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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전쟁 - 기후변화가 불러온 사회문화적 결과들 ㅣ 세미나리움 총서 25
하랄트 벨처 지음, 윤종석 옮김 / 영림카디널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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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기후변화는 오래 전부터 과학자들이 말해 온 사회적 이슈입니다. 기후변화의 미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기후변화는 건강적인 측면이던, 경제적인 측면이던 간에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사실입니다. 우리는 기후변화를 다양한 형태로 받아들이게 되겠지만, 저자는 그러한 형태 중에서 폭력이라는 형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라는 관점이 과거, 현재, 미래가 있듯이, 기후와 폭력이라는 모습 또한 과거, 현재, 미래가 있습니다. 기후변화를 이유로 사람들이 폭력성을 띄게 된다면, 그러한 폭력에 대한 결단을 내리는데까지의 고찰,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지각변화에 대한 관찰 등을 담고 있습니다. 종교적 분쟁, 사상적 분쟁과 같은 고전적인 형태의 폭력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라는 테마 또한 다른 분쟁 못지않게 강력한 폭력성을 불러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후적인 측면에서 일어나는 분쟁과 폭력은 과거부터 있어 왔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공통점이라면, 여전히 사람들은 하나의 땅 덩어리와 같은 수원지에서 발원하는 물을 마셔야 한다는 점이며, 이러한 기반이 변화한다면 이는 곧 폭력적 갈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이미 시작된 지 오래입니다. 사막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강수량은 줄어들고 있으며, 초원지대의 방목, 숲이 남벌되었습니다. 아프리카 수단의 경우 독립 이후 40퍼센트의 숲이 사라졌으며, 유엔 환경계획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숲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기후변화가 폭력과 내전의 한 원인을 이룬다는 사례가 바로 수단에서 있었는데, 사막화에 따른 농지 변화는 유목민과 농부들 간의 이해관계에 금을 가게 만들었고, 결국 폭력적인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연관성은 3세계라 불리우는 지역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2005년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서부를 강타했을때도 사람들은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는데, 총격전과 폭력사태, 상점 약탈 등이 이어지는 바람에 주 방위군까지 출동해야 했습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재앙에 대한 하나의 교훈을 전해주는데, 그것은 바로 재난은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닥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허리케인이 다가오자 부유한 주민들 대다수는 대피할 수 있었던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파괴된 도시에 그대로 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카트리나의 사회적 결과를 연구했던 존 R 모건에 따르면, 도시의 빈곤지수와 재난의 파괴도는 유사한 상관관계를 이룬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재난은 생활과 생존의 기회들에서의 불평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자연을 가장 오염시킨 사람들은 그 고통을 가장 덜 받고, 자연을 가장 덜 오염시킨 사람들은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후변화의 피해가 상처받기 쉬운 사회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다른 요인보다도 더 폭력성을 증대시키고 난민 및 이민을 증가시키며 증대된 난민이 또다시 더욱 큰 폭력성을 증대시킨다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이에 대항해 잘사는 나라들은 안보의식을 더욱 강화시키고 안보를 바탕으로 한 폭력수단의 강도를 더 증가시킵니다. 이러한 불평등은 테러주의에 정당화를 제공하고 강화시키며, 이는 자살폭탄과 같은 그리고 더 독특한 형태의 테러리즘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고전적인 형태의 국경분쟁은 줄어들었지만, 새로운 형태의 국제 지역분쟁이 생겨났습니다. 즉 나라와 나라의 전쟁보다 더 급박한 사안이 대두된 것인데, 이른바 밀입국과의 전쟁입니다. 이러한 밀입국의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경제문제지만 기후문제 또한 무시할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원인입니다. 아프리카의 사막은 계속 넓어지고 있고 강수량이 줄어들고 숲이 사라지고 있으며, 대규모 댐 공사로 강제 이주를 당했거나 농사를 더이상 지을 수 없게 되었거나 내전을 피해 도망치는 사람들이 밀입국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밀입국으로 문제가 되는 지역이 호주,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아프리카와 유럽 등이 있습니다. 선진국들은 이러한 변화에 벽을 높게 쌓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2006년 멕시코와의 국경에 1125km의 최첨단 철조망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전체 국경선 3360km중 33%에 해당하는 엄청난 길이인데, 철조망이 설치되지 않는 지역은 사막이거나 산이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는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이 철조망 때문에 국경에서 1954명이 국경을 넘다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아프리카에서 넘어오는 밀입국자들을 막기 위해 2005년 생긴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역외국경 작전협력을 위한 관리처, 줄여서 프론트엑스 라는 기관을 만들었습니다. 20대의 비행기와 30대의 헬기, 100척 이상의 배를 보유한 이 최첨단 기관은 기존 난민방어의 개념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그것은 국경선을 자국 영토 밖으로 이동시킨다는 획기적인 개념입니다. 프론트엑스는 국경선에서 난민을 막지 않고, 유럽 근처의 지중해를 끼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과 협조해서 난민을 방어하고 있습니다. 프론트엑스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는데, 2006년에만 3천여명에 달하는 익사자를 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결과물들에 대해서 시민들의 의식 또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환경에 대한 의식 또한 변화함과 동시에 변화하는 환경 조건에 인간이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어부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보면, 실험 결과 늙은 어부에 비해 젊은 어부들은 근해에서 사라진 어종들에 대해 알지 못하고, 어획량의 감소에도 큰 걱정을 내비치지 않았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 또한 기후문제를 막연하고 모호하게 생각하거나, 심지어 기회로 지각하기도 합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관점에서 사람들은 문제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변화시키지, 그 원인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도덕과 실제의 부조화를 축소시키며 폭력성의 증대에도 기여합니다. 기후변화가 가져다 주는 대규모 폭력은 테오도르의 표현대로라면 야만의 귀환이거나, 댄 다이너의 표현처럼 문명으로부터의 단절이 아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현대적 시도가 낳은 결과물입니다. 고전적인 분쟁들과 달리 기후변화가 가져다주는 폭력은 예측하기 힘들며, 때문에 더 극적입니다.
갈수록 극명하게 드러나는 기후변화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회의 구조, 사람들의 심리적 적응과 폭력의 순환은 21세기를 20세기보다 더욱 강한 폭력성의 시대로 만들수 있다고 저자는 경고합니다. 어떤 사소한 분쟁이, 전세계적인 재앙으로 변화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가축을 기르는 사람들과 농작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일으킨 잡초를 둘러싼 투쟁이 50만명이 넘게 죽었던 다르푸르 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과학의 발달과 민주주의의 보급 등으로 인해 기후변화로 인한 폭력이 20세기의 세계대전과 같은 집단학살과 같은 형태로 나아가기는 힘들것이라고 예상되지만, 사람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자기 생존에 위협적인 것으로 간주하면 이전엔 결코 생각하기 힘든 급진적 해결책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언제나 잊어서는 안됩니다. 현재 환경변화와 생존 경쟁으로 인한 폭력 때문에 고향을 등진 환경난민의 숫자는 2억 5천만명이 넘는데, 이러한 변화가 계속되면, 2050년에는 현재의 10배에 달하는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때가 되면 기존의 국제관계는 와해되고, 선진산업국들 또한 이 변화의 영향에서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