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된 비만 - 늘어진 뱃살에 대해 당신은 아무 책임이 없다
프란시스 들프슈 외 지음, 부희령 옮김 / 거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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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약한 성격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해석되며, 비만인 사람은 탐욕스럽고 의지가 약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여섯 살짜리 아이들이 다른 체형을 묘사할 때보다 뚱뚱한 체형의 아이를 묘사할 때 게으른, 더러운, 멍청한, 못생긴, 거짓말쟁이, 사기꾼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비만에 대한 혐오감이 매우 어린 나이에서부터 뇌에 각인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여성의 날씬한 몸은 뚱뚱한 몸이 나타내는 게으름이나 방종과 대조되는 능력, 즉 성공, 자기통제, 성적 매력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며, 영국과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는 과체중 여성은 만성병을 앓고 있는 여성보다 더 적은 급여를 받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러한 비만에 대한 인식은 잘못되었으며, 비만은 개인의 특성 때문이라기보다는 사회적 환경이 비만을 만든다고 말합니다.

가장 비만인 나라를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미국을 꼽을 것입니다. 하지만, 체코, 핀란드, 독일, 그리스 등에서 과체중 성인의 비율이 미국의 수치보다 높으며 중국은 오래전에 '지구에서 가장 비만인 나라'라는 남부럽지 않은 타이틀을 미국에서 빼앗아왔습니다. 개발도상국과 신흥 산업국가의 비만인구 또한 선진국의 비만 인구를 앞질렀습니다. 개발도상국의 도시화와 비만에는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부유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식습관을 바꾸고, 같은 이유로 그들은 처음으로 과체중이 되거나 비만이 됩니다. 하지만 그들은 교육받은 사람들이고 날씬한 체형을 이상적으로 보는 서구의 시각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소식과 균형 잡힌 식단의 중요성에 빨리 동화된다. 무엇보다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있는 돈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중산층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가고,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계층이 그 뒤를 따르게 됩니다.

소박한 수준의 임금을 받는 사람들은 싸고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고열량 음식을 찾아내고, 가능한 한 빨리 최대한 많이 먹는데 불행하게도 이것은 채소나 과일처럼 영양 많은 음식을 희생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식사 준비를 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설탕과 지방이 많은 가공식품이 어쩔 수 없이 가장 적합한 음식이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일과 채소는 비싸기 때문에, 과체중이 되는 것은 경제적인 합리성 때문입니다. 그 결과 몸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가난하다는 규칙은 거의 전 세계에서 사실이 되었습니다. 가장 가난한 나라의 가장 가난한 주민만이 이 규칙에서 제외되며, 이들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할 자원마저 부족해 대부분 심각한 영양 결핍에 시달리기 때문입니다.

농업혁명은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습니다. 프랑스에서 1961년과 2002년 사이의 밀 수확량을 비교해 보면 헥타르당 2.5톤에서 7.5톤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유럽의 공동농업정책에서 나온 보조금 시스템은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생산량은 가격하락을 가져왔고, 가격하락 때문에 더욱 과도하게 생산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문제는 곡물, 육류, 유제품과 달리 채소나 과일은 매우 적은 보조금만을 지원받았기 때문에 생산량이 크게 늘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음식의 종류는 곡물, 육류, 유제품으로 쏠리는 현상이 심화되었습니다. 이렇게 값싸게 생산된 음식들을 줄이려면 답은 하나밖에 없었는데, 소비자들이 더 많은 음식을 먹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엄청난 농산물을 생산하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생산성이 더욱 증가하면서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설탕, 곡물, 기름과 동물성 지방을 처분할 길이 없어졌기 때문에 수출로 그 해답을 찾게 됩니다. 다농, 카길, 네슬레 등의 거대한 다국적기업들은 농업과 식품 부문에서 수확, 가공, 유통 등 모든 고리에서 생기는 이익을 가져가게 되었는데, 가공하지 않은 곡물을 그대로 파는것보다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즉석식품 같은 가공식품들을 열성적으로 팔고 싶어했습니다. 결국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임금 수준이 낮거나 중간 정도인 나라에 가공식품을 대량으로 팔기 시작했고 개발도상국과 신흥 산업국가의 비만인구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식품산업은 소비자가 더 많이 사게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이 주면 된다는 단순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들은 소비자가 특대 사이즈를 사도록 유도하기 위해, 더 싼값에 산다고 느끼도록 만들었습니다. 약간의 가격상승으로 가격의 비례분 이상의 많은 양의 음식을 제공한 것입니다. 그러나 제품 가격에서 실제 음식 가격의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기 때문에 생산자가 손해를 보지는 않았습니다. 감자튀김의 양을 두배로 늘려도 비용이 두배가 들지는 않았고, 양을 두배로 했을 때 수익이 두배로 늘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여전히 전과 같은 양으로 했을 때보다 많은 이익을 얻게 됩니다. 가격 인상은 언제나 늘어난 음식에 들어가는 순비용보다 조금 높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제공하는 음식의 양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음식의 양은 20년 전에 팔던 양보다 2~5배나 더 많아졌는데, 미국에서 음료의 표준 양이 1950년대에는 190밀리리터였지만, 2000년에는 표준 사이즈가 590밀리리터에 이르렀습니다. 여러 연구들은 유아기 이후에 우리의 식욕은 접시 위의 음식 양에 적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모든 실험들은 한가지 사실을 확인했는데, 더 많은 음식이 제공될수록 더 많이 먹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비만의 증가에 영향을 미칩니다.

