다. 범국가적 기구의 비민주성은 다수의 세계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FIFA의 비리는 세계 축구팬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비싸진 월드컵 티켓들, 구멍이 숭숭 뚫린 축구지원금 등은 모두 축구팬들이 감당해야 하는 무거운 부채가 되었습니다. 저자 제닝스는 블래터 회장에게 직접 묻습니다. "블래터 회장님, 당신은 세계 축구를 지배하기 위해 딱 맞고, 적합한 사람입니까?" 그 뒤엔 적막만이 흐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