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칼 포퍼 지음, 허형은 옮김 / 부글북스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저자 칼 포퍼의 수필 및 강연원고 모음집으로 그의 또다른 저서 '더 나은 세상을 찾아서(In Search of a Better World)'의 속편입니다. 세계 여러곳을 돌아다니며 발표한 세미나와 강연이라 칼 포퍼의 철학과 사상이 함축적이면서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에 오히려 그의 대표저서인 '열린사회의 그 적들' 이나 '역사주의의 빈곤' 등보다 그를 빠르게 접하기엔 더 용이한 책이 아닌가 합니다. 그는 가장 먼저 민주주의를 옹호하며, 민주주의의 핵심은 피를 흘리지 않고 현 정부를 교체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으며 그것을 뭐라고 부를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국민에 의한 통치라는 의미에서의 민주주의는 실질적으로 존재한 적이 없으며, 혹여 있었다 해도 실상은 변덕스럽고 무책임한 독재정권에 불과했다. 정부는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질 수 있으며 또 그러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국민에 의한 통치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나는 민주적으로 선출되고 헌법에 따라 통치하는 정부형태를 지지한다. 국민에 의한 통치와는 전혀 다르다. 나는 또한 책임지는 정부를 지지한다. 먼저 뽑아준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겠지만, 나아가 인류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지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 역사와 정치에 대해

그는 자신을 합리주의자이자 계몽주의자로 표현합니다. 그에게 합리주의란 데카르트의 철학도 아니요, 인간은 철저하게 이성적인 존재라는 주장도 아닌 자신의 실수와 오류에 대한 타인의 비판, 혹은 자기비판을 통해 학습할수 있다는 의미이며 계몽주의란 칸트와 페스탈로치의 지식을 통한 자기해방 관념을 의미합니다.

계몽주의자와 예언자를 구분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언어다. 계몽주의 사상가는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상대를 확신시키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이야기 하는 내내 자신이 틀릴 수도 있음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설득을 하느니 반론을, 가능하면 합리적이고 잘 다듬어진 형태의 비판을 유도하여 상대방의 자주적 의견을 형성할 것을 요구한다. - 1958년 알프바취 포럼, Die Philosophie und die Wissenschaften

그는 책의 2부에서 과학에 대해 강연한 부분을 할애했고 걸출한 세 과학자인 갈릴레오, 뉴턴 뿐 아니라 가장 위대한 이로 요하네스 케플러를 소개하며 케플러의 연구과정과 자신의 실수를 정면으로 바라볼수 있었던 겸손함을 칭찬합니다. 그 외에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의 논쟁 등을 거론하며 진정한 과학에의 길은 비판적 접근 뿐임을 강조합니다. 그의 책은 철학가 치고는 매우 쉬운 언어로 쓰여져 있습니다. 아직 에리히 프롬, 한나 아렌트, 아도르노, 칸트 정도밖에 비교할 대상이 없지만 제가 읽어본 것 중에선 가장 이해하기 편한 서적이였습니다. 포퍼에 대해 접하고 싶다면 아무 부담 없이 이 책을 추천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마르크시즘이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과 같은 과학이라는 주장이 참인가 거짓인가? 나를 과학철학자로 만든 것은 바로 이 '문제' 였다. 나는 철학 공부를 택하지 않았는데 내가 나의 것으로 간주한 '문제들'이 철학을 포함한 여러 분야의 공부를 할 수밖에 없도록 나를 이끌었다. 그러니 모든 것은 내가 품어 애정을 쏟은 '문제들' 덕이다. 진지하게 학문에 임하는 모든 학도들, 과학 생도들에게 자신이 진정 사랑에 빠질 수 있고 자신의 인생을 기꺼이 바칠 수 있는 멋진 문제 하나를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쉽게 오류를 범하는 우리의 불완전성을 지속적으로 자각하고, 끊임없이 자기비판을 하고, 결정적으로 중심 논제 및 그것에서 파생된 문제들에 무한한 애착을 가질 것. 이것이 내가 진심으로 권하는 연구방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