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 너무 멀리 나간 교실 실험
토드 스트래서 지음, 김재희 옮김 / 이프(if)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학생들은 자유롭게 학교를 다닙니다. 그들은 스스로 신문을 만들고, 미식축구부를 만들어 다른 학교와 대항시합을 합니다. 수업 시작전엔 책상이 난장판처럼 삐뚤삐뚤하고, 복도에서 교실로 들어오는 시간은 오래 걸리고, 수업도중에 잡담을 하기도 하고, 숙제를 빼먹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느날 역사교사 벤 로스는 교실 실험을 시작합니다. 간단한 훈련을 통해, 힘을 모으고, 공동체의 단결력을 강화시키기로 합니다. 그것을 위해 단체의 구호를 정하고, 인사규칙을 정하고, 단체명을 정합니다. 단체명은 '파도'.

 이런 소속감과 단결력은 놀랄만한 효과를 가져옵니다. 복도에서 학급 전체가 교실로 들어오는 시간이 대폭 감소했고, 교실의 책상은 한점 흐트러짐 없이 반듯하게 줄 맞춰지고, 적막 속에서 학생들은 선생의 지시대로 반듯하게 앉아있게 됩니다. 숙제도 제대로 하지 못하던 학생들은 예습까지 하고 옵니다. 질문이 떨어질 때마다 학생들은 후다닥 답을 말할 뿐 아니라, 한점 흐트러짐 없이 규칙에 따라 답을 말하는 법을 익히려 눈을 반짝입니다. 같은 파도 회원이라는 소속감 속에서 왕따를 당하던 학생도 하나의 공동체원으로 소속이 되었고, 매번 지역에서 패배만을 거듭하던 미식축구부는 강한 단결력을 바탕으로 좋은 성과를 거둡니다. 파도는 굉장한 열풍을 불고 옵니다. 학급내에 수많은 학생들이 단체에 가입을 했고, 지도자 벤 로스의 수업을 듣기 위해 줄을 섭니다.

훈련을 통한 힘의 집결!
공동체를 통한 힘의 집결!
실천을 통한 힘의 집결!


하지만 파도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묘한 상황이 나타나게 됩니다. 파도에 가입을 거절한 학생들은 따돌려지기 시작했고, 파도 회원이 되어야 미식축구 경기를 볼수 있게 됩니다. 파도에 의문을 가지게 되어 오랜 우정이 깨지는 친구들이 생겨났고, 구타사건이 발생합니다. 다수의 파도파와 소수의 비 파도파는 점점 갈등을 드러내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벤 로스는 파도에 대해 중대한 발표를 합니다. 현재 나라는 위기 상황이며 두자리수의 인플레이션이 경제를 위협하고 실업률, 범죄율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파도 운동을 전국적으로 연합해 조국의 운명을 새롭게 일으킬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훈련과 공동체 그리고 실천을 통해 학교 뿐 아니라 나라 전체를 쇄신시킬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하며 전국 파도운동의 창립자이자 지도자를 보여주겠다고 말합니다. 파도 회원들은 환호하며 그 지도자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TV에서 그 지도자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돌프 히틀러


TV에선 히틀러와 2차 세계대전 당시 그에게 환호하며 충성을 맹세하던 젊은 나치들이 나타납니다. 군중은 엄청난 규모였고 그들 대부분은 10대 청소년이였습니다. 그제서야 학생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무슨 의미였는지 깨닫습니다. 비 파도 회원을 배척하고 심지어 폭력까지 행사한 그들 자신의 모습에서 파시즘을, 과거 젊은 나치당원들을 보게 됩니다. 학생들은 수업에서 얻은 지독한 교훈을 곱씹으며 파도 깃발과 포스터를 찢고 집회를 떠납니다.


이 놀라운 사건은 '왜 독일인들은 죄없는 사람을 수백만이나 죽이게 되었나?' '나치당원은 전체 인구의 10%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했을까?' 와 같은 학생들의 질문을 벤 로스가 학생들에게 체험을 통해 학습하고자 했던 실제 사건입니다. 벤 로스는 파시즘은 역사상의 사건일 뿐만 아니라, 우리들 안에도 똬리를 틀고 있다는 실험의 주장을 실제로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당시 독일의 양심있는 소수의 지식인과 종교인들은 유대인 정책에 저항하다 죽음을 당했고, 대다수의 독일인은 침묵했습니다. 이런 침묵은 곧 동의와 묵인이며, 그것은 곧 대학살의 기반이 됩니다.

이 실험이 우리에게 더 다가오는 것은 우리의 교육, 사회가 실제 실험이 일어났던 미국의 학교보다 더 파도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파도 회원일때의 학생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제시하는 이상적인 학생의 모습이고, 파도 운동일때의 학교의 수업환경은 우리의 이상적인 학교의 모습입니다. 자세, 머리스타일, 복장을 모두 동일함을 요구하고, 정해진 답만을 요구합니다. 근현대의 식민시대와 독재정치는 이런 체제 아래서 자란 사람들에게 자신도 모르게 독재 성향에 젖어들게 합니다. 독재권력은 이러한 정신적 토양 위에 등장했는지도 모릅니다. 벤 로스가 역설적으로 주장한 자유의 소중함은 그래서 더 많은 교훈을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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