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를 부위별로 팝니다
애니 체니 지음, 임유진 옮김 / 알마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시체는 매우 유용합니다. 매우 유용하기 때문에 비쌉니다. 합법적으로 시체를 사려면 부위별로 머리 126만원, 뇌 84만원, 팔뚝 120만원, 무릎 91만원이 필요하고, 사람 한명분의 몸을 전부 사려면 3000만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시체를 이용해 많은 것을 이뤄냈습니다. 미국만 해도 한 해에 대략 1만 구의 시신이 의대생들에게 해부의 신비를 알려주기 위한 용도로 쓰이고 있고, 외과의들의 세미나에 쓰이고, 의료 기구 제작회사들이 여는 상업적 목적의 세미나에서도 사용됩니다. 뼈를 갈아 반죽을 해 치근 수술에 쓰거나, 심장에서 판막을 떼어낸 뒤 심장 수술에 쓰기도 합니다. 시체시장은 10억달러 규모의 매우 거대한 시장이 되었고, 시체가 유용하다보니, 시체 공급업을 하고 있는 몇몇 브로커는 시체를 얻기 위해 사기나 절도와 같이 점점 더 사악한 수단을 쓰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간 브로커가 성형수술용으로 피부와 경골 등을 판매한 것이 SBS의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보도가 되기도 했습니다. 좀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시체를 몸에 붙이는 성형수술은 시체시장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체 매매라는 사업은 1700년대 후반, 외과의사들이 해부학을 배우기 위해 시체를 절단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미국에는 합법적인 시체 공급책이 없었기 때문에 의사들은 시체 도굴꾼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당시 시체 도굴꾼이 얼마나 기승을 부렸는지는 도굴꾼 네이플스가 자기가 한 일을 날마다 일기장에 적은 책,《한 시체 도굴꾼의 일기, 1811~1812》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의사들은 시체가 필요했고, 의학발전에도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범죄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회적으로 쉬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세인트 토머스 병원의 외과의인 쿠퍼 박사는 시체 도굴꾼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시신을 가져오는지 잘 알고 있었지만 결코 그에 대해 묻는 법이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박사는 그 시대를 살았던 최고의 혁신가 가운데 하나로 기억되는데, 동맥류 비대 완화를 위해 경동맥을 묶은 것도, 둔부의 다리를 절제한 것도 모두 그가 최초였습니다.

그 어떤 시체도 도굴꾼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했다. 1878년, 존 스콧 해리슨 의원이 오하이오에서 갑자기 죽었다. 그는 아주 부자였고 미국 전 대통령의 아들이었다. 정치판에서도 유명인사였던 그의 죽음은 많은 관심을 끌었다. 외과의들은 앞 다투어 그의 뇌를 연구하고 싶어했다. 그들은 그의 심장과 심실은 물론이고 뼈와 혈관까지도 노리고 있었다. 아들은 도굴꾼들이 아버지의 시신을 훔쳐갈까 무척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특별히 시멘트 관을 주문했고 일주일 동안 한시간도 빼놓지 않고 경비를 세워 시신을 지키게 했다. 일주일 뒤 해리슨의 가족들과 친구들은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오하이오 강가에 있는 그의 무덤에 모였다. 참석자 가운데 한 명이 옆에 있는 어린아이의 무덤에서 도굴의 흔적을 발견했다. 어린아이의 시체까지 훔쳐가는 만행에 사람들은 분노했고 해리슨의 아들과 일행은 경찰의 수색영장과 함께 오하이오 의과대학에 들어갔다. 학교에서 어린아이의 시체를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몸집이 큰 시체를 하나 찾아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해리슨이었다. pp. 138-139 

시체팔이는 보통 노동자의 10배 이상의 수입을 보증했기 때문에, 많은 범죄가 이루어졌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해어와 버크의 사건인데, 빈민가에서 세를 주던 영국의 윌리엄 해어와 버크는 사악한 돈벌이를 시작했습니다. 해어의 세입자 가운데 홀로 사는 노인 데스몬드가 죽자 그 시체를 유명한 외과의이자 해부학 교수에게 팔고 7파운드의 돈을 벌었는데, 그 일을 계기로 그들은 살아 있을 때보다 죽어서 더 가치가 있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1년동안 16명을 질식사시켜 팔았고, 이 사건은 에든버러를 발칵 뒤집어놓게 됩니다. 기소에 대한 증언을 하는 대가로 해어는 면책을 얻었고 그의 증언으로 버크만이 유일하게 유죄 판결을 받게 됩니다. 25,000명의 구경꾼 속에서 버크는 교수형을 당했고, 그의 시체는 학생들의 해부 실습으로 쓰이고 말았습니다. 그 후 영국 정부는 시체 매매를 종식시키기 위한 해부 법안을 통과시키게 됩니다.

