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보험 절대로 들지 마라
김종명 지음 / 이아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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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를 보다보면 지겨울정도로 자주 보이는 광고들이 있습니다. 바로 민간의료보험 광고들인데, 이 광고들은 독특하게도 광고 마지막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갱신이 어쩌고 하는 약관을 말해주고 사라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민간의료보험 시장은 이미 커질대로 커져 국민건강보험의 수입을 넘어서는 33조원의 시장이 되었습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은 전체적으로 60퍼센트를 보장해 주고, 입원의 경우 55퍼센트를 보장합니다. 그러다보니 중병에라도 걸리면 집안이 거덜납니다. 그래서 현재 많은 사람들이 민간의료보험을 이용합니다. 2010년 기준으로 국민의 56퍼센트가 암보험에 가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보험료가 적당한건지, 제대로 도움이 되는지 지적하기가 힘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질문합니다. 과연 민간의료보험의 선택은 합리적인가? 저자는 단호히 아니라고 말합니다. 민간보험에 드는 경우는 나머지 40퍼센트를 보장받기 위해서인데, 이를 위해 국민건강보험료의 2배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민간 의료보험에 과잉지출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 이익을 볼수 있다면, 그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경제적 활동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민간의료보험의 약관을 해석하며 전체적으로 볼 경우 절대적으로 손해라고 지적합니다. 민간의료보험의 순수보장형 상품의 경우 지급률이 40퍼센트가 안되고, 만기환급형의 경우 낸 보험료를 되돌려주기 때문에 더 나은 상품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30년후에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고 그대로 돌려준다는 것을 감안하면 마찬가지로 손해입니다. 10년 주기의 갱신형 상품의 경우 시작은 아주 싸기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갈수록 갱신금액은 어마어마합니다. 갱신비율은 암발생률에 비례해서 올라가기 때문에, 20~30대에 월 만원이였던 갱신보험은 60~70대에 이르러 월 30만원으로 상승합니다. 3~5년 주기로 갱신되는 실손의료보험의 갱신폭은 더 뛰어납니다. 금융감독원의 실손 보험료 인상률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40세 남성이 월 8200원일 경우, 82세엔 월 90만원에 육박합니다. 물론 암에 걸릴 경우엔 소정의 이익을 봅니다. 보험료를 2500만원정도 낼 경우 4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습니다. 이 1500만원을 획득할 수 있는 행운의 사람들은 암에 걸릴 확률40~50대를 기준으로 해서 1000명중 19명에서 24명입니다.

실비 보험의 보험료를 올리는 다른 요인이 있다. 바로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다. 실비 보험에 가입한 경우, 의료 혜택을 보지 못하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기 쉽다. 그러다보니 언젠가는 한번 크게 타먹으리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병원에서 진료하다 보면 가벼운 질환이라 외래에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입원을 해서 종합건강검진에 준하는 검사를 받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나중에 꼭 진단서와 입원확인서를 떼어달라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환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입원이 가능한 현실에서 실비보험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의사로서 이런 환자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값비싼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한 데 대한 혜택을 받고자 하는 경제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덕적 해이임에는 틀림없다. 지금의 의료시스템에서 민간 의료보험은 환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핵심 요인이다. - p.59

저자는 국민 암 발병률을 기준으로 계산했지만, 실제론 더 보장받기 힘듭니다. 민간 보험사는 보험가입자에 대한 위험을 평가하고, 계약을 승인할지 거절할지를 결정하는 언더라이팅underwriting을 하기 때문입니다. 인기 액션배우 성룡이 TV에서 말한 것처럼, 위험도가 높은 경우 보험사에 가입조차 할 수 없습니다. 거기다 보험회사들은 암보험금 지급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안전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암이 의심되더라도 보험금을 타기 위해서는 암이 더 진행할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암 진단 여부를 둘러싸고 의사는 암이라고 하는데, 보험회사는 암이 아니라고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보험회사와 갈등하는 사례가 많기도 합니다. 이런 여러 역경을 이겨내고 보험금을 받는 지급률은 30에서 40퍼센트에 불과합니다. 암보험으로 만원을 내면, 가입자는 3~4천원을 받는 것입니다. 이 지급률은 심지어 카지노의 슬롯머신보다도 낮은 확률입니다. 카지노 슬롯머신이 경우 전체 배당금이 최소 75퍼센트가 되도록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이런 민간보험률의 증가는 미국의 상황과 유사해지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은 2009년에 GDP의 17.4퍼센트를 의료비에 쏟아부었습니다. 이는 국가의 경제 규모를 감안해도 미국은 한국보다 2.5배를 많이 썼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 국민은 1인당 151만원을 의료비로 썼고 미국인은 1인당 876만원을 썼습니다. 그 엄청난 돈을 씀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의 평균 수명은 OECD국가중 24위로 하위권이고, 미국의 의료체계는 많은 비판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이 가진 매우 독특한 의료체계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 공적 의료보장제도로 65세 이상의 메디케어와 저소득층의 메디케이드가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합니다. 그 시스템의 사이에 있는 4500만명은 공적 의료보험에 해당되지 못하고 민간의료보험비가 너무 비싸 포기한 무보험자들입니다. 이런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2007년 미국에서 개인 파산의 이유중 62퍼센트는 의료비 때문이였습니다. 의료비 파산자의 60퍼센트는 민간 의료보험에, 10퍼센트는 메디케어, 5.4퍼센트는 메디케이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민간 의료보험의 사회적 보험기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민간의료보험엔 영리병원이 뒤따라오는데, 이 영리병원 또한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영리병원의 경우 비영리병원, 공공병원에 비해 입원비용과 행정비용이 매우 비쌉니다. 입원비용의 경우 공공병원에 비해 영리병원이 1600달러 이상 더 들어갑니다. 영리병원의 행정 비용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경영진에 대한 엄청난 보수 때문입니다. 미국 최대 영리병원 기업인 콜롬비아HCA의 최고경영자가 부정행위 소송으로 해임됐을 때 퇴직금으로 3억1천만달러를 받았습니다. 또한 영리병원은 돈벌이를 위해 질병의 중증도를 조작하여 더 높은 진료비를 청구하는 사례가 빈번했습니다. 콜롬비아HCA는 2003년 부당 청구가 적발되어 연방정부에 17억달러를 배상했고, 두번째로 큰 영리병원 테넷은 2004년 2천만달러를 배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고가의 서비스에 반해 의료서비스의 질은 매우 부족합니다. 미국에서 의료서비스의 질이 우수한 병원을 매년 발표하는데 20위권 안에 영리병원은 단 한 개도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불량품을 비싸게 파는 셈인데, 영리병원은 왜 성업중이냐 하면 파는 상품이 의료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의료서비스는 의사나 간호사 등 면허가 있는 사람만 행할 수 있기 때문에 공급자가 한정되어 있어 의료서비스 영역에서는 시장경제의 경쟁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습니다.

