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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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0가지의 심리 실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심리학 실험중에서 선정된 이 10가지 실험들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도덕적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간은 우리 인생의 주인인가?' 등과 같은 철학적인 질문을 대담한 방식으로 제기했을 뿐만 아니라 실험으로 인해 큰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던 실험들입니다. 물론 그러한 실험들은 이 10가지 실험 외에도 많이 있지만, 이 10가지의 실험은 실험 자체로서의 스토리 뿐만 아니라 실험을 한 심리학자의 스토리도 인상깊은 것들입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날 당시, 심리학은 철학에 가까운 분야였습니다. 프로이트와 윌리엄 제임스처럼 영혼의 성찰, 정신이란 그야말로 정신적인 어떤 무언가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파블로프는 고전적 조건화라는 개념을 통해 그의 유명한 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공개합니다. 이것은 정신이 생리적인 것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고, 당시 심리학계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스키너는 그에 만족하지 않고 살아있는 유기체를 통째로 조건화하는 것에 의문을 가졌습니다. 자신의 이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스키너는 스키너 상자라고 널리 알려진 장치를 만들어냈습니다. 파블로프가 종소리라는 선행자극에 집중했다면, 스키너는 음식 이라는 결과에 집중했습니다.

그는 실험을 하면서 최초로 행동의 예측과 통제라는 부분에서 통계학과 막대그래프라는 수학적 지식을 이용한 심리학자였습니다. 실험을 통해 보상에 따라 행동이 변화한다는 법칙, 보상이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질때 행동이 소멸되기 가장 어렵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왜 사람은 도박을 하는가? 왜 언제 올지 모르는 전화를 애인은 기다리는가? 그러한 그의 실험은 요양시설 등에서 보상의 변화를 통해 환자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법 등으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더 발전시킨 체계적 둔감법과 자극 범람법 등은 공포증과 공황 장애 등의 치료에도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딸을 상자속에 넣고 키우는 등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기계와 같은 동물, 사랑할 줄도 모르고 추론할 줄도 모르는 동물이라는 개념은 분명 존 왓슨과 같은 초기 행동학자들의 가르침에 잘 들어맞는다. 그런데 이 개념은 하버드 출신의 연구자 버러스 프레더릭 스키너에 의해 더욱 강화되었다. 스키너는 아마도 해리의 세대에서 가장 유명한 심리학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스키너는 동물에게는 감정이 없다는 매우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사랑의 발견》p.167 

 1964년 3월 13일. 기이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캐서린 제노비스란 여성이 집으로 가던 도중 남자에게 칼로 찔립니다. 그녀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고, 동네 사람들 집에 불이 켜집니다. 범인은 도망쳤고, 그녀는 찔린 몸을 이끌고 가다 드러눕습니다. 그러자 불빛은 다시 꺼졌고, 범인은 자신의 범행을 마무리하기 위해 그녀를 찾았습니다. 그녀를 찾은 범인은 다시 그녀를 난도질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다시 불이 켜지고 범인은 도망갔지만, 범인이 도망가자 불은 다시 꺼집니다. 범인은 다시 나타나 그녀를 살해하고 범죄를 마무리짓습니다. 범죄를 창가에서 구경한 시민은 모두 38명. 하지만 누구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어떠한 것을 의미할까요? 당시 이 사건이 보도되자 미국은 도덕성 문제로 들썩였고, 수많은 이론이 제기됩니다. 충격으로 아무 행동도 못했을거란 의견, 텔레비전에 중독되어서 그렇다는 의견, 대중의 무관심에 대한 한탄. 하지만 심리학자 달리와 라타네는 실험을 통해 이런 상황을 이해해보려고 합니다. 그들은 간질환자를 연기하는 사람을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가를 알아봅니다. 실험 결과,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이 도와줄 수도 있는 상황에선 70%가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에 반해 자신만 도움을 줄수 있을 경우 85%가 즉시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 실험은 책임감 분산이라는 현상으로 불리웠고, 인간의 어리석음을 고스란히 보여줬습니다. 이 실험이 의미했던 것은 인간이라는 동물은 생존보다 사회적 예절을 더 중시하는 것이였습니다. 이 실험은 이러한 현상을 예방하는데에도 사용되었는데, 1979년 '성격과 사회 심리학 편람'이라는 논문에서 이 실험과 남을 돕는 행위를 보여줄 경우 두배 이상 남을 돕는 확률이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교육을 통해 남을 돕고 위기를 관리하는 능력을 기를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실험들 외에도 사람은 왜 불합리한 권위 앞에 복종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던진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근접성의 힘을 입증한 해리 할로의 가짜 원숭이 실험, 약물 중독은 약의 문제인가, 사회의 문제인가?에 답한 알렉산더의 연구, 우리가 기억하는 기억은 진짜 기억인가?라는 질문에 답한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일대기, 인간 정신의 합리화 메커니즘을 최초로 밝혀낸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 인간의 주관성에 대한 비판을 가한 데이비드 로젠한의 제정신으로 정신병원 들어가기 실험 등 흥미로운 심리학 실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심리학 실험에 대한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할 뿐만 아니라, 그 실험이 현대에 있어서 어떠한 의의를 지니는가? 에 대한 질문 또한 날카롭게 던집니다. 심리학을 처음 접하고자 한다면 이 책은 훌륭한 선택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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