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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냐 삶이냐 ㅣ 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13
에리히 프롬 지음, 정성환 옮김 / 홍신문화사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에리히 프롬은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은 사회학자이며 심리학자입니다. 마르크스의 영향을 받은 사람중 마르크스주의의 휴머니즘엔 동조하지만 폭력혁명을 반대하는 신좌파,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한 사람으로 이 책을 읽다보면 마르크스에 대해 많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는 프로이트의 심리학 분석을 사회 전체에 이용함으로서 현대인의 심리적 모순점을 지적합니다. 이 책은 단순한 사회학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종교적 색채를 느끼게 하는데, 그가 유대인집안에서 태어나 기독교 문화로 성장했고 청년기에 불교에 심취한 영향이 큽니다.
그는 20세기 초중반의 산업시대를 실패했다고 규정합니다. 자연의 지배, 물질적 풍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개인적 자유의 보장이라는 위대한 약속으로 시작한 산업시대는 기술과 컴퓨터의 발달로 무한소비의 시대를 낳았으며 '존재양식' 과 '소유양식' 중 소유양식에 집중하게 되었기 때문에, 모든 욕망의 무한충족은 최대 쾌락에 이르는 길이 아니며, 각자의 독립된 사상,감정,취미는 매스커뮤니케이션에 조종되고, 관료적 장치의 톱니바퀴가 되었으며, 경제발전에 대한 국가간의 격차 등이라는 태생적 모순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두가지 시를 빌어 존재양식과 소유양식을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소유양식으로서 영국시인 테니슨의 시를 언급하는데,
갈라진 암벽에 핀 한 송이 꽃
나는 너를 갈라진 틈에서 뽑아낸다.
나는 너를 이처럼 뿌리채 손에 들고 있다.
이에 대비되는 존재양식으로서 일본시인 바쇼의 시를 언급합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냉이꽃이 피어 있네
울타리 밑에!
산업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우리는 살기위해 점점 더 많은것을 소유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으며 그 증거로 에리히 프롬은 먼저 언어적 변화를 들고 있는데, 2~3세기에 걸쳐 명사의 사용이 점차 늘어나는 반면, 동사의 사용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명사의 가지고 있다는 표현이 과정을 나타내는 동사를 대신해서 씌이는 것은 사람들의 소유양식의 증가를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나는 너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많은 소유양식의 표현을 말하는데, 학습태도에서의 소유양식 (강의를 모두 노트에 적음으로서 공부내용을 노트의 소유를 통해 지키는 행위), 대화에서의 소유양식 (논쟁시 다른사람의 의견을 그 사람과 동일시하는 행위), 권위에서의 소유양식(계급적 권위를 능력으로 소유한다고 이해하는 행위), 사랑에서의 소유양식 (능동성을 지닌 추상적 개념을 소유한다고 착각하는 행위) 등을 제시합니다. 이런 사유양식은 '내가 재산을 어디서 어떻게 취득하던, 또 그것으로 무엇을 하던 나만의 문제이며 범법을 하지 않는이상 내 권리는 무제한이며 절대적이다' 는 사유재산에서 출발했으며 그로인해 가부장제도를 낳았고, 모든 물품 뿐만 아니라 사상이나 신념, 습관, 시간까지도 재산화함으로서 모든것을 소유양식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경제,정치 분야에서는 소득에 관한 무제한의 불평등과 절대적 평등 사이에서 비슷한 오류의 양자택일을 볼수 있다. 하지만 모든 소유물이 기능적이고 인격적이라면 사회문제는 되지 않는다. 반면에 소유의 평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들 역시 강한 소유지향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 p.108
소유양식의 발달로 재산, 지식, 사상, 권력 등을 소유하는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게 되었지만 그것은 소유한 사람과 아무 관련이 없는 영원불멸한 가치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재산, 지식, 권력 등을 잃어버릴 가능성을 지니고 그로 인해 더욱 끊임없는 소비와 생산을 반복하며 언제나 만족하지 못하는 만성기아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인간에게 두 가지 경향, 소유와 존재의 경향은 생존의 조건과 다른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고립을 극복하려는 요구에 기인하고 있다. 인간내부에서 일어나는 이 모순된 투쟁 중에서 한편이 우세하도록 결정하는 것은 사회구조와 가치관, 관습 등이다. 우리는 이 두 잠재성 중 어느 쪽을 키울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우리로 하여금 한쪽의 해결책으로 기울게 하는 우리의 주어진 사회의 사회경제적 구조에 따라 우리의 결정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 p.134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프롬은 존재양식의 성장을 요구합니다. 존재양식이란, 소유를 벗어난 삶, 독립성, 비판적 이성, 내적 활동의 능동성 등 다른사람 그 어떤 누구도 완벽히 이해할수 없는 개개인의 삶을 부각시키며 그것을 바탕으로 타인과의 교류를 하라는 것입니다. 그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프롬은 해결해야 할 난관을 제시하는데 몇가지를 예로 들면 전적인 집중화를 피하면서 파시즘으로 전락하지 않고도 산업적 생산양식을 지속할 방법, 고도의 분권화, 끊임없는 성장에서 선택적 성장, 물질적 이익이 아닌 정신적 만족이 동기가 되는 사회풍조와 노동조건, 과학의 발전이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지 말것, 쾌락충동의 만족에서 복리와 기쁨, 관료체제에 의존하지 않아야 함, 노동보다는 삶에서 창의성을 발휘할수 있어야 함, 개인이 완전한 정보를 얻을수 있는 참여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프롬은 인간은 자연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과학을 확립했고 기술의 유토피아를 실현했으며 이제는 자연과학 우위에서 인간적 유토피아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