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학벌은 세습되는가? - 퓰리처상 수상 기자가 밝힌 입학사정관제의 추악한 진실
대니얼 골든 지음, 이기대 옮김 / 동아일보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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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명문 대학이 모든 사람들에게 입학의 균등한 기회와 졸업후 신분상승의 기회를 부여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명문 대학이 신분상승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입학에 있어 균등한 기회를 부여를 부여하지는 않습니다. 학벌은 세습됩니다. 달리기경주에 비유하자면 단순히 경주를 준비하면서 더 잘 먹어서 좋은 체격을 유지해 경기에 유리한 환경을 가지는 것 뿐만이 아닌, 설령 경기에서 지더라도 승리자가 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입시에서 특혜를 얻는 경우는 다양합니다. 체육특기생(10~25%), 동문자녀(10~25%), 기부입학자(2~5%), 유명인사나 정치가의 자녀(1~2%), 교수자녀(1~3%) 등 매우 다양한 특혜가 존재하고 있고 경우에 따라 복수 특혜로 적용됩니다. 이러한 특혜는 SAT에서 수백 점의 점수 차이를 무시하며 이런 특혜는 지능이나 학문적 자질과는 관련 없이 상류층 가정의 신세대들을 일류 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해주며, 이런 동문의 형성은 500대 기업이나 언론, 의회, 법조계 등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이러한 우대 정책의 지원은 많은 수가 백인이며, 가장 중요한 기준은 돈입니다. 요는 학교를 위해 얼마를 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하버드대의 동문 자녀들이 학교에 재정 지원을 요청할 경우 입학 시 얻는 특혜의 대부분이 소멸된다고 합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자녀의 입학 특혜를 원하는 동문이라면 은행가나 변호사, 의사가 되어야지 사회복지사나 교사, 목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카렌 교수의 지적처럼 "하버드대 출신이라도 경제력이 없다면 하버드대는 동일한 실수를 두번 할 생각이 없다는 거지요" 라는 것을 뜻합니다.

어떤 특혜도 없이 지원하는 학생은 단지 전체 정원의 40%를 놓고 경쟁한다. - UC버클리 로버트 버지노 총장 

특혜의 방식은 다양합니다. 하버드대의 Z명단이라 불리는 지연입학제도는 성적이 좋지 않다면 1년후에 입학시키는 방식이고, 브라운대의 특별학생 제도는 정계나 스포츠, 헐리우드의 스타급 유명인사들의 자녀들을 우대합니다. 노트르담대는 (부유한) 매년 신입생의 20~24%에 달할만큼 동문결속에 힘쓰고 있으며, 동문특혜나 기부입학과는 달리 체육특기생 제도는 지원자 본인의 실력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공정한 입시제도로 보이지만 스쿼시, 요트, 스키, 조정, 펜싱, 승마 등과 같은 귀족스포츠의 경우 필연적으로 상류층 자제들을 지원하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제이미 리(Jamie Lee)는 프리스턴대에 꼭 입학하고 싶었다. 그의 좌우명은 '성공하지 못하면 고향으로' 였다. 그는 프린스턴대를 포함해 하버드대, 예일대, 스탠퍼드대, 컬럼비아대, 다트머스대, MIT에 응시 원서를 냈다. 이런 자신감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는데, PSAT와 SAT에선 만점을 받았고, SAT 2에서는 800점에 780점을 받았다. 독창적인 문제해결 방식으로 수학 과목에서 그리니치 상을 받았고 그의 창의성은 음악과 기계설계 분야에서 발휘됬다. 하지만 그는 동문 자녀도 아니었고, 체육특기생이나 기부입학자도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대학들이 다른 그룹보다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아시아계에 속해 있었고 그로인해 인종적 편견에 맞닥뜨려야 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제이미는 지원한 모든 대학에서 떨어졌다. - p.30

이런 다양한 특혜들에 가장 큰 피해자들은 경제적인 관점에선 중하층 계층이고 인종그룹으로 보면 아시아계입니다. 한때 가난한 유대인이 대학의 배제 대상이였지만 부를 축적한 유대인이 늘어나면서 유대인들을 우대하고 있고, 소수인종 우대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 정책의 혜택은 대부분 남미계와 흑인이 받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제도 인종 역시 지속적인 로비를 통해 하와이 원주민과 태평양 제도인 이라는 독립된 그룹을 지정함으로서 입학문턱을 크게 낮추는데 성공합니다. 그에 반해 아시아계는 책에 나온 헨리 박이나 스탠리 박, 제혜진, 앨버트 신 등과 같은 한국계, 아이리스 왕, 세나 예, 셜리 쇼 등과 같은 중국계 등과 같이 많은 학생들이 최상위의 성적과 다양한 재능을 지니고도 불합격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예외도 존재하는데, 재력이 있는 부모를 둔 아시아계라면 낮은 점수로도 여유롭게 대학 문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터프츠대의 학부 입학처장인 리 코핀은 2004년 신입생 재정 지원 예산으로 잡혀 있는 780만 달러가 부족하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만약 합격시킬 경우 1인당 매년 평균 2만 5000달러씩의 장학금이 소요되는 193명의 저소득층 지원자를 과감하게 불합격 처리했다. - p.249

US 뉴스&월드 리포트가 해마다 발표해온 영향력 있는 미국대학 순위선정 역사상 가장 논란거리가 된 1등은 1999년의 칼텍(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이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조그만 공과대학이 어떻게 하버드대나 예일대, 프린스턴대, MIT 등을 능가할 수 있는가 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결국 이 잡지는 굴복했습니다. 이후 선정 기준을 바꿔 칼텍이 독주하던 학생1인당 비용 지출 항목의 배점을 바꿨고 칼텍은 바뀐 기준에 따라 10위권 아래로 도로 미끄러졌고, 아이비리그와 기타 전통 명문들은 망신으로부터 구제됐습니다.

이러한 칼텍의 사례가 의미깊은 것은, 칼텍은 학생 선발시 순수하게 학업 성적만을 고려합니다. 동문을 육성하거나 기부금을 유치하기 위해 입학 기준에 예를 두지 않습니다. 오히려 동문과 부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요구하며 설령 칼텍 교수의 자녀라 할지라도 가차없이 불합격시킵니다. 그럼에도 대른 대학만큼 재정을 확보하는 이유는 대학의 실력을 믿고 순수하게 기부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며 칼텍은 학교에서 발견한 소행성이나 발명한 기계에 기부자의 이름을 붙이는 방식으로 기부자에게 보답합니다. 칼텍은 기부금을 위해 학문의 질을 희생시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학들이 많은 특권을 주면서 유지하고자 하는 기부금 문제를 해결합니다. 칼텍 외에도 버리어, 쿠퍼 유니언 등 학문적 우수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모범사례적인 대학들은 돈을 위해 정의를 희생하는 다른 대학들에게 일침을 가합니다.

학생들에게 열심히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고, 대통령도 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이런 미국의 입시사정관제의 폐혜처럼 그런 사회적 약속의 부인은 분노와 세상에 대한 환멸을 안겨주게 됩니다. 특혜를 종식시키고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사회적 계약을 소생시키고, 사회적 조건에 있어 거의 만인이 평등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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