이후 미국에서 1830년에 메사추세츠 주 특별위원회는 해부학자와 도굴꾼들의 시스템을 합법화할 것을 제안했고, 1831년 해부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이 법안을 계기로 연고가 없는 사람들이나 죄수들, 정신병동의 환자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일 경우 죽으면 법적으로 시신 해부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수요는 공급을 초과했고, 결국 1950년대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신 기증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후 얼마동안은 공급이 괜찮아졌지만, 현대에 들어 시체를 이용하는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다시 수요가 폭등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음성적인 시체시장이 강화되어 많은 시체가 불법적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시체들은 당당하게도 보통사람들이 쓰는 운송체계와 동일한 것을 사용합니다. 불법 시체를 스테이크용 고기를 싸듯이 간단히 싸서 우편으로 보내는데, 간혹 들켜서 뉴스에 나오기도 합니다.

"가난한 자여, 당신의 지친 몸을 나에게 주세요, 세파에 지쳐 갈 곳 없는 몸을 나에게 주세요. 심장을 사고 싶습니까? 바로 여기 있습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사이즈도 얼마든지 있고요. 원하는 혈액형대로 다 있습니다. 무엇이든지! 생각해보세요. 이건 농장 같은 것입니다. 다만 사람들을 경작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죠." - 브로커 오기 페르나 

시체를 얻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화장터에서 화장하기 전에 시체를 빼돌리거나, 연구 및 교육용으로 기증된 시체가 불법시장으로 흘러들어갑니다. 때론 가난한 사람들에게 직접 몸을 받기도 합니다. 장례 지낼 만큼의 돈조차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공짜로 화장해준다는 홍보를 하고, 죽으면 시체를 가져갑니다. 때론 가난한 집의 가족들과 거래를 하기도 합니다. 회사는 시체 한 구당 2만 달러 정도면 살 수 있고, 가난한 가족은 뜻하지도 않은 수입에 기뻐할 것입니다. 회사는 또 회사 나름대로 이익을 챙길 수 있는데, 2만 달러짜리 시체를 잘라 조각으로 내어 부위별로 팔면 20만 달러에 팔 수 있습니다. 시장은 때론 서로의 욕망으로 존재합니다. 이런 시장의 형성엔 구입자측의 책임도 크지만, 구입자가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한 예로 펜실베이니아 대학, 미시간 대학, 텍사스 의대가 시체 매매에 연루된 사건이 있었는데, 혐의가 분명해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습니다. 내부 문서와 경찰 수사에 따르면 대학에서 일하는 조수들이 지하 시체 시장에 물건을 공급해온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범죄 수사가 진행되었는데, 놀랍게도 직원 한 사람만 기소되어 형을 살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은 기증한 시신을 연구나 교육 후에 매장하거나 장미 정원에 뿌려주겠다고 약속해놓고서 자신들이 사랑했던 가족을 의료 폐기물 더미에 넣어 태워버린 학교측에 분노했지만 방도를 찾지 못했습니다.

시체를 사용한다는 것은 도덕적인 혐오감을 주지만, 우리는 시체를 이용해 많은 의학적 진보를 이루었고 전 사회 구성원이 그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시체를 사용하는 것을 용인했고, 많은 사람들이 기증을 통해 의학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가치에 돈이 개입됨으로써 결국 가치가 부패되는 현상이 벌어졌고,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시체를 공급하는 영역에서 정부의 규제가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의 장부를 감사할 사람도 없고, 경로를 확인할 사람도 없습니다. 이러한 허점은 시체를 이용하는 것이 공공의 선을 위해서가 아닌, 텔레비전이나 자동차와 마찬가지인 상품으로 판매되게 만들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을 고발함으로서 시체의 관리감독체계를 재고하고, 과학의 발전이나 타인의 삶을 위해 기증을 택하는 사람들의 숭고한 뜻을 저버리는 사회가 되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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