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 정치와 죽음의 관계를 밝힌 정신의학자의 충격적 보고서
제임스 길리건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자신과 타인을 모두 죽일 수 있는 동물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언제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일까요? 저자는 1900년도부터 2007년도까지의 살인율과 자살률 통계를 연구하며 나름의 답을 제시합니다. 토머스 조이너가 쓴 '자살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는 자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된다는 의식과 아무데도 소속되지 않는다는 심리라는 것을 지적합니다. 그러한 해석은 이 책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자살률과 살인율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문화, 현상, 사건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큰 영향을 미칩니다.

무엇이 폭력을 만드냐는 질문에 저자는 수치심과 죄의식을 그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물론 수치심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수치심 때문에 고통스러울 때 자기 안에 있는 수치심을 남에게 떠넘겨서 수치심에서 벗어나려고 살인을 저지르거나 남에게 폭력을 휘두를 수 있습니다. 죄의식이라는 감정은 자살을 유도하는데, 토머스 조이너의 해석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된다는 의식의 심리적 기능은 수치심의 반대 기능인데, 수치심을 자극하는 타인에 대한 공격성을 저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기능은 때로 너무나 강력해 남에게 터뜨리지 못하면 자기 자신에게라도 터뜨려야 할 정도로 강력합니다. 이런 수치심과 죄의식의 정도는 개인적인 것이라고 이해하기 쉽지만, 수치심과 죄의식은 도덕의 감정이고 동시에 정치적, 사회적 감정이기도 합니다. 이념과 종교, 정치적 선택은 수치심과 죄의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념과 종교, 정치는 사회를 구성하고 사회, 경제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수치심과 죄의식은 사람들의 성격과 동기가 판이하게 다를지라도 비슷하게 영향을 미칩니다.

사회적 현상이 자살률과 실업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많은 연구가 있어 왔습니다. 1900년부터 1970년까지의 시기를 다룬 폴 홀링거의 연구에 따르면 연령을 보정했을 때 미국의 자살률과 살인율은 상호 연관성이 있을 뿐 아니라 실업률과도 상호 연관성이 있었습니다. 줄리어스 윌슨은 빈민가의 실업과 폭력 범죄라는 이중 전염병을 분석한 연구에서 무직과 폭력 범죄의 직접적 관계를 언급합니다. 칭치 시에와 메러디스 푸는 소득 불평등과 폭력 범죄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에서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살인과 맺는 연관성이 상당히 높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리처드 윌킨슨은 자신의 연구와 다른 연구자들이 생산한 문헌을 메타분석하여 폭력의 발생과 다양한 정도와 유형의 경제적 불평등과 생활고 사이에 의미심장한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개리 라프리와 크리스 드라스의 연구는 1957년부터 1990년까지 미국에 대한 시계열 분석을 통해서 경제 불평등이 커지면 살인율이 높아짐을 발견합니다. 파블로 파즌질베르, 대니얼 레더먼, 노먼 로아이자는 세계은행의 지원을 받아 불평등과 폭력 범죄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에서 세계 39개국에서 소득 불평등과 국내총생산이라는 관련 경제 변수와 살인율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살인율은 소득 불평등에 정비례하고 국내총생산에 반비례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심각한 폭력 범죄에 관여하는 남자의 비율에서 흑인과 백인의 차이를 비교하면 11세 때만 하더라도 거의 같은데 청소년 시기의 후반으로 가면 흑백 비율이 3대 2가 되고 이십대 후반에는 거의 4대 1로 격차가 벌어진다. 하지만 직장이 있는 흑인 남자와 백인 남자를 비교했을 때 21세까지는 두 집단이 보이는 폭력 양상에서 의미심장한 차이가 없었다. 결국 폭력 행동의 인종별 차이를 만들어내는 주된 원인은 실업이다. - p.66

결국 우리의 폭력성향과 자살성향을 해석함에 있어서 개인적 성향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요소의 영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필립 짐바르도의 심리학 실험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주변 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받습니다. 그리고 환경은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받습니다. 정치적 선택은 사회를 구성하고, 그 사회의 자살률과 살인율을 구성합니다. 어떠한 사회가 더 높은 폭력을 보여주는지에 대해 통계는 실업, 상대적 빈곤 등이 그 원인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근대사회에서 수많은 병을 물리친 가장 효과적인 의학적 업적은 의사, 병원, 약의 역할이 아니였습니다. 청결한 물의 공급과 하수 체계는 어떤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을 질병과 죽음에서 구해냈습니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덜 자살하고, 살인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관점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살인한 사람을 처벌하고, 자살한 사람을 죄악시하는 것에 우리의 자원을 쓰는 것보다 그러한 결과를 줄이는 정치, 경제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우리의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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