미디어의 역할 또한 비만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1992년 영국에서는 초콜릿 과자를 홍보하기 위해 1억 3000만 달러를 쓴 반면, 신선한 과일, 채소, 견과류에는 고작 600만달러를 썼고 이러한 차이는 음식에 대한 인식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연구에 따르면 어린이들이 음식 광고를 자주 보면 부모에게 특정 제품을 사달라고 조른다는 사실을 밝혀냈는데, 대체로 그 제품들은 지방, 설탕, 소금이 많이 들어간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과체중 어린이의 비율은 광고 횟수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미디어가 내포하고 있는 과도한 날씬함에 대한 잘못된 미적 인식과 화이트칼라를 숭상하고 블루칼라를 천대하는 태도 또한 비만인구 증가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식품산업은 비만이 사회적 중요 문제가 되자 공급 열량을 줄일 수는 없었으므로, 비만이 너무 많은 음식 양 탓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즉, 비만은 모두 운동부족 탓이며, 운동을 충분히 한다면 먹고 싶은 만큼 먹어도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널리 퍼져 있는 가설과는 반대로, 의사와 과학자들은 비만이 반드시 폭식과 게으름의 산물은 아니라는 의견을 공유하고 있는데, 에너지 섭취와 소모 사이에 존재하는 근소한 차이라도 수년간 누적되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점진적인 체중 증가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영양학자들이 계산한 바에 의하면,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몸이 소모하는 에너지보다 0.17퍼센트 이상을 섭취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인류라는 종은 전반적으로 과도함을 극복하기보다는 결핍에 대항하여 싸울 준비가 더 잘 되어있습니다. 우리 몸은 수확이 적은 시기에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능은 뛰어나지만, 풍족한 기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기능은 좋지 않습니다. 일단 몸에 지방이 들어오면, 그것을 저장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게 됩니다. 이러한 특징들은 운동도 비만문제 해결에 효과적이지만, 더 효과적인 것은 음식 양을 줄이는데 있음을 말해줍니다.

전문가들 대부분이 비만의 확산이 환경적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음에도, 그동안 수많은 연구들은 그 사실을 간과했다. 개인의 생활방식에 대한 간섭과 비만 약물의 효과에 대해 이제 현실적인 태도를 보일 때이며, 비만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개인의 치료보다는 공중보건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다. - 영국의학저널 

2차대전 이후 굶주림과의 싸움은 전세계적인 과제가 되었고, 가장 낮은 비용으로 식량을 가능한 많이 생산해내 모든 사람들에게 배를 채울 권리를 주는 것이 목표가 되었습니다. 훌륭한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많은 나라에서 빈곤과 기근은 사라졌고, 2003년에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오늘날의 농업 생산량은 60억 인류를 충분히 먹여 살리고 남을 정도라고 선언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8억 5000만명의 인구가 여전히 굶주리고, 더 많은 사람들은 과잉 열량으로 괴로워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전세계적인 비만 현상은 결국 개인의 의지와 노력 문제라기보다는 사회경제적인 조건과 구조적인 환경의 산물입니다. 이러한 큰 구조적 문제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울것이란 인상이 있지만, 2007년 영국에서 실시한 변화가 주는 교훈은 인상적입니다. 전국적으로 공공장소에서 흡연 금지를 실시한 뒤, 흡연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결과적으로 4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담배를 끊었습니다. 이것은 환경의 변화가 얼마나 인상적으로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보여주며 건강에 좋지 않은 행동을 사회적으로 배척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취할 여지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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