이런 미국임에도 불구하고,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회사 관리는 미국이 한국보다 낫습니다. 미국은 메디케어 보충보험법으로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는데, 민간 의료보험회사는 가입을 원하는 사람의 보험가입을 거부할 수 없고 기존에 앓았던 병이 있다고 해서 보험금지급을 거부할 수도 없습니다. 또한 건강상태에 따라 보험료를 차별하지 못하게 하고 있고 보험의 지급률을 최소지급률에 의해 최소 75퍼센트가 되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대다수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사적 지출을 줄이고 공적 지출을 늘리는 것이 무조건 유리하다고 말합니다. 2011년 금융통계월보 기준으로 보험회사의 사업비규모는 25퍼센트 내외이지만, 국민건강보험의 사업비는 3퍼센트에 불과합니다. 같은 돈을 낸다면 운용비가 적게 드는 국민건강보험이 더 많은 돈을 돌려주기 때문에 국민건강에 더 유리합니다. 물론 현재의 국민건강보험도 여러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제대로 소득적용이 힘들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우리나라 최고 부자인 이건희 회장은 건강보험료를 얼마나 내고 있는 가 하면, 2008년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비리를 폭로하기 전에는 월10억원의 월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경우 2008년 기준 직장가입자의 실 보험료는 2.54퍼센트이므로 2540만원을 내야 하지만 건강보험료 상한제로 인해 이건희회장은 167만원만을 부담하면 됩니다. 2010년 복귀 이후로 언론 보도를 보면 월급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경우 월 건강보험료는 8120원입니다. 하지만 이건희회장의 소득은 2011년 주식배당으로 1330억원을 벌었습니다. 주식배당 소득은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1330억원을 벌어도 월 8천원만 내면 됩니다. 그 외에도 일부 연예인들이 논란이 되었던 위장취업 등 제도상의 허점이 존재합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국민건강보험이 이익이라고 해도 민간의료보험이 이익인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민간 의료보험이 이익인 경우는 보험 지급률 50퍼센트로 가정했을 경우 월소득 1500만원, 즉 연봉 1억8000만원 이상의 경우입니다.

국민건강보험 보장률이 커질 경우 사람들이 의료진료비가 싸기 때문에 불필요한 의료 이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것은 일면적으로는 맞습니다. 하지만 도덕적 해이로 인해 불필요한 의료 이용이 늘지는 않습니다. 가격이 싸다고 해서 의료서비스를 불필요하게 이용하지는 않습니다. 예를들어 맹장수술이 공짜라고 해서 아프지도 않은데 맹장수술을 받지는 않습니다. 병원에 갈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몸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이지 가격이 싸고 비싼데 있지 않습니다. 이것을 실증적으로 증명한 논문중에 RAND연구가 있는데, 의료서비스의 가격의 변화에 따라 의료 이용 양상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분석한 실험연구입니다. 이 연구는 본인부담액이 0퍼센트에서 95퍼센트로 증가하더라도 의료 이용 양상이 아주 완만하게 감소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소득계층에 따라 의료 이용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연구했는데,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에서 가격이 증가함에 따라 의료 이용 감소가 두드러졌습니다. 또한 가격이 낮아졌을때도 저소득층보단 고소득층에서 사용빈도가 더 높았습니다.

저자는 한국의 의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공적인 부분을 키워야 하며, 궁극적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질병들을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100%전액 무료라면 그에 따른 도덕적 해이가 뒤따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전체 건강보험 보장률 80퍼센트, 입원진료비 보장률 90퍼센트, 연간 병원비 상한액 100만원이 적절하다고 말합니다. 그와 동시에 현재 존재하는 제도의 헛점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물론 국민건강보험을 키우려면 지금보다 더 예산이 필요하고, 더 많은 국민건강보험료를 내야 합니다. 혹 그 돈을 어디서 만드냐고 반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이미 민간의료보험에 그 이상의 비용을 대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이 더 올라간다면, 그에 비례해서 민간의료보험에 드는 돈이 줄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같은 돈으로 국민건강을 위해 더 효율적인 운영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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