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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전쟁
사라 치룰 지음, 박미화 옮김 / 엘도라도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인간은 살아가기 위해 다양한 자원을 필요로 합니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프랜시스 베이컨으로 대변되는, 자연은 정복해야 할 대상이라는 서양의 시각이 반영된 자본주의 체제는 필연적으로 많은 양의 자원을 요구합니다. 현재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많은 자원들은 전통적인 곳들, 광산이나 숲, 혹은 바다 등에서 왔습니다. 이런 자원의 중요성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원쟁탈전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때문에 사회가 계속 발전하면서 지구의 자원을 너무 많이 쓰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제기되어 오고 있고, 나우루공화국이나 이스터 섬의 사례처럼 자원의 무분별한 사용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말해주는 것도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저자는 최근 각광받기 시작한, 새로운 자원의 보고를 말하며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곳은 인간이 지구상에서 정복하지 못한 마지막 지역, 심해입니다.
심해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자원은 광물자원입니다. 1977년 처음으로 발견된 블랙스모커 주변에는 광물퇴적층이 형성되는데, 고농도의 납, 아연, 은, 금 등이 있습니다. 해양전문가들은 블랙스모커에서 1톤당 평균 5~20그램의 금과 1200그램의 은을 채취했으며, 근처의 광석을 연구한 결과 전체의 50퍼센트는 아연, 15퍼센트는 주석을 함유하고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이중에서 주목받는 것이 망간단괴인데, 구리, 니켈, 코발트 등의 성분이 있어서 이런 자원들을 수입해야 하는 나라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메탄 하이드레이트, 석유, 천연가스 등의 값어치 있는 자원이 심해에 있습니다. 이러한 자원은 보통 수심 4,000미터 이하의 심해저 바닥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심해자원에 관심이 있는 나라들은 심해의 95퍼센트를 탐색할 수 있는 수심 6,000미터용 로봇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프랑스, 영국, 노르웨이, 포르투갈, 러시아, 일본, 한국, 캐나다, 호주, 미국은 수심 6000미터 이상 잠수할 수 있는 ROV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말 태평양의 섬나라 통가 앞바다에서 탐사를 하던 연구원들이 블랙스모커 주변의 암석에서 1톤당 30그램의 금을 발견하자, 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헤르치히는 그들이 발견한 것이 그때까지 광산에 대해 알려진 것을 압도했다고 회상했다. "육지에 있는 광산에서 토사 1톤당 금 1그램을 발견해도 개발할 만하다고 하지요. 육지에서 1톤당 금30그램이 나온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블랙스모커에서는 그게 가능했어요." - p.66
지질학자들이 망간단괴에 함유된 광물성분 조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반면, 해양생물학자들은 거대한 환경오염과 그로 인한 생태계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심해에서는 소수의 적응된 생명체만 살고 있을거라는 보통의 인식과 달리, 심해의 블랙 스모커 지역이나 콜드 시프 지역엔 열대우림지역보다 더 많은 종류의 생물이 사는 생태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해양생물 조사프로그램이 발족된 이래 세계 각국의 해양생물학자들은 2010년 기준으로 5,600종이 넘는 신종 생물을 발견했습니다. 채집조사를 나갈 때마다 새로운 생물을 발견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추측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은 바다의 생명체의 1에서 5퍼센트 정도밖에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심해의 생태계는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블랙 스모커나 콜드 시프가 중심이 되어 이루어지는데, 문제는 그곳에 각종 자원과 유정, 혹은 가스전이 있다는 것입니다.
망간단괴를 채집할때 발생하는 흙먼지는 필연적으로 생태계를 위협합니다. 심해에서는 자연이 스스로 복구할 수 있는 시간이 육지보다 오래 걸립니다. 이런 심해 생태계를 걱정하는 이유는 단순히 동물윤리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류가 살아오면서 단순히 철과 같은 광물에만 도움을 받지 않았던 것처럼, 심해 생명체들이 가져다주는 혜택이 많기 때문입니다.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지만 해양 바이오테크놀로지는 화학, 제약산업에 혁명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연구중인 심해 박테리아를 이용한 바이오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분해되며, 제품의 용도에 따라 개성있는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고, 심해미생물로 만든 세제는 얼음같이 차가운 물에서도 기름때를 녹일 수 있습니다. 심해 생물체들에게서 항생제, 진통제, 항암제를 추출하는 것도 많은 부분 연구되었고 실용화된 것도 있으며, 수술에 사용되는 봉합실의 경우 이미 해저미생물로 만든 것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심해의 자원을 둘러싼 문제들은 이러한 인간과 자연간의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인간과 인간 간의 문제도 있습니다. 현재 세계 100여 곳에서 해양경계선 문제로 갈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 문제나 대륙붕에 대한 권리 문제의 핵심은 심해에 내재된 자원입니다.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7.5퍼센트, 천연가스 매장량의 30퍼센트를 차지할것으로 추측되는 북극 해저의 권리를 차지하기 위해 러시아, 미국, 캐나다, 그린란드, 노르웨이 등이 신경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포클랜드 제도를 둘러싼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의 갈등도 제도에 있는 유전과 가스전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관련된 독도 문제에도 양국이 30년 동안 쓸 수 있는 에너지자원,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있습니다.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고 예상되는 스프래틀리 군도에는 무려 7개국, 중국, 대만,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필리핀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볼프룸은 추가 영유권 조항이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예를들어 아이슬란드는 북대서양 위에 떠 있는 섬에 대한 영유권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 섬은 지질학적 측면으로 봤을 때 대서양 중앙해령에 속하는 봉우리다. 대서양 중앙해령의 길이는 16,000킬로미터로 대서양 해저에서 가장 긴 해저산맥이다. 바다 위로 봉긋 솟은 조그만 섬이 대서양 중앙해령에 속하고 그 섬이 아이슬란드령이라면 대서양 중앙해령 전체가 아이슬란드 땅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아이슬란드 땅은 바다속에서 포르투갈 서쪽에 있는 섬까지 연결된다는 말이다. - p.96
저자는 심해는 지구의 보물창고이며, 미래의 번영과 생존을 위해서 제3의 골드러시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지구 표면적의 60퍼센트를 차지하는 이 손대지 않은 지역에 이제 인간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역사로부터 무엇을 배웠느냐는 점입니다. 인간이 자원을 빠른 속도로 소모하기 시작한 이래 생긴 많은 문제들을 심해의 자원을 채취할 때 해결할 수 있느냐는 아주 중요한 과제입니다. 멕시코 만에 있는 심해유전에서 발생한 초대형 재해는 아직 우리가 심해를 제대로 다룰수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기술적으로, 법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국제 해저기구, 해양법재판소가 해저를 통제할 수 있는 법규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심해는 이익윤리에 휘말려 빠른 속도로 망가져버릴지도 모릅니다. 이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은 무엇보다 중요한데, 심해는 바로 